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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 1, 노사정 확약대로 전액관리제 조속히 시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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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4일 시작된 택시노동자 김재주 동지의 전주시청 앞 조명탑 고공농성이 어느새 1년을 바라보고 있다. 그 사이 택시노동자와 시민 모두가 안전한 택시를 만들자고 외친 희망버스가 한 차례 다녀갔고, 지방선거에서는 시민 모두가 안전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나선 김승수 후보가 연임에 성공했다. 안전을 시정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전주시장의 장밋빛 약속은 사납금을 채우느라 과속과 신호위반, 졸음운전이 일상화된 택시에서 가장 먼저 깨졌다. 사납금에 쫓겨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택시노동자들의 현실은 관계법령의 제·개정이 이미 오래 전에 이루어졌음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김재주 동지의 고공농성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811일 부로 고공농성 342일째를 맞은 김재주 동지를 전화 인터뷰로 만났다.

 


Q 수은주가 40도에 육박할 정도로 힘든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공 위 동지들의 안위가 걱정인데요. 김재주 동지의 건강상태는 어떠신지요

A 여기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기온이 40도를 오르락내리락했고, 한 이틀 전부터는 태풍 영향인지는 몰라도 기온이 조금 내려가긴 했어요. 제가 요새 소화기 계통이 급격히 안 좋아지는 바람에 한의사 분께서 고공에 직접 올라와서 진료도 하시고 약도 달여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병세가 별로 나아지지 않아서 속이 몹시 불편한 상황입니다. 어쨌든 처방 받은 한약 먹으면서 제 나름대로 운동도 하고 있는데, 워낙 날이 덥다보니까 운동하는 것도 쉽지는 않더라고요. 지금 농성하고 있는 장소가 아무래도 협소하다 보니까, 관절이나 근육량에도 안 좋은 영향들이 있죠. 이런 부분들은 농성이 자꾸 길어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제한된 범위 내에서라도 열심히 운동을 해서 건강을 회복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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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6일(월) 낮에 측정한 전주시청 앞 20미터 조명탑 고공농성장 온도. 당일 지상 기온(전주)은 33.8도였다.



연대의 힘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Q 투쟁이 장기화하면서 건강문제 외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A 고공농성 200일을 경유하면서 전국의 노동자·시민들이 331희망버스로 한달음에 달려와주셨고, 그 이후에도 이 투쟁을 지지하는 분들의 소중한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연대해주신 많은 분들의 힘으로 저희 투쟁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택시노동자들의 투쟁 이유가 무엇인지, 김재주라는 사람이 왜 전주시청 앞 조명탑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지역에서 진행 중인 싸움이다 보니까, 몸도 마음도 가까이 다가서기 어려운 한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제 건강문제도 문제이지만 밑에서 천막농성장을 사수하는 택시지부 조합원들도 말 못할 고충이 적지 않을 거예요. 지금 천막농성장은 택시지부 조합원들이 순번을 정해서 당직을 서고 있는데요, (택시) 영업 뛰느라 마음은 있어도 몸은 함께하지 못하는 동지들이 사실 많죠. 날이 갈수록 농성장 사수하는 일이 몇몇 소수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까 점점 힘에 부치기도 할 거예요. 그래서 최근에는 전국에 있는 택시지부 조합원이 소통하는 온라인 모임을 통해서 농성장 사수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Q 전주시청 앞 조명탑 고공농성이 340일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고공농성 돌입 배경을 간략히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A 저희가 이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항상 이야기하는 부분이지만, 전액관리제 시행 관련 법령이 마련된 지는 이미 수년이 지났거든요. 그 말은 택시노동자들이 회사에 매일 일정 금액을 납부하고 나머지 수입금을 가져가는 사납금제가 불법화 된 지도 그만큼 오래됐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관할 행정관청은 법 조항에 따라 전액관리제 위반 사업장들을 적극적으로 지도감독해야 할 의무가 따르는 거죠. 전주시 21개 택시사업주와 택시지부, 전주시청이 201625일에 합의한 내용도 전액관리제 용역을 발주해서 전액관리제(월급제) 표준안을 제시하고 이를 시행하지 않는 사업장은 처벌하겠다는 내용(노사정 확약)이었어요. 이 합의안에 따라 외부기관에 용역이 발주되었는데도, 결국엔 택시사업주들의 반대에 부딪혀서 전액관리제 시행 약속이 계속 뒷전으로 밀려나는 상황이라서 저와 택시지부는 또 다시 고공농성을 결의할 수밖에 없었던 거고요.

 


보여주기식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전주시


Q 그러면, 전주시는 아직도 요지부동인 건가요?  

