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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 파괴한 KT,

불법과 인권유린으로 가득하다

 

이주용정책국장


54-KT사측의 노조선거 개입01.jpg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전말이 끝도 없이 드러나는 요즘이지만 일터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민주주의는 회사 출입문을 넘지 못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사측의 감시와 통제는 불법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 1018, 광화문광장 KT 본사 앞에서 KT 노동자들이 농성에 돌입했다. 올해 11월 치르게 될 KT노동조합 선거에 사측이 노골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확보한 증언과 녹취록에 따르면 사측 임원이 회사에 복종할 사람을 노조위원장 후보로 낙점했고 KT 황창규 회장은 이를 승인했다. 민주노조를 염원하는 KT노동자들은 사측의 후보선정과 선거개입에 항의하며 노숙농성과 함께 전국 KT 지사 앞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KT는 지난 20여 년간 노조선거 불법개입을 관례처럼 지속해왔다. 노동조합법 81조는 사측이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KT 사측이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이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해도 검찰은 번번이 불기소처분으로 눈감아주었다. 덕분에 KT는 노동조합을 효과적으로 무력화하고 회사의 거수기로 만들었다. 민주노조가 무너진 후 KT가 지옥의 일터가 된 것은 필연적인 결과였다.

 

민주노조 말살, 기술 들어갑니다

지금의 KT노동조합은 이름만 노조일 뿐 사측관리자 2중대로 전락해 임금삭감과 구조조정에 앞장서 합의해주고 있지만 KT에도 민주노조 깃발이 나부끼던 때가 있었다. 오랜 어용노조체제를 청산하고자 투쟁했던 노동자들은 1994년 민주파 노조집행부를 선출한다. 단일공기업 최대 규모인 5만 조합원을 자랑하던 한국통신 민주노조의 출범이었다. 당시 김영삼정부가 한국통신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조는 곧이어 민영화 저지투쟁에 나섰다. 그러자 정부는 한국통신노조를 국가전복세력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탄압을 가했다. 노조집행부가 농성하던 조계사와 명동성당에 유례없이 공권력을 투입해 폭력적으로 침탈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정부는 한국통신 민주노조를 깨는 데 혈안이었다.

이로부터 14년 뒤인 2009KT노동조합은 민주노총을 탈퇴한다. 이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라 1994년 민주노조 출범 이후 정부와 사측의 지속적인 노조파괴 공작의 결과물이었다. 우선 사측은 노무관리의 일환으로 CP프로그램을 도입했다. ‘CP’C-Player, 즉 능률이 떨어지는 직원을 뜻하는데 실제로는 민주파 조합원들에게 낮은 평점을 주어 민주노조를 와해하려는 전략이었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조 활동가들의 동향을 파악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수시로 사찰보고서를 작성했고 일반조합원들도 성향에 따라 분류해 감시했다. 민주파를 지지하면 연고도 없는 지역으로 강제전보했고, 2009년에는 고과연봉제를 도입해 회사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임금도 삭감했다. 조합원들이 민주노조에 동조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한 것이다.

사측은 철저한 감시와 통제로 현장을 장악하면서 노조선거에 전면 개입했다. 체계적인 선거대응전략을 세워 후보자선정, 이미지관리 및 홍보전략, 투개표지침까지 만들었다. 현장관리자들은 강제전보와 고과로 조합원들을 협박하며 사측후보에 투표할 것을 종용했다. 심지어 투표용지의 한쪽 구석에 몰아찍기를 시키는 일까지 벌였다. 반면 민주파 조합원들은 사측에 의해 투개표 참관조차 거부당했다. 그 결과 민주파는 1996년부터 2014년까지 7번의 노조선거에서 연달아 패배했다. 특히 2008년 선거와 2009년 민주노총 탈퇴는 국정원이 개입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민주노조를 파괴하겠다는 일념으로 정부와 사측이 공모한 것이다.

 

임원과 주주에게는 천국, 노동자에게는 지옥의 일터 KT

민주노조가 무너진 결과는 참혹했다. 2002년 김대중정부는 한국통신을 완전민영화했고 90년대 후반부터 지속한 인력구조조정으로 지금까지 4만여 명이 쫓겨났으며, 4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악질적인 노무관리에 시달리다 자살과로사돌연사로 사망했다(한국통신 민영화에 대해서는 변혁정치53호 특집 통신공공성 쟁취 투쟁참조). 어용노조는 2009년 고과연봉제에 이어 2015년 임금피크제에 합의했는데 적용 4년차에 무려 임금의 40%가 깎여나가는 기막힌 구조다.

이번에 노조선거 개입이 드러난 황창규 회장은 취임 첫해인 20148,300명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명예퇴직에 반발한 노동자들은 업무지원단이라는 신설조직을 만들어 강제전보했다. 이 노동자들은 관리자들의 감시를 받으며 허드렛일을 하기 일쑤다. 관리자들은 폭언과 모욕적 언사, 성희롱까지 서슴지 않는다. 사측은 민주파 조합원 대다수를 이 업무지원단에 배치해 조합원들과 분리하는 한편 기본적인 인권조차 유린한다.

민영화한 KT는 노동자들을 쥐어짜면서 경영진과 주주들의 사유물로 전락했다.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황창규 회장은 박근혜최순실 일당에게 86억 원을 바치면서 자신의 연봉도 2배로 올렸다. 동시에 매년 1천억 원 이상의 현금배당을 주주들에게 나눠주었다(20151,200, 20161,900). 그간 국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높은 통신료뿐이다. 따라서 KT 민주노조 쟁취투쟁은 노조위원장을 바꾸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공공재인 통신망을 사유화한 채 노동탄압을 자행하고 국민을 수탈한 KT를 바꾸는 싸움의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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