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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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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모르는 갑질의 질주현장,

어린이집

 

서진숙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


 

한 아이가 친구를 발로 찼다. 그런 모습을 보면 교사가 얼른 가서 무슨 일이었는지 자초지종을 두 아이에게 듣는다. 한 아이는 불렀는데 대답을 안 했어. 그래서 발로 찼어하고, 또 다른 아이는 갑자기 와서 발로 찼어. 나는 못 들었어!” 한다. 교사는 한 아이에게는 친구가 부르면 대답을 해야 한다하고, 또 한 아이에게는 못 들었다고 하네. 친구를 발로 차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중재하고 나면 발로 찬 아이와 또 다시 이야기를 한다. “어떤 사람도 사람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친구를 상하게 하는 일은 진심으로 미안한 일이다.”, “그런 일은 안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런 일은 어린이집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일이다.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태어난 지 몇 달 안 되는 아이들부터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일곱 살 아이들까지 매일매일 또래끼리 이런 일상을 보내고 교사들은 매일매일 이런 상황을 중재한다. 그래서 어린이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주 어린 아이들은 이런 일상을 반복하면서 경험하는 만큼 또 커가는 만큼 알아간다. 누구나 다 소중한 사람이며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리고 누구나 잘못할 수도 실수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인정하고 미안해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건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고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교사와 아이들은 사람을 대하고 관계 맺는 기본적인 가치를 알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같이 생활하는 원장과 부모, 원장들의 단체, 부모들의 단체는 이 기본을 망각한 듯하다. 어린이집의 갑질이 재난 수준에 가깝다고 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들이 있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발급받은 사람은 120만 명에 이르고 있지만, 실제 그 보육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교사는 28만 명 정도이다. 보육교사 자격증은 남발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어린이집 현장에서 교사는 쉽게 쓰고 버려도 되는 사람들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제외한 어린이집에서는 경력을 인정해 주지 않아도 된다. 그런가하면 호봉을 인정해 줘야 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3년 이상 근무한 교사들은 장기근속자라고 하여 온갖 방법을 동원해 잘라내려고 한다. 보육교사들은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그 다음해 2월 계약을 한다. 그래서 매해 11월 정도가 되면 어린이집 원장과 일명 독대라고 하는 개별 면담을 통해 근로계약을 갱신할 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렇게 개별 면담이 시작되는 11월경부터 계약이 시작되는 3월 초까지 정말 많은 교사들이 자신들의 상황을 토로해온다. 토로해오는 말들은 참담하다. “당신 하나 나가면 신규 교사 다섯은 채용하니 나가라”, “아이들 수가 줄어드니 나가라”, “원장 말에 따박따박 말대꾸하니 나가라”, “살이 너무 쪘으니 20을 빼고 오지 않으면 나가라”, “하고 다니는 복장이 우리 어린이집 격에 맞지 않고 떨어지니 나가라”, “당신은 아마도 아동학대를 할 거 같으니 나가라”, “교회를 다니니 않으니 나가라. 이 교사들을 잘라내도 더 쉽게 다루고, 더 싸게 쓸 수 있는 교사가 언제나 대기하고 있으니 교사들은 함부로 대해져도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일명 페이-이다. 원장은 교사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빌미로, 연차 높은 교사, 나이 많은 교사들은 재취업이 어렵다는 것을 약점 잡으며 교사들에게 페이-백을 요구한다. 요구라기보다는 고용을 빌미로 한 협박이다. 일명 파트타임 정교사다. 원장은 파트타임 교사를 채용하고 정교사로 지자체에 등록한 후 그에 따라 지급되는 교사 수당을 교사들로부터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그리고 그에 따른 어린이집 지원비도 챙긴다. 또 교사들에게는 채용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사용자가 내는 4대 보험료를 매달 돌려받기도 한다. 한 명의 노동자, 한 명의 교사라고 하기엔 보육교사들이 처한 상황과 조건은 노예계약을 한 노예와 다를 바 없을 때가 있다. 이렇게 함부로 대해지면서도 교사로서 내가 하는 일의 의미, 일의 가치, 일에 대한 자긍심같은 것을 마음에 품고 지킨다는 것은 참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다.