A 발뺌하고 손 놓고 있었던 그간의 태도에서 일정하게 달라진 측면이 있기는 합니다. 일단, 전주시가 운수종사자(택시노동자)에 대한 처벌은 어려우니 사업주부터 처벌하겠다는 계획을 새로 내놓았어요. 저희는 법령에 의거해서 사업주와 운수종사자를 동시 처벌함으로써 전액관리제 시행을 전주시가 강제하는 것이 옳다고 봤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제안을 뿌리쳤었죠. 이후 택시지부는 전액관리제는 처벌보다 시행이 본 취지이니, 우선 택시지부 조합원만이라도 전액관리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개별교섭권을 부여하라고 다시 요구했어요. 만약 전주시가 이 방안을 수용하고 전액관리제의 정착을 위해 나선다면, 우리(택시지부)는 택시사업주에 한정한 처벌 절차에 동의하겠다고 했죠. 이같은 택시지부의 역제안에 전주시도 결국 동의했고, 전주시가 택시사업주와 제1노조(어용노조)를 대상으로 확약서(택시지부의 개별교섭권 부여에 동의하는 내용)를 받아내지 못한 채 지난 82일 전액관리제 위반 1차 행정처분이 있었습니다.

지금 시에서는 1차 행정처분을 진행했으니 이제 그만 고공농성을 해제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얘기하는 상황이에요. 물론 저희는 1차 행정처분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기껏해야 솜방망이 처벌 한 차례 하는 것 보려고 고공농성을 시작한 게 아니라고 전주시에 분명히 경고했고요. 택시지부 조합원만이라도 전액관리제 실시하게 개별교섭권을 부여하던가, 그렇지 않으면 2, 3차까지 행정처분 진행해서 면허권 박탈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Q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사납금제가 이렇게 활개를 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전주시청과 택시사업주들의 끈끈한 유착관계 때문이라고 봐요. 택시사업주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택시노동자들도 전액관리제 하기 싫다는데 도대체 왜 해야 하느냐고요. 그리고 이 말을 전주시청도 앵무새처럼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어요.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택시노동자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전액관리제 시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대놓고 할 수가 없는 게 지금 택시노동자들의 현실이에요. 현장의 어용노조 위원장이나 분회장들도 택시운송사업조합과 이미 짬짜미가 돼 있고요. 결국 전액관리제 시행에 동의한다고 말하는 순간, 현장에서는 노동탄압이 자행되고 바로 불이익을 주니 함부로 말할 수가 없는 것이죠.

이렇게 행정관청과 택시 자본, 어용노조가 한통속이나 다름없는 현실이 불법 사납금제를 온존시킨 근본 원인이라고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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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7일(화), 시민사회단체들이 고공농성 사업장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공농성 투쟁 승리로 전액관리제 전국 확산 발판 마련할 것


Q 아직까지도 김재주 동지의 고공농성 투쟁을 전주시에 한정된 지역투쟁으로 인식하고 있는 동지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 투쟁을 전체 택시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는 싸움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A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는 전북지역이 모태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전액관리제 투쟁을 가장 먼저 시작한 지역이 전주이기도 합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전액관리제 투쟁은 고공농성 이전에도 꾸준히 이어져왔었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201625일에 있었던 노사정 합의로 잠시 투쟁이 멈췄던 거예요. 외부기관에 용역을 맡겨서 임금표준안이 나오면 그에 따라 전액관리제를 시행하겠다는 게 당시 합의서 내용이었거든요. 그런데, 용역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전주시가 또 다시 불법적인 사납금제를 강요하는 엉터리 표준안을 받겠다고 한 거예요.

제가 이 고공농성을 여기서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전액관리제 시행을 약속한 전주시부터 이 문제를 풀어야만 전국적으로 전액관리제를 확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물론, 보는 이에 따라서는 전주시에 국한된 지역 사안이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법인택시 전액관리제 운영에 대해서는 지방정부가 면허권부터 지도, 관리, 감독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거든요. 불법 사납금제를 근절하고 전액관리제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가진 지방정부가 움직여야 합니다. 전주시의 경우에는 (전액관리제) 위반 사업장을 대상으로 신속한 행정처분을 내려야 하는 거죠. 전주에서 전액관리제 투쟁이 승리한다면, 전국에서 전액관리제를 정착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주시청 앞 조명탑 고공농성은 단순히 전주지역 택시노동자들만의 투쟁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불법 사납금제로 인해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굴레를 벗지 못하는 전국의 택시노동자들에게 전액관리제 쟁취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길고 긴 고공농성이 언제쯤이면 마무리될 수 있을까요

A 먼저 전주시장이 이 문제를 제대로 바라봐야 합니다. 전액관리제를 어기고 있는 택시사업주나 운수종사자에 대한 처벌이 능사는 아니겠죠. 물론, 행정처분으로 강제해야만 사업주들도 마지못해 움직이는 게 현실이지만, 우리가 요구하는 본질은 전액관리제의 정착입니다. 전주시 전체 운수종사자를 대상으로 시행할 수 없는 조건이라면, 최소한 택시지부 조합원만이라도 전액관리제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렇게 전액관리제가 시행될 때만이 이 농성도 마무리될 수 있을 겁니다.

 

Q 마지막으로 전국의 동지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오는 93일이면 제가 전주시청 앞 조명탑에 오른 지 꼭 1년이 됩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택시지부 조합원들은 이번 투쟁을 반드시 승리해서 안전한 택시를 만들겠다고 결의를 다지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동지들의 연대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보여주기식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전주시를 함께 압박해주십시오. 불법 사납금제로 택시노동자들을 착취하는 택시사업주들의 만행을 함께 규탄해주십시오. 아무쪼록 동지들의 강고한 연대로 이 투쟁을 승리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투쟁!

인터뷰=임용현기관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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