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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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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문재인 정부에 대한 환상을 깨고

다시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가

 

백종성정책선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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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빠르고 다각적 행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 선언, 정윤회 문건 사건 은폐 재조사, 세월호 특조위 강제해산 진상파악, 국정교과서 폐기, ‘임을 위한 행진곡제창, 세월호 참사 비정규 교사 순직인정, 방위사업청 압수수색, 돈 봉투 만찬 검사 감찰, KTX 정비외주화 중단, 공기업 경영평가 시 일자리 창출 여부 단독지표로 반영,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기 수순 등이 그것이다. 자본도 정부 조치에 민감한 반응이다. 지난 525,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정규직화가 민간부문까지 확산되면 기업 경쟁력과 일자리 창출 여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했고, 이에 26일 정부는 경총은 일자리 문제에 책임 있는 핵심 당사자라고 맞받았다. 정부와 재계의 설전, 낯선 풍경이다. 광장항쟁이 만든 지층은 분명 존재하며, 문재인정부는 항쟁 없이 등장할 수 없었던 만큼 이를 의식한 초기 행보를 하고 있음이다.
그러나 한계는 명확하다. 한 예로, 정부가 성과연봉제 폐기와 함께 추진하는 것이 직무급제다. 박근혜의 성과연봉제가 성과를 실제로 측정할 수 없는 성과주의였다면, 문재인은 성과를 실제로 측정할 수 있는 성과주의를 원한다. 성과주의와 단체협상은 상극이며, 이는 박근혜의 성과연봉제가 내포했던 노조무력화 효과가 합리적 개혁의 외피를 쓰고 관철될 것임을 뜻한다. 정부는 대화와 개혁의 외피를 쓰고 조직노동을 침식하고자 한다.

 

사회적 대타협 - 중규직이 정규직을 대체한다

문재인 공약집이 명시하고 있으며 현 행보에서 거듭 확인할 수 있는 새 정부 노동정책의 골조는, 공공부문 개혁조치를 통해 해당 영역의 노사정 대타협을 이루어내고 이를 민간으로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의 첫 외부 일정이 인천공항임이 드러내듯 공공부문은 정부 노동정책의 핵심축이다. 또한, SK브로드밴드가 밝힌 비정규직 노동자 5천 명에 대한 자회사 전환조치와 LG유플러스의 동일 입장표명이 드러내듯 이는 민간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내건 무기계약직 노동자도 정규직이라는 논리는, 임금·복지·승진체계가 무기계약직군에 갇힌 평생 비정규직을 정규직이라고 규정하는 꼴이다. , 정부가 정규직화라고 주장하는 조치는 비정규직 고용의 일반화에 불과하다. 돌이켜보자. 노무현정부는 비정규직법에 “2년간 근무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비정규직 보호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비정규직법이 실시된 2007, 우리은행은 비정규직 3,076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이 조치가 정부가 지배하는 우리은행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비정규직법의 본질을 가리기 위한 정부 지배 영역에서의 위장이었다. 그러나 무기계약직은 결국 기한의 정함이 없는 비정규직일 뿐이다. 이후 은행권 전체에서 기존 정규직의 자리를 점차 무기계약직이 차지했다. ‘정규직 구조조정 비정규직 고용으로 대체 무기계약직 전환의 순서였다. 이렇듯 무기계약직이 전체 노동시장에서 일반화한다는 것은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을 대체해 감을 뜻한다. 우리은행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 시중에는 중규직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노무현정부 시절 만들어졌고, 박근혜정부 시절 최경환이 언급했던 이 단어가 현재 문재인정부의 행보로 다시 회자하고 있다.

 