 

쉼표 없는 노동

이렇게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또 함부로 일을 부려 먹는다.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기본 12시간 이상 운영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보육교사들은 오전과 오후로 시차제 근무(당직)를 한다. 어린이집에 평가인증제도가 들어오면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서류가 근로계약서이다. 복지부에서 근로계약서표준 양식을 내려주기도 하고, 또 원장들의 단체인 원장 연합회에서 자기네들이 만든 표준근로계약서를 돌려쓰기도 한다. 이 근로계약서에는 근무시간의 시작과 끝 시간이 정해져 있고, 하루 1시간의 휴게시간이 있다. 그리고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포괄임금제가 명기되어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매해 학기 초가 되면 연차 대체 합의서를 쓰게 한다.

표준 근로계약서에는 1시간 휴게시간이 포함된 9시간의 노동시간이 표기되어 있다. 어린이집 교사도 같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휴게시간이라고 하는 ‘1시간점심시간은 교사들에게는 노동강도가 가장 높은 즐겁게 식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식사 지도 시간이다. 누구는 그렇게 말한다. “집에서 아이 하나 밥 먹이는 것도 힘든데 열 명, 스무 명 밥을 어떻게 먹이냐. 그런 일을 하는 시간을 근로계약서에는 버젓이 휴게시간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9시간 연속으로 근무하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 9시간 정도는 오롯이 아이들을 보는 보육시간이다. 아이들을 보는 9시간이 지나면 탈진한 상태로 또 다시 매일매일 1시간 이상씩 일지와 관찰일지를 작성해야 하고 그 외에도 150여 종의 행정 서류업무를 교사들이 분담해서 작성해야 한다. 지난해 실태조사 결과 집에 가서 일하는 업무 시간이 한 달에 평균 43시간 정도 된다고 한다. 보육교사들은 한 달에 한 주를 더 일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집에 싸들고 가서 하는 일만 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보육에, 행정업무에, 교구제작에, 행사에 초과 노동을 하지만 초과근무수당같은 것을 받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근로계약서에는 포괄임금이라는 게 명시되어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도대체 얼마나 무료노동을 하고 있는지 계산조차 하지 못한다. 간혹 노동조합을 찾아와 그동안의 체불임금을 계산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록이 남겨져 있고, 증명할 수 있는 자료만 가지고 계산을 하더라도 보통 한 사람에게 3~4천만 원이 계산된다.

이렇게 매일 쉼표 없이, 숨 쉴 틈도 없이 일하지만 또 단 하루의 쉬는 날도 주지 않는다. 학기 초가 되면 원장은 연차 대체 합의서를 들고 다니며 서명을 받는다. 교사들은 무엇인지 알면서도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서명을 하고, 또 대부분은 이게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서명을 한다. 연차 대체 합의를 하고 나면 마이너스연차다. 사용할 연차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빨간 날이 연차 수보다 많다며 받았던 급여를 일당으로 토해내라는 요구를 받기도 한다. 간혹 연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연차를 쓰고 싶은 날에 사용할 자유 같은 것은 없다. 일명 방학을 연차로 갈음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어린이집에서 여섯 명의 교사가 노동조합에 상담을 요청했다. 원장이 취업규칙을 변경하겠다며 서명을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취업규칙이 불이익하게 변경되고 있는지 그동안의 취업규칙을 살펴보니 너무나도 안타깝게 매해 반복적으로 연차대체’, ‘포괄임금에 합의하는 서명을 해왔던 것이다. 이 상황을 설명해주니 선생님들은 그동안 무엇인지도 모르고 서명해 왔던 우리가 바보 같다며 다들 울먹였다.

