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2016년 총선 앞두고 벌이는

제 정치세력 간 권력투쟁


김태연┃정책교육위원장


세월호특별법 시행령(대통령령)이 진상조사 지휘권을 공무원들이 장악토록 하는 등 모법인 세월호특별법의 법 목적을 심각하게 훼손하자, 4.16 1주기투쟁이 격렬하게 전개됐다. 이에 야당이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될 경우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하고, 요구받은 행정기관은 이를 처리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개정안이 발효될 경우 국회에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의 해당 독소조항 변경을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위헌 운운하면서 청와대가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5월29일 여야는 공무원연금개악안과 국회법개정안을 맞바꾸는 형식으로 국회본회의에서 의결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대통령은 6월25일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법개정안 처리를 주도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총무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이후 새누리당의 이른바 친박계 분파들이 유승민 사퇴를 압박하고, 비박계 분파들이 이에 저항하면서 집권세력 내의 대립이 격화됐다. 결국 7월8일 친박계가 의총을 통해 사퇴권고 결정을 내리자, 유승민 원내대표가 박근혜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사퇴함으로써 국회법 개정파동은 표면상으로는 막을 내렸다.

이 결과가 과연 박근혜분파의 승리가 될 것인가?


노선·정책 대립 아닌 계파간 주도권 다툼에 불과

바야흐로 현 시기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제 정치세력 내의 각 분파들 간의 권력투쟁이 격화되고 있는 시기다. 여야 간 권력투쟁이 본격화되기 앞서 각 정치세력 내부의 주도권 장악을 둘러싼 대립이 먼저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당내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부르주아 의회주의 정당에서 각 계파간의 역학관계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바로 총선 공천권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면서 형성된 친박-친이(비박) 계파 간의 총선공천권 장악을 위한 권력투쟁이 이번 국회법개정 파동의 배경이다. 친박계의 수장인 대통령이 이 권력투쟁의 전면에 서면서까지 극한 대립으로 치달은 것이다.

2016년 총선을 앞둔 제 정치세력 내의 권력투쟁은 비단 집권여당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야당인 새정연 내에서도 사무총장 선임문제로 당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친노계와 비주류 간에 그 전초전을 치렀다.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맡고 있는 이른바 혁신위원회도 결국 혁신은 실종되고 야당 내 계파 간의 공천권 장악투쟁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진보정당의 통합과 노동당의 분열 역시 2016년 총선을 앞둔 진보정당 내의 권력투쟁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진보정당의 통합이든, 노동당의 분열이든 각 분파가 주요하게 내세우는 논거는 노선과 정책보다는 2016년 총선승리이기 때문이다. 향후 통합되는 진보정당 내에서 각 분파는 또 다시 총선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야권연대를 둘러싼 권력투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집권여당의 국회법개정을 둘러싼 권력투쟁 과정에서 유승민은 당내 권력을 잃은 반면, 여권 대선후보 선호도 2위로 오르는 등 정치적 성과물을 챙겼다. 집권세력 내의 이러한 대립을 일부에서는 혁신보수와 수구보수 간의 노선투쟁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니 그 보다는 그럴듯한 정치적 대립으로 포장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집권세력은 물론이고 야당 내 계파들 간의 대립이 정치적 노선에 근거한 정치투쟁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그 계파들을 보수파, 혁신파, 개혁파 등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친박, 친이, 친노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재편기를 앞둔 저들의 권력투쟁은 역사발전과 민중 삶의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6-29.jpg


지지·동의 확장은 ‘통합의 정치’ 아닌 ‘투쟁의 정치’로

그렇다고 국회법 개정 파동을 둘러싼 지배세력 내의 권력투쟁이 노동자민중의 삶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집권당의 원내총무 제거에 대통령이 선봉에 선 것은 내부 권력투쟁에서 자파의 승리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요인도 있어 보인다. 집권기간 절반을 넘어가는 박근혜대통령은 2016년 총선이 레임덕으로 추락하는 길목이 될 수 있다. 줄을 잇는 인사파동,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 집권 후 거듭된 실정으로 추락을 계속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은 민중들로부터는 물론이고 지배세력 내부에서도 지도력이 약화되어 왔다. 집권여당이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법 개정에 합의한 것은 총선에 돌입하기도 전에 나타난 레임덕이라는 위기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세월호참사와 연동된 국회법 개정 문제가 금년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는 구조개악 등에서 재현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주었을 것이다.

이에 폭력적 방식으로 준동의 싹을 자른 것이다. 유승민 제거의 본질은 박근혜정권의 반민중적 정치에 반대하는 노동자민중에 대한 정치폭력이다. 유승민에 대한 여론 지지도 상승의 본질은 박근혜 정권에 맞선 투쟁에 대한 지지의 상승이다.

박근혜 정권에 맞선 유승민의 저항은 일시적인 것이므로 그 지지는 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다. 이는 노동자민중진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정치지형에서 지지와 동의 여부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투쟁하는 세력에 있다. 이런 점에서 2016년 권력재편기를 앞두고 지지와 동의를 확장하는 길은 통합의 정치가 아니라 투쟁의 정치이다.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