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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7.07.14 18:11


배꼽 위에서 맥이 뛴다

 

박석준한의사(흙살림동일한의원장, 동의과학연구소장)


 

우리가 겉으로 만져서 알 수 있는 맥이 뛰는 부위는 목이나 손목, 발목 같은 곳이다. 목이 머리와 몸통을 잇는 것처럼, 목은 두 곳을 이어서 하나가 되어 서로 소통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목이 좋다는 말처럼 자리가 좋아 장사가 잘 되는 곳도 목이라고 한다. 목을 지킨다는 말처럼 어떤 길에서 거기를 통하지 않고는 다른 곳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중요하고 좁은 곳도 목이라 일컫는다. 좋은 목을 잘 지키고 있으면 모든 것을 장악할 수 있다. 그래서 맥을 잡을 때는 주로 손목에서 잡는다. 그러나 맥이 뛰는 곳은 손목이나 발목 말고도 많다. 사타구니, 관자놀이, 안쪽 팔꿈치, 오금 등등.

그런데 정상적인 경우에는 뛰지 않다가 병이 있으면 뛰는 곳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배꼽 위다. 대개 마르고 신경이 예민한 사람에게서 자주 나타나지만 뚱뚱한 사람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 근대 서양의학에서는 이럴 때 복부 대동맥류를 의심하게 되는데, 복부 대동맥류란, 복부의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이 정상보다 50% 이상 늘어나 풍선처럼 부푸는 병을 말한다. 이것이 위험한 이유는 파열이 되면 치사율이 높기 때문이다. 복부 대동맥류는 남자에게 많은데, 단지 맥이 뛰는 것만이 아니라 덩어리가 만져지는 경우가 많다. 원인은 혈관 벽이 약해져서 쉽게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혈관 벽이 약해졌다는 것은 물리적인 원인이다. 그러면 왜 약해졌는지를 따져야 하는데, 그 원인은 동맥경화 등에 의한 노화라고 한다. 이 역시 물리적인 원인이다.

 

모르고 놔두면 큰 병 된다

<동의보감>에서는 심장이 상하면 배꼽 위에서 맥이 뛴다고 말한다. 병이 가벼울 때는 맥이 뛴다는 걸 느끼는 정도지만 병이 심하면 벌떡벌떡 뛰는 맥이 느껴진다. 눌러보면 단단하고 약간 아픈 듯하다. 다만 이때 가슴이 답답하거나 심장 부위가 아프거나 손바닥에 열이 나거나 헛구역질 등의 증상이 있어야 심장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없으면 심장병이 아니다. 또한 심장병에서는 손목에서 긴장된 맥이 나타난다. 긴장된 맥을 현맥弦脈이라고 하는데, 마치 가야금의 줄 같은 것을 팽팽하게 당겼을 때 그 위에 손가락을 얹어서 느껴지는 맥이다. 배꼽 위에서 맥이 뛰는 경우는 대개 마르고 신경이 예민한 사람, 남자보다는 여자에게서 많다.

심장병의 증상은 대개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별다른 조치 없이도 저절로 사라진다. 그래서 더 지나치기 쉽다. 심장이 아픈 경우, 극심한 통증도 나타나지만 초기에는 조이는 듯한 통증이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다. 큰 통증은 아니지만 묵직하면서 왠지 심장이 멎을 것 같거나 죽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든다. 호흡이 곤란해지도 한다. 통증은 대개 심장 부위에서 느껴지지만 때로 가슴이나 배, 특히 명치끝에서도 느껴지기 때문에 심장병인지 모르고 지나는 경우도 많다. 이외에 불안하거나 가슴이 두근거린다든지 하는 증상도 있다.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면 주의해야 한다.

심장의 혈이 부족하면 잘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못하며 잘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불안해지며, 가슴속이 몹시 답답하여 참을 수 없이 괴롭고 즐겁지 못하게 된다.

다른 질환과 달리 심장병은 근대 서양의학의 진단으로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도 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경계해야 할 일이다.

 

심장병의 겉으로 드러난 증상

맥은 짚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겉으로 보기만 해도 심장병인지 알 수 있는 증상들이 있다.

첫째는 감정의 굴곡이 심해지는 것이다. 심장병이 생기면 기뻐했다 슬퍼했다 감정의 오르내림이 심하다. 심하면 쓰러지기도 한다. 감정의 변화 중 중요한 것은 잘 웃는다는 것이다. 이는 심장의 기가 실할 때 나타나는 것인데, 웃을 일이 아닌데도 웃음이 나오고 스스로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둘째로, 심장에 열이 있으면 얼굴이 붉어지고 실핏줄이 잘 터진다. 열은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주로 얼굴이 붉어지며 스스로도 열감을 느낀다. 이때 체온은 거의 오르지 않는다. 심장에 열이 있으면 피가 위로만 올라가고 몸 전체로 잘 돌지 못하기 때문에 실핏줄이 먼저 약해지며 조그만 충격에도 잘 터지게 된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몸의 여기저기에 멍이 든 것을 발견하게 된다. 눈의 실핏줄도 잘 터지므로 눈이 쉽게 충혈된다.

셋째는 입이 마르는 것이다. 심장병이 심해지면 허벅지나 장딴지 같은 큰 근육들이 마른다. 오금 같은 곳이 푹 꺼진다. 가슴속이 그득하여 숨이 차고 거북하면서 가슴속이 아프다가 어깨와 목이 당기면 위험하다.

이 모든 심장병의 원인은 마음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마음의 문제는 사람과, 또한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동체의 심장병은 몸만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과의 연관을 포함한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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