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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제정 왜 필요한가?

 

강동진사회운동위원장


 

사전적으로 차별이란 둘 이상의 대상을 특정 기준에 따라 우열을 따져 구별하는 행위를 말한다. 종교, 장애, 나이, 신분, 학력, 성별, 성적 취향, 인종, 생김새, 국적, 나이, 출신, 사상 등의 이유로 특정한 사람을 우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고,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1960년대까지 흑인에 대한 법적인 차별이 있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인종차별이 정책으로서 실행되기도 하였다. 사회적 차별은 1948년의 세계인권선언이나 국제인권규약, 여성차별철폐조약 등을 통해 형식적으로는 사라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각종 차별은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으며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의 긴급성

우리나라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함으로서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법 2조에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조항을 두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기혼·미혼·별거·이혼·사별·재혼·사실혼 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 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을 이유로 하는 차별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헌법에서 평등권을 보장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을 통해 다양한 차별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에는 차별이 만연해 있다. 최근에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입시·채용시 출신학교 차별이 존재한다고 응답한 학부모가 90.2%에 달한다는 결과 보고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 109일 제네바에서 개최된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한국정부에 대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차별금지 사유를 둘러싸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하여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를 충분하게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차별금지법제정이 지연되는 것을 우려했다. 아울러 인권 존중의 보호와 인권의 평등한 향유에 대한 차별의 해로운 영향에 대해 국민과 입법자들에게 인식을 제고하라고 한국정부에 권고했다. 특히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긴급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수많은 인권침해의 원인이자 결과로서 인권현실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시급한 사안이 차별이기 때문이다.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여러 권고 사항 중 18개월 안에 이행 상황을 보고해야 할 3대과제의 하나로 차별금지법제정을 꼽기도 하였다. 사회권위원회 뿐만 아니라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 소수자 차별을 다루는 위원회들도 한국정부에 차별금지법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유엔인권기구들이 모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해 온 것이다.

그 이유는 차별금지의 원칙은 인권을 인권답게 만드는 본질이기 때문이다. 인권은 사람이면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누리는 권리이다. 따라서, 보편성은 인권의 본질적 성격이기도 하다. 현실에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권의 보편성이 충분히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인 것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10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밝히고 있듯이 차별금지법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평등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또한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한국사회에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다양한 차별의 현실을 알려내고, 차별을 실질적으로 구제함으로써 평등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근거이기도 하다. ‘차별이 무엇인가를 사회구성원들이 활발히 소통하고 자신의 특정한 경험을 차별로서 해석하고, 그것에 대해서 저항할 수 있는 제도적·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인권위법은 일반적 차별금지법으로 기능한다고 얘기되긴 하나, 인권위법은 인권위의 조직과 권한을 규율하는 것이 일차적 목적이다. 그리고 전형적인 차별의 유형인 괴롭힘이 차별행위에 포함되지 않고 있으며, 차별의 지시나 조장 또는 보복행위에 대한 규정도 없는 등 내용적으로도 불충분하다. 그리고 현재 존재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개별적 차별금지법들의 체계가 통일되어 있지 않아서 차별시정절차와 차별판단기준의 통일을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근거로 차별금지법제정을 뒤로 미루는 것은 인권에 무관심하고 차별에 대해 방관하겠다는 반인권적 정부임을 자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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