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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2)

 

김혜진비정규교안작성팀

 


차별은 단지 정규직에 비해서 임금과 노동조건이 낮다는 것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가 있는데, 차별은 연령이나 성, 고용형태, 직무 등의 이유로 어떤 노동자들을 이 권리로부터 제외시키는 것이다. 차별의 이유가 어떤 것이든 그것이 보편적인 권리로부터의 배제이기에 결코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이같은 차별은 기업이 노동자를 초과착취하고 단결하지 못하도록 노동자들 사이에 위계를 만드는 것이다. 차별의 결과로 높은 위계의 노동자들은 허구적 우월성을 갖고 기업과 자신의 일체감을 느끼며 순응하고, 낮은 위계의 노동자들은 차별을 자신의 책임이라 여기며 위축되고 무력해진다.

 

차별에 저항한 노동자들

노동자들이 차별에 저항하기는 쉽지 않았다. 차별시정제도를 이용하려고 하면 다음 재계약 때 탈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실에 순응하거나, 혹은 잠시 일하는 일자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해버리거나 혹은 자신의 자존감을 죽이고 나는 원래 그래라고 생각하면서 체념하거나, 차별당하는 현실을 잊거나 인식하지 않으려고 발버둥 쳐 왔다. 이런 개별적인 대응은 노동자들은 매우 무기력하게 만들고 또 다른 약자나 불특정 다수를 향해 분노를 쏟아내게 만들기도 했다. 지금의 차별이 정당하지 않으며, 차별받는 현실이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하지만, ‘집단적 힘으로 대응할 때 저항은 시작된다.

한국노동운동의 역사를 보더라도 노동자들은 차별받는 현실에 의문을 던지고 집단적인 힘으로 현실을 바꾸고자 했다. 80년대 초반부터 여성노동자들은 노동현장에서의 성차별 임금철폐와 동일노동 동일임금, 모성보호를 요구하며 투쟁해왔다. 그 결과로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그 이후에도 현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의 차별철폐를 위해 투쟁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자신의 권리를 말하기 시작했다.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 제조업 공장에서 공공부문에서 차별에 저항하며 투쟁하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은 차별을 극복하고 노동자들의 단결을 만드는 운동이었다. 노동자들은 다양한 차이를 갖고 있지만 이 차이를 뛰어넘어, 그리고 기업과 정부가 추진하는 위계화도 뛰어넘어 함께 단결하여 투쟁할 수 있다는 것을 믿었고 그런 현실을 만들기 위해 싸웠다. 1995년에는 생산직과 사무직의 차이를 넘어, 업종별 차이를 넘어 하나의 조직으로 단결하고자 민주노총을 건설했다. 그 이후 기업의 규모와 고용형태의 차이를 넘어 단결하기 위해 산별노조를 건설하고자 했다. 롯데호텔, 이랜드·뉴코아, 세종호텔 등의 사업장에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 위해 한 노동조합으로 뭉쳐 투쟁하기도 했다. 그래서 민주노조운동인 것이다.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파헤쳐야 한다. 고령자에게는 젊은이들을 위해 양보하라며 임금피크제를 강요한다. 여성은 생계부양자가 아니라고 차별을 하고, 청소년과 청년에게는 열정페이를 강요한다. 공공부문에서는 시험을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별을 정당화한다. 차별로 얻어진 이익은 모두 자본에게 돌아간다. 안정되게 일하고 정당한 임금을 받을 권리는 모두의 보편적인 권리인데 마치 승자의 전유물인 것처럼 만들어버린다. ‘공정함으로 포장된 능력주의와 경쟁승자독식의 논리를 넘어서야 한다. ‘권리는 모든 노동자의 것이며, ‘함께 살아야 한다는 노동자의 원칙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도 재구성되어야 한다. 최근 기업과 정부는 동일노동 동일임금다른 노동 다른 임금으로 해석하고, ‘차별받는 노동자들은 하는 일이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의 연계성은 파괴되고 마치 각각이 독립적인 직무를 하는 것처럼 인식된다. 하지만 모든 노동은 연계되어 있으며 각각이 필요한 일이다. 교사와 조리사와 행정업무를 하는 이들과 도서관 사서 등 모든 이들이 협력하여 교육을 이루는 것처럼, 모든 일이 연결되어 있고 그 일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노동을 개별화하고 위계화하는 시도에 맞서 노동의 필요성과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

차별감수성을 키우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현장에서의 일상적 차별은 매우 소소하게 느껴지고 개인의 문제로 취급된다. 그러나 작업복 색깔, 호칭 등 작은 차별이 노동자들에게 매일매일 위계를 각인시키는 역할을 한다. 작은 차별 요소부터 평등하게 바꾸려고 노력하다 보면 자본의 통제전략이 얼마나 일상적으로 노동자들을 갈라놓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또한 노동자들은 이런 일상의 차별을 바꾸는 노력으로 노동자의 연대감을 확대할 수 있다. 일상의 차별을 부수적인 문제로 간주하지 말고, 개인의 문제로도 인식하지 말고, ‘집단적 힘으로 이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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