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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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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싸움이 끝이라고 누가 얘기하는가?”

만도헬라 투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목소리인천

 

 

길었던 추석 연휴 전후로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이하 만도헬라’) 투쟁을 둘러싸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난 921일 고용노동부가 금속노조 인천지부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이하 만도헬라지회’) 소속 28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원 불법파견으로 고용되어 있음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928일 고용노동부는 만도헬라 내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파견 시정, 직접고용을 명령했다. 불법파견 판정 이후 만도헬라 노동자들은 한 달여간 진행하던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 노숙농성 투쟁을 마무리하고 투쟁거점을 송도 만도헬라 공장 앞으로 옮겼다. 그리고 추석 연휴가 찾아왔다.

연휴 직후 SNS에는 만도헬라 투쟁문화제 공지와 취소 공지가 연달아 올라왔다. 곧이어 상황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배태민 전 지회장을 비롯한 간부 몇 명이 주도해 금속노조를 집단 탈퇴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배태민 전 지회장은 금속노조가 정규직 전환을 쟁취할 의사가 없으며 정치 성향의 집회만을 조합원들에게 강요하면서 조합원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금속노조에 가입되어 있으면 사측이 정규직 전환을 시켜주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책임지고 10월 말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겠다고도 약속했다.

만도헬라 자본에 매수된 것이 분명한 전 지회 집행부의 금속노조에 대한 비방과 탈퇴 종용,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10월 말 정규직 전환 약속으로 250여 명의 조합원 중 200여 명이 금속노조를 탈퇴했다. 올해 2월 노동조합 설립 때부터 우려하던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 것이다. 민주노조가 아닌 제2노조, 어용노조의 설립을 통한 민주노조 무력화.

 

만도헬라 자본의 노조파괴 시나리오

만도헬라 자본의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2010년부터 계속되는 전형적인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입각해 있다. 만도 자본은 이미 만도기계에서 금속노조 파괴에 성공했던 경험이 있다. 올해 2월 만도헬라에 노동조합이 세워지자마자 만도헬라 자본은 하청업체 HRTC 폐업 및 130명 대량해고로 노조탈퇴를 협박했다. 자본은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강제적 전환배치 및 32교대로의 교대조 개편을 단행했고, 근로기준법과 파견법 준수를 요구하는 수준의 임단협 요구조차 불성실하게 임했다. 만도헬라지회가 530일부터 파업투쟁에 돌입하자 대체인력 투입, 하청업체 폐업 및 조합원 전원 해고, 직장폐쇄로 대응했다. 그리고 자본은 마지막 일격으로 어용노조를 설립해 노조 내부를 분열시키고 조직력·투쟁력을 와해시키고자 했다.

위 과정은 2010년부터 익숙하게 봐왔던 자본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이다. 만도기계, 유성기업, 갑을오토텍 등에서 마찬가지로 벌어졌던 일이다. 노조파괴 컨설팅 회사가 개입되어 있고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일상적 감시, 사찰이 있었다는 점까지 지독하게 빼닮았다. 지난 10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의원이 공개한 만도헬라 내부문건에서는 만도헬라 자본이 2013년 당시 창조컨설팅 소속 노무사를 통해 도급운영 관련 자문을 구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그리고 20172월 노조 설립 이후에는 만도헬라 자본이 만도의 노사협력팀과 협력하여 노조 집행부에 대한 사찰 및 정치 성향 분석, 구호·피켓·현수막의 내용, 집회 참석 인원 및 언론보도 보고 등을 포함한 감시를 진행했다는 점도 밝혀졌다. 최근의 금속노조 집단 탈퇴 역시 한라그룹과 만도 자본이 노조파괴 시나리오의 일환으로 개입해서 벌어진 일임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조직력·투쟁력을 회복하여 만도헬라 자본의 노조파괴 전략에 맞서자

이같은 노조파괴 전략에 만도헬라지회는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남은 50여 명의 진성조합원들을 모으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조합원 총회를 통해 지회장 직무대행, 수석부지회장 직무대행을 선출하는 등 집행체계를 정비했다. 나아가, 기존의 지회 운영에 대한 평가를 통해 더욱 민주적, 자주적, 투쟁적인 노동조합으로 거듭나기를 결의했다. 중단된 투쟁 일정들을 복구하여 청와대, 국회, 한라그룹 본사 앞 거점 피켓팅, 매일 공장 앞 출근투쟁 및 노숙농성, 매주 목요일 투쟁문화제를 재개했다. 이렇듯 만도헬라지회가 투쟁력을 회복하면서 떠나간 조합원들도 속속 돌아오기 시작했다. 집단 탈퇴 이후 40여 명의 조합원들이 다시 금속노조로 복귀했다. 현재 만도헬라지회에는 90여 명의 조합원들이 버티고 있다.

벌써 배태민 전 지회장이 금속노조 탈퇴자들에게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던 10월 말이 찾아왔다. 그리고 조만간 만도헬라 불법파견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 명령 이행기한인 117일이 다가온다. 조직력과 투쟁력 회복에 만전을 기하면서 117일에 대비해야 한다. 내부문건에서 드러났듯이 만도헬라 자본이 두려워하는 것은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노동조합 이슈이다. 오히려 자본은 민주노조보다 값싼정규직 전환, 정규직 노예로의 전환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만도헬라 노동자들은 단순히 정규직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본의 노예로 살기 싫어서, 차별에 저항하며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정규직 전환은 그 필요조건일지언정 충분조건은 결코 아니다. 초심을 곱씹으며 정규직 전환뿐만 아니라 현장으로 돌아갔을 때 당당한 노동자로 일할 수 있는 권리, 노조 할 권리를 쟁취하자. 90여 명의 조합원들이 바로 그 투쟁의 선봉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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