 

의심받는 노동

그러면서도 보육교사들은 아동학대 잠재적 가해자로 낙인찍히고 있다. 2015년 아동학대 사건과 CCTV가 의무 설치된 이후 교사들은 모두 싸잡아 아동학대를 할사람들로 치부되곤 한다. CCTV 아래에서 근무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고, CCTV 모니터는 현관 입구에 놓아두고 원장이나 학부모들이 수시로 오가면서 볼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준다. 그것에 더해 네트워크 TV를 사용하는 곳도 많다. 핸드폰, 집에 설치된 TV, 컴퓨터 등으로 원장, 학부모들이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어린이집 현장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 TV 아래에서 근무하는 한 교사는 수시로 인터폰이 울린다고 이야기한다. 집에서 직장에서 어린이집을 보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학부모들은 화면을 보다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면 바로바로 전화를 걸어 인터폰으로 연락을 한다. “우리 아이 일어났는데 왜 안쳐다보세요?”, “우리 아이 코 나왔는데 왜 안 닦아주세요?”, “왜 우리 아이한테 등 돌리고 있어요?”, “선생님 치마 올라갔어요”.

정기적으로 학부모들을 모아놓고 CCTV를 모니터링하는 어린이집이 있고, 그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지자체도 있다. 수시로 부모들이 모니터링하고 나면 원장을 대동하고 학부모들은 교사 면담을 한다. “다른 아이들은 밥을 떠 먹여주면서 왜 우리 아이는 안 떠먹여줬냐!”, “우리 아이가 김 좋아하는데 왜 우리 아이한테는 김을 조금 줬냐!”며 따져 묻는다.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식사지도를 할 때에는 교육적 이유가 있을 때가 많다. 그러나 교사들의 교육적 이유에 대해서는 들으려 하지 않고 관심도 없다. 교사의 그런 행동들이 모두 방임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따져 묻는 것이 자신들의 일인 양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원장들이 있다. 이렇게 학부모들의 모니터링과 컴플레인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곳들이 있다. 이런 어린이집에서 일하던 보육교사 네 명은 교사로서 자존심이나 자긍심을 도저히 지킬 수 없다며 하나, 둘 현장을 떠났다. 어떠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보호하고 교육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맥락이 있는지 학부모들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그 순간만을 보고 아동학대를 하려니”, “방임을 하려니하며 교사들을 의심하고 추궁한다.

 

현장에서 교사가 바로 서야

얼마 전 교사들에게 종교를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자 교사들을 징계, 해고한 어린이집이 있다. 원장이 지목해 구성된 학부모 운영위원회의 학부모들은 원장과 힘을 합해 교사들의 징계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원장은 공개적인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구청에 민원을 넣어라! 그러면 교사들을 다 자를 수 있다고 이야기했고 학부모들은 같이 널을 뛰었다. 교사들은 원장의 말만 듣지 말고 우리의 말도 들어 달라!”고 이야기했지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교사들은 어린이집 앞에서 그동안의 사정을 적은 손편지를 학부모들에게 전달하고, 또 피켓을 들고 일인 시위를 했다. “목사님! 부당징계 확정되면 사과하라는 내용의 피켓이다. 학부모들은 경찰을 불렀고 교사들에게 부끄럽지 않냐! 아이 보는 앞에서! 아이 키우는 엄마가 이게 뭐냐!”며 혀를 끌끌 찼다.

교사들은 전혀 부끄럽지 않다. 인권을 지키고 노동권을 되찾고자 하는 지금의 일이 오히려 자랑스럽다. 교사들이 어린이집에서 키우고 있는 아이들이 자라 지금의 우리와 같은 노동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보육현장에서 키우고 있는 아이가 자라 보육교사가 됐을 때 적어도 지금의 우리처럼 함부로 대해지지 않는 보육현장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사들은 부끄럽지 않게 아이들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사과 한 마디 없는 원장, 학부모들이 부끄러운 일이다. 부끄러운 일에 대해서, 실수한 일에 대해서, 잘못한 일에 대해서 현장에 있는 아이들과 교사들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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