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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 끝내겠다고 시작한 단식,

벌써 이후를 예단하지는 않겠다”

불매운동 더욱 집중·확산시키며 효과 키워갈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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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경영이 초래한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덮어씌운 코오롱 정리해고 10년. 지난 11월5일, 해를 넘기기 전에 반드시 코오롱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최일배 코오롱정투위 위원장과 박선봉 코오롱공대위 대표가 공동으로 끝장단식투쟁에 돌입했다. 단식농성 9일차에 접어든 11월13일, 최일배 동지를 만났다.


Q 단식투쟁을 하겠다고 했을 때, 장기간 노숙으로 가뜩이나 건강이 안 좋아진 상황이라 주위에서 만류했다고 들었다. 며칠 새 기온도 뚝 떨어졌는데 몸 상태는 어떤가.

A 혼자가 아니고 박선봉 동지가 함께 하는 덕분인지 아직은 견딜 만하다. 단식을 시작한 첫날과 그 이튿날이 다소 버거웠지만, 그 뒤로는 특별히 몸에 이상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Q 2005년 2월 정리해고 이후 10년이 지났다. 이번에 단식투쟁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A 올해가 투쟁을 시작한 지 꼬박 10년째다. 10년을 이대로 넘길 수 없다는 생각과, 올해 안에 승부를 보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무엇을 해야 할 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지금 코오롱정투위에는 12명이 남아있지만 대부분 생계투쟁 중이고, 김혜란 동지와 둘이서 활동 중이다. 생계투쟁 중인 동지들이 투쟁에 몰입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이 단식이 부질없는 몸부림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동지들을 설득해야만 했다. 그냥 단식이 아니라, 단식투쟁으로 현실을 돌파하겠다는 각오라고 이해해 달라.


Q 평소보다 천막농성장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을 것 같은데, 하루 일과는?

A 단식투쟁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쉽게 지치지 않고 오래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가급적 천막농성장을 사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만, 얼마 전 향린교회에서 열린 기도회는 꼭 찾아뵙고 코오롱 투쟁을 알려야겠다는 욕심이 생겨서 다녀왔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외출’도 가끔씩 하려고 한다.


Q 지역에서는 과천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구성한 ‘코오롱 해고노동자의 문제해결을 바라는 과천시민대책위원회’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들었다. 또한 과천 코오롱 본사 앞 천막농성을 해온 3년 동안 ‘코오롱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에 함께 하는 정치사회단체들도 변함없이 코오롱 투쟁에 연대하고 있다. 주로 어떻게 연대하는가.

A 코오롱공대위는 코오롱투쟁과 연계된 고민과 실천들을 사업으로 만들어가는 단위다. 반면 과천시민대책위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코오롱이 구미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을 한꺼번에 거리로 내몰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코오롱과는 상관없는 사람들”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에 대해 함께 아파하고 분노하는 과천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대책위를 구성했다. 그래서 코오롱이 정리해고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과천시민들이 지역 정당이나 종교단체, 시장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교섭 틀을 꾸리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과천시민대책위가 직접 만든 선전물을 지역 시민들에게 배포하는 선전전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Q 지난해부터 전국의 수많은 노동자, 시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코오롱스포츠 불매투쟁에 함께해 왔다. 이러한 불매사업들과 단식투쟁을 연결하는 것도 중요할 텐데.

A 불매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측이 세간의 웃음거리가 된 ‘102개 산(山 )가처분 신청’을 내고, 불매산행 때 등산로까지 몰래 따라와서 불매리본을 제거하는 등의 행태들을 종합해보면, 자본에 대한 타격은 분명히 컸던 것 같다. 앞으로도 불매운동을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진행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단식투쟁은 코오롱 자본을 직접 겨냥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 싸움이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에서 멀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 일례로 얼마 전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에서 대량으로 코오롱스포츠 제품을 구매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집중된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식투쟁을 통해 불매운동의 동력을 더욱 집중하고 확산시키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단식투쟁과 불매운동이 별개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이 싸움의 위력이 극대화되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고자 한다.


Q 많은 동지들이 단식투쟁 ‘이후’를 염려하고 있다. 코오롱 자본이 정리해고 문제를 끝까지 외면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A 단식투쟁을 시작하기 전에 같은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지난 10년 코오롱 정투위가 투쟁하는 동안, 대략 세 번 가량의 ‘끝장투쟁’이 진행됐다. 그 때마다 코오롱 정투위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일념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싸움을 펼쳐왔다. 그때마다 코오롱 정투위는 혼신을 다한 투쟁을 만들어왔고, 그것이 끝내 실패하든 좌절되든 최종적으로 일단락되는 국면에서는 이후 전망에 대해 논의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단식을 시작하면서 단식투쟁 종료 이후를 고민하는 것은 오히려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단식투쟁을 통해 이 싸움을 끝내야겠다는 각오로 임한 것이기 때문에, 다음 상황을 섣불리 예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인터뷰=임용현┃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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