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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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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박성인의 강령이야기


⑤강령과 ‘정치(실천)’

‘호주머니속 강령’이나 ‘증명사진’이 아닌

‘이론과 실천의 변증법적 긴장’ 창출하기


한국사회에서 현실의 제도정치를 주도하는 정당들은 모두 그럴듯한 정강(강령)과 당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 정당의 정강(강령)을 읽어보지도 않고, 또 제도정당들이 그 정강(강령)대로 올곧게 실천할 거라고 믿지도 않는다. 이게 한국사회에서 강령의 현실이다. 박제화된 정강(강령)일 뿐이다.

물론 우리도 이러한 현실을 한꺼번에 뛰어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 정치의 생명은 ‘이론과 실천의 변증법적인 긴장’을 만들어내는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강령 건설은 현실에 대한 총체적인 이론적 분석을 전제하고 지향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노동자계급정치 활동가의 실천을 통해 끊임없이 검증하고, 일반화=이론화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어떤 내용의 강령인가’ 만이 아니라, ‘주장하고 있는 강령적 내용을 현실에서 어떻게 실천적으로 담보하고 있나’도 중요하다.

‘천명’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연결돼야

강령이 작성되고 나면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갈 ‘호주머니 강령’이 돼서는 안된다. “우리 입장은 이렇다”는 것을 밝히는 것으로 끝나는 ‘증명사진 강령’이 돼서도 더더욱 안된다. 우리가 건설할 강령이 현실에서 살아 숨 쉬는 강령이 되려면 “강령은 현실의 투쟁과제와 맞물려 끊임없이 등장해야” 한다. ‘증명사진’은 그가 누구인지는 증명해 줄 수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행동에 나서게 하거나 현실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강령은 정치의 목표를 단순히 천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정치행동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런 강령으로 건설되어야 한다.

“강령이 나온다고 행동양식이 급격하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처해있는 조건을 가장 날카롭게 분석할 수 있는 강령이어야 한다. 강령은 이론 작업이 아니다. 강령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례가 아니다. 현실에서 부딪히는 주체, 그들이 답을 내야 한다. 현실에서 어떤 문제에 부딪혔고,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극복하고자 했는지, 그간 축적해 온 역량을 끌어올려서 일반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실 그간 ‘강령적 실천’에서 대부분의 정치조직 혹은 정당은 ‘강령’과 ‘정치적 실천’간의 변증법적인 긴장과 동력 확보에 한계를 보이거나 실패해왔다. 왜 그런가? ‘강령’ 자체의 문제라면 강령을 수정해야 한다. ‘교육’의 문제인가? 그럼 교육을 해야 한다. 문제는 조직의 운영, 현실투쟁에 대한 개입 메카니즘이다. 일상의 조직 운영에서, 계급투쟁의 실천에서 제기되는 정치적 쟁점을 끊임없이 강령적 수준에서 토론하고 분석하고 재해석해 나갈 수 있는 구조와 조직운영이 이루어질 때, 강령과 정치적 실천(투쟁)간의 변증법적 긴장과 동력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그럴 때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동자계급정치 활동가들은 그 강령의 실천적 주체로 설 수 있다.


궁극적 목표가 현실가능하다는 점 보여줘야

‘강령’ 건설이 한편으로는 이론적 연구의 총괄이기도 하지만, ‘이론가’들의 이론 작업으로만 맡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강령 건설 과정 자체가 ‘이론과 실천의 변증법적 긴장’을 창출하는 과정이 되도록 조직해 나가야 한다. 과연 지금 노동자계급정치 활동가들이 이런 과정을 제대로 해 나갈 수 있는지, 그럴 정치적 의지와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론과 실천의 변증법적 긴장’ 속에서, ‘강령’ 하나하나의 구절에는 현장과 지역과 부문에서 투쟁하는 활동가들의 고민과 땀이 짙게 스며들어갈 것이다. 세계를 바꾸고자 하는 노동자 민중들의 요구와 열망이 집약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우리의 인식, 건설할 사회에 대한 우리의 전망, 그리고 그 전망을 구체화할 우리의 포괄적인 계획이 담겨질 것이다.

누군가 얘기했다. “강령 하나하나의 절에는 수십만 선동가의 연설이나 논문이 요약되어 있다”고. 이를 통해 “강령은 노동자 계급투쟁의 궁극적인 목표를 서술하고, 그것이 현실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어떤 정치를 해야 하는지, 노동자들이 스스로 이렇게 권력을 운영하겠다고 할 수 있는 정치적 상상력을 가질 수 있게 강령을 건설해야 한다.”


* 박성인님은 제주에서 농사지으며 활동하는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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