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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장기투쟁 노동자들에게 희망

해복투, “자본이 공격해오면 다시 싸운다” 결의


김시웅┃기관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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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노동과세계]


스타케미칼 노동자들의 투쟁의 역사는 길다. 지난 90년대 초중반 노조 민주화 투쟁부터 시작해 격렬한 파업을 거쳐, 2005년 한국합섬 자본의 정리해고와 파산선언에 맞서 5년간 폐업반대투쟁을 벌였다.

5년의 투쟁 끝에 한국합섬 노동자들은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 공장을 인수한 스타케미칼 자본은 2013년 1월에 폐업을 선언했다. 스타케미칼 노동자들 대부분은 자본과 결탁한 어용노조의 회유에 넘어가 권고사직을 택했지만 소수는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이하 해복투)로 뭉쳐 투쟁을 시작했다. 장기화되는 투쟁 속에서 돌파구를 열기 위해 2014년 5월27일 차광호 스타케미칼 해복투 대표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그동안 해복투는 공장을 사수하고, 모회사인 스타플렉스의 서울 본사 앞 천막농성과 집회 등 투쟁을 계속했다. 2014년 8월23일과 11월29일 두 차례의 희망버스로 연대의 힘도 모아졌다. 이러한 투쟁과 연대, 그리고 400일 넘는 고공농성이 이어진 끝에 마침내 합의를 쟁취했다. 자본의 폐업 선언 이후 약 2년 반이 지난 7월6일의 일이다. 합의 주요 내용은 △모기업인 (주)스타플렉스가 설립하는 법인으로 해고자 11명 전원 고용 보장 △노동조합 승계와 활동 보장 △모든 민·형사상 소송과 고소·고발 취하 등이다.


생산수단 사수가 폐업사업장투쟁 전술 핵심

스타케미칼 투쟁은 겹겹이 어려운 조건에서 이루어졌다. 섬유산업은 이미 사양산업이 된지 오래다. 지난 한국합섬HK 시절 5년간의 폐업투쟁 이후 쌓인 피로감도 있었다. 스타케미칼로 오면서 조합원 수도 약 160명으로 줄었고, 해복투는 28명으로 시작해서 더 줄었다. 이런 여러 현실상의 어려움에도 스타케미칼 해복투는 노동자의 원칙을 지키면서 폐업·청산을 밀어붙이는 자본에 맞서 싸웠다.

무엇 하나 쉬운 투쟁이 없지만, 특히 폐업사업장의 투쟁은 더 어렵다. 폐업·청산하는 자본은 업계불황과 경영악화라는 조건을 들이밀고, 평상시처럼 생산을 원활히 하기 위해 노동자들과 타협할 여지도 남겨놓지 않은 채 모든 걸 가져가겠다고 달려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영악화와 폐업의 책임은 결코 노동자에게 있지 않다. 그 책임은 경영을 잘못한 자본가와, 끊임없이 과잉생산과 공황을 낳는 자본주의체제 자체에 있다.

2012년 하반기부터 국내 섬유업계 불황 속에서 이루어진 스타케미칼 자본의 공세에 어용노조는 모든 권리를 포기한 데 반해 이전 차광호 집행부는 비록 폐업 이전에 감산·순환휴직에 합의하긴 했지만 자본의 폐업위협에 굴복하지 않고 어용노조에 맞서 해복투로 뭉쳐 노동자의 생존권을 최우선에 놓고 투쟁을 이어나갔다. 또한 스타케미칼 투쟁은 폐업사업장 투쟁 전술의 핵심이 생산수단 사수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 부족한 역량에도 불구하고 고공농성과 천막농성 등을 통해 스타케미칼 공장 정문을 통제하면서 생산설비를 확실히 틀어쥐고 있었기 때문에 자본을 교섭으로 끌고 나올 수 있었다. 특히 2015년 3월11일 철거작업 저지투쟁이 자본의 의지를 꺾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한편 여러 현실적 어려움으로 인해 과거 한국합섬 투쟁 때 내걸었던 요구인 ‘파산기업 공기업화’처럼 개별자본에 대한 투쟁을 넘어서는 투쟁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점은 어쩔 수 없는 한계였다.


최종합의 한계와 내부 오류 냉정하게 평가 시작

스타케미칼 해복투 노동자들의 강고한 투쟁 때문에 자본은 ‘법인을 신설해 고용을 승계한다’는 합의를 당장은 지킬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후 자본의 공격은 필연적으로 다시 이뤄질 것이다.

해복투는 “자본이 공격해오면 다시 싸운다”는 결의를 이미 다진 상태다. 그렇게 다시 싸울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무엇을 잘 했고 무엇을 잘 못했는지 자기 평가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이번 합의에서 흔히 3승계라고 말하는 ‘고용, 노동조합, 단체협약’ 중 단체협약 부분이 빠져있는 점 등 최종 합의의 문제점을 비롯해 내부의 오류에 대해 냉정한 자기 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해복투는 그러한 내부평가에 이어 연대동지들과의 평가, 지역과 상급조직에 대한 평가를 통해 올바르게 투쟁을 마무리 하려 하고 있다.

같은 섬유산업 장기투쟁사업장인 코오롱 해고자였고, 지금은 민주노총 구미지부에서 활동하는 최일배 동지는 “이 투쟁은 원칙과 소신을 갖고 투쟁하면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충격을 주었다”고 말한다. 최일배 동지는 “처음 한국합섬 폐업투쟁 때도 대부분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승리해서 공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스타케미칼 투쟁이 시작됐다. 나는 부끄럽게도, 원칙은 싸우는 게 맞지만 누가 보더라도 청산되고 위로금으로 정리하는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요구에 고용승계와 민주노조사수를 넣어도 될지 걱정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쟁취해 냈다 . 제가 뭐라고 감히 평가를 할 수 있겠습니까? 위대한 동지들입니다.”고 스타케미칼 투쟁을 돌아봤다. 이어 “아직도 기륭·콜트콜텍 등 비슷한 조건에서 장기투쟁을 이어나가는 노동자들이 남아있고 먹튀·폐업·구조조정 등에 맞선 투쟁도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이번 스타케미칼 투쟁 승리는 그러한 투쟁들에 하나의 희망”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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