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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철도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이근조전국철도노동조합 정책국장


 

527일 조영량 동지(광운대역), 628일 김창수 동지(노량진역)...

두 명의 철도노동자가 철길 위에서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살아서 일할 권리를 외치던 노동자들이 한 달 간격으로 철길 위에서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일차적인 원인은 인력부족이다

철도는 이명박정권 당시 5,115명이라는 사상 최대규모의 인력감축을 겪었다. 충원하는 인원이 퇴직자 수보다도 적어 인력은 계속 줄어들었다. 더구나 신규 노선이 생기더라도 외주화하거나 내부 구조조정을 이유로 인력충원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 20073,391.6km이던 철길 길이가 20163,917.8km15.5% 늘어났고, 전철화율도 1,817km에서 2,817km68%나 증가했다. 반면, 200731,678명이던 인원은 201626,394명으로 무려 5,284명이나 줄었다.

정부와 철도공사가 외주화민영화 공세를 퍼부으면서 철도 현장은 지속적인 인력감축과 그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로 골병이 들었다. 이번에 사망재해가 일어난 광운대역의 경우, 기존 7명이 담당하던 수송업무를 고작 4명이 감당해야 했다.

현장에서는 매년 인력충원 요구가 높았지만 노동조합은 공기업의 정원을 늘리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기획재정부의 벽을 깨뜨리지 못했다. 정부가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인력감축과 구조조정, 재정효율성만을 강요하면서 노동강도는 철도노동자들을 짓누르고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현장의 업무를 감당하기 위한 적정인력이 얼마나 필요한가보다는, 기재부에서 철도공사에 할당한 정원 내에서 모든 업무를 수행해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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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대역에 마련된 故조영량 철도노동자 추모 시민분향소(위)와 노량진역에 마련된 故김창수 철도노동자 추모 시민분향소(아래). [출처 : 전국철도노동조합]


안전한 작업환경 구축이 필요하다

노동부는 이례적으로 이번 철도노동자 사망재해에 대해서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설령 인력이 충원된다고 하더라도 철도 현장에 만연한 위험 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다. 노량진역 사고에서 드러나듯 열차 운행 중에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열차가 다니지 않는 시간에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온전히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규정에 맞게 열차 사이의 대피구간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열차에 올라타서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이동하며 작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사업장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모든 작업을 중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당연한 이야기가 위정자의 입을 통해 포고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이같은 의지를 수백 수천 번을 강조하더라도, 정작 현장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이는 허울 좋은 정치 슬로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는, 일하다가 죽고 싶지 않다는 현장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를 제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위험업무에 대한 충분한 인력 충원, 안전한 작업환경 구축. 철도노동자들의 생명이 걸린 문제이자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철도노동자들은 이 당연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지만, 철도공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잇따라 사망재해가 발생하자 사고 책임을 목숨을 잃은 노동자 개개인에게 덮어씌우려 한다는 점이다. 지난 75일 철도공사는 <부사장님 불시 현장안전활동 결과 보고>라는 문서를 현장에 뿌렸다. 이 문서에서 사측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사고장애 및 직원 사상사고의 주원인은 근무기강 해이라며 위규자를 강력 처벌하고 연대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전업무에 도리어 인력을 감축하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자들이, 반성은커녕 기강 해이’, ‘위규자 처벌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 닥쳐올지 모를 죽음을 짊어지고 일해야 하는 현장노동자들에게 기강해이라니, 어이 없음을 넘어 많은 조합원들이 분노를 금치 못했다. 단언컨대 지금 가장 엄중하게 처벌해야 할 자들은 철도 현장을 죽음의 일터로 만들어놓은 정부와 철도공사의 책임자들이다.

되풀이되는 철도 산재사망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지난 정권에서 자행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가짜 정상화이자 노동조합 말살프로젝트라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난 지금, 철도 현장을 들쑤셔놓았던 그 모든 적폐들도 하루 빨리 청산해야 한다. 살기 위해 일하러 나온 노동자가, 일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어선 안 된다. 노동자가 죽어나가는 지옥의 철도는 시민들에게도 재앙을 예고한다. 인력충원과 외주화한 업무에 대한 즉각적인 환원은 공공철도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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