자회사 노동자는 정규직이라는 논리

공공부문 자회사 설립을 통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흡수 방안도 마찬가지다. ‘자회사 소속도 정규직이라는 논리는 자동차 생산현장에 불법파견은 없으며 합법도급만 있다는 논리, 즉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현대차가 고용한 비정규직이 아니라 현대차 협력업체가 고용한 정규직이라는 불법파견 논리와 맞닿는다. 분명한 간접고용이 정규직화로 둔갑한다. 이를 드러내듯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제조업 불법파견에 대한 공약은 도급과 파견의 기준 마련 및 노무도급 금지로 대기업 불법파견 근절이다. 그러나 도급과 파견의 기준은 원청의 작업지시 여부로 지금도 존재하며, 노무도급 허용과 무관하게 파견법이 존재하는 한 불법파견은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문재인정부는 공약집을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동일사업장 내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원칙을 법제화하겠다고 했다. 얼핏 보면 좋아 보인다. 그러나 법적으로 현대자동차()와 현대자동차 하청업체는 다른 기업이다. 파견법을 철폐하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재인이 일자리 문제 해결의지를 강조하며 집무실에 붙인 일자리 현황판에는 비정규직 비율이 32.8%로 잡혀있었다. 일할 때는 사장이 되고 파업할 때는 노동자가 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 현대기아차 등 재벌이 협력업체 정규직이라고 규정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모두 제외한 수치다. 이미 통계청 제출 수치로만 839, 특수고용노동자와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합해 1천만을 훌쩍 넘는 비정규직 문제를 파견법 철폐, 하도급 구조 철폐 없이 해결하겠다는 것은 기만이다. “파견법 철폐 대신, 다단계 하도급 구조 대신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을 바꾸자.” 이것이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 해법이다.

 

양보의 강제를 거부한다

정부가 광주형 일자리에 주목하는 이유 역시 이것이다. 윤장현 광주시장이 폭스바겐-독일금속노조 사이에서 이루어진 지역 노사정 협약 아우토5000’을 모델로, 노사정 합의에 따라 연봉 4천만 원 수준의 일자리를 유치하겠다며 시작한 논의를 전국으로 확산하겠다는 것이 문재인정부의 공약이다. 그러나 1, 2차 협력사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기존의 정규직을 광주형 일자리와 같은 중규직이 대체하는 과정 이후, 기존 정규직-비정규직의 이중구조는 중규직-비중규직의 이중구조로 대체될 뿐이다. 물론 다단계 하청구조는 그대로 온존한다.

자본 역시 이런 협약을 원한다. 두산그룹 박용만이 회장으로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는 2017323, 19대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비정규직도 정규직 못지않은 당당한 처우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대신 정규직에 대한 각종 보호제도를 경쟁국 수준으로 낮춰 기업부담을 덜어줘야 합니다. 비자발적 실직 시에도 실업급여와 교육훈련을 통해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일자리 위원회는 다음 의제를 논한다. “1.일자리 정책의 기본방향 설정 및 중장기 기본계획 수립, 2.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질 개선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의 발굴·조정 및 평가, 3.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 4.근로시간 단축 등 일하는 방식의 개선 방안, 5.노동시장에서의 고용 및 근로 여건의 격차 해소를 위한 법·제도 개선 및 기반 확충 방안, 6.직업교육훈련 및 평생직업능력개발 체계의 개선 방안,

공공부문에서 온전한 개혁을 수행하고 이를 민간으로 확장시킨다면, 노동운동이 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일자리 위원회가 설정하는 기본방향이 무엇이 될지는 조건상 자명하다. 자본도, 정부도, 그리고 노동운동 내 사회적 합의주의 세력도 이런 협약을 원한다. 현재 그 방향은 정규직 고용창출이 아니다. 무기계약직, 항상 의 위치인 자회사 노동자 양산, 노동시간 단축에 동반하는 노동유연화, 곧 노동자의 양보일 뿐이다. 정부가 표방하는 작은 개혁조차 광장항쟁의 여진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노동자는 광장항쟁에 자신의 족적을 깊이 새기지 못했고, 그 결과 현 정부의 행보는 문제의 본질을 바꾸는 대신 대중의 인식을 바꾸고자 한다. “그나마 이게 어디냐라고 안도하는 사이, 우리는 파견법 철폐와 노동3권 현실화를 우리 스스로 불가능한 그 무엇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무기계약직·자회사 전환 대신 파견법 철폐와 정규직 전환, 그리고 불법파견 자본가의 구속처벌을 요구하자. 관제 노동회의소가 아닌 산별교섭 법제화와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자. 법원판결 대기가 아닌 전교조 즉각 인정을 요구하자. 아직 노동의 봄은 오지 않았다. 6월 총파업을 흔들림 없이 지켜내야 한다. 조직노동의 양보를 원하는 정권과 자본은 정규직-비정규직의 틈을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30주년, 다시 전진의 포문을 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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