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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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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겐 노동할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는다

 

지수사회운동위원회

 


많은 남성들이 말해왔다. 취업시장은 남성에게 너무나 불리하다고, 군대에서 2년을 썩고 나오면 여성 동기들은 취직해서 자리 잡는데 나는 그때야 취업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요즘 같은 세상에 남녀차별이 대체 어디 있느냐고, 남성이라서 유리한 게 과연 있기는 한 것이냐고... 그러나 이번 금융권과 공기업 채용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기업들은 남성노동자를 뽑기 위해 점수를 조작했고, 그 과정에서 합격권의 여성들은 영문도 모르는 낙방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여성노동자에게 노동시장은 진입부터가 장벽의 시작이었고, 취업 이후에는 꽃으로만 취급되어 중요업무에서 밀려났고, 승진의 문턱에서 수차례 주저앉아야 했으며, 부당한 퇴사의 압박에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금융권 입직차별을 통해 드러난 남성할당제, 여성의 하위직군화

금감원이 42일 발표한 KEB하나은행 특별감사 결과, 하나은행은 지난 2013년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시 남녀 채용 비율을 41로 사전에 결정했음이 밝혀졌다. 하나은행은 남성지원자에게 더 높은 점수를 부여했고, 채용 결과 실제 합격자의 비율은 5.51로 더 벌어졌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5년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 서류전형에서 남녀 채용비율 기준을 조작해 고의로 남성 지원자 100여 명의 점수를 올려줬다. 43KB국민은행 인사부 팀장이 구속되었고, 6일 금융노조는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을 남녀고용평등법 위반혐의로 서울지방노동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5대 은행의 2015년과 2016년 정규직(대리·행원 직급) 신규 채용 인원 중 여성 비율은 평균 29.9%에 불과했다. 그 중에서도 하나은행은 201519.1%, 201618.2%로 가장 낮았다. 여성노동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융권에서 나타난 아이러니한 결과는 바로 여성노동자의 하위직군화에 있었다. 국민은행은 ‘L0’, 신한은행은 ‘RS직군’, 우리은행은 개인금융서비스직군’, IBK기업은행은 준정규직이라는 이름의 하위직군을 만들어 여성노동자로 채워왔다. 1997IMF 외환위기 이후 대량실업과 노골적인 성차별적 구조조정으로 은행을 떠났던 여성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금융권에 진입했다. 90년대 초에 사라졌던 여행원제도는 이름만 바꿔 계속 유지되었고, 은행은 성비를 맞춘다는 황당한 이유를 들어 남성할당제를 시행해 온 것이다. 금융권 내 관리직 남성노동자-하위직 여성노동자의 성차별적 노동구조는 이렇게 형성되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구인구직 사이트 워크넷 취업도우미-면접요령 여성지원자 연관 질문 및 모범답변코너에서 커피나 복사 같은 잔심부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결혼 후 아기가 태어나면 어떻게 하겠는가”, “결혼은 언제 할 계획이냐”, “결혼 후 남편이 사직을 강요하면 어떻게 하겠냐등의 질문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결혼계획이 없다고 답하는 것이 현명하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남편과 이야기해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동의를 얻겠다는 등의 답변을 코치해 논란이 되었던 사건이 불과 4년 전 일이다. 면접관은 여성구직자에게만 (결혼, 남자친구, 출산계획)을 묻는다. 구직자의 업무수행능력과는 아무 관련 없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현명한(?) 답변이 당락을 결정하는 더 큰 변수로 등장한다. 고용에 평등은 없었다.

여승무원들을 철도의 꽃이라 부르며 비정규직으로 대거 모집 채용했다 해고한 코레일, 면접평가표를 조작해서 합격권에 있던 여성 지원자 7명을 집중적으로 떨어뜨린 가스안전공사,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지원자를 탈락시킨 대한석탄공사, 1957년 창사 이래 2016년까지 약 60년 동안 결혼하는 여성 직원을 예외 없이 퇴사시켰던 금복주... 노동시장에 만연한 성차별적 사고와 관행들은 모집, 채용에서부터 퇴직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이어졌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노동현장에서 여성 차별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가정 양립 정책, 경력단절 여성 대책을 넘어서

정부의 여성노동정책은 항상 가정 양립 정책의 하위카테고리에 위치해 왔고, 시간제일자리와 같은 경력단절 여성 대책의 틀을 넘어서지 못했다. 성차별적 고용구조 속에서 관행화 된 입직차별, 직장 내 성희롱, 성별임금격차와 승진차별, 여성 조기정년과 여성 결혼퇴직제 등 산적해 있는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결국 성차별적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에게 불안정한 저임금의 일자리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채용 성차별 기업에 대한 당국의 철저한 조사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성차별적 채용 관행이 일부 금융권과 공공기관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여성을 보조적 노동자로 보는 성차별적인 노동분업은 자본주의 착취의 주요 전략이었다. 이같은 전략은 여성의 노동을 부차적인 노동으로 평가절하하고, 여성의 임금을 가정 경제의 보조수입원으로 취급해 왔다

이제 성차별적 노동구조를 강제하고 있는 자본과의 싸움을 통해 실질적 성 평등을 위한 기획과 투쟁을 전개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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