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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은 빈곤층에 더 가혹하다

전기요금 인하

대책 아닌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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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대표 



올해 여름, 날씨 기록 이후 사상 최악의 폭염이 계속되면서 이에 따른 건강피해도 사상 최대에 이르고 있다. 7월 중순부터 열사병, 일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89일까지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된 온열질환 사망자는 45명에 이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015년 유행했던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수 38명을 이미 넘어섰다. 폭염을 특별재난으로 인식하는 것이 전혀 무리가 아님을 보여준다.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도 4천여 명에 달해, 기록 집계가 시작된 2012년 이후로 최대치로 알려졌다.

 

빈곤층에게 더욱 가혹한 폭염 피해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는 빈곤층에게 더욱 가혹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결과'에 따르면 무직인 경우가 온열질환피해를 가장 많이 입었다. 또한, 온열질환 발생장소가 실내인 경우도 84일까지 신고된 3,095명 중 424명에 달하고 있어서, 이들 대부분은 냉장고나 에어컨 등의 적절한 냉방장치를 갖추지 못하거나 가동하기 힘든 에너지빈곤층으로 파악되고 있다.

에너지시민연대가 최근 발표한 ‘2018년 여름철 에너지 빈곤층 주거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521가구 중 폭염으로 인한 어지러움과 두통 등의 건강이상을 경험(복수응답)했다는 응답자가 58%에 달했다. 이들 응답자는 평균연령 71세 이상의 노인세대가 가장 많았고 월평균 가구소득은 약 50만 원 정도로 조사됐다. 그리고 응답자의 평균 주택면적은 약 46.6(14) 정도의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파악됐고, 5평 미만의 공간에서 생활하는 응답자도 89가구(17%)나 됐다. 에어컨이 없다는 응답자가 313가구였고, 냉장고가 없다는 응답자도 27가구였다.

폭염이 빈곤층에게 더욱 가혹했다는 근거는 정부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겨레>가 질병관리본부자료를 토대로 분석해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숨진 38명 가운데 10.5%4명이 의료급여 수급권자였다. 건강보험 가입자는 10만 명당 온열질환자가 4.96명 발생했다면,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10만 명당 온열질환자가 19.19명으로 4배 가까이 많이 발생하였다. 다른 연구결과에 의해서도 낙후된 주거 환경과 낮은 소득 수준 등 지역박탈지수가 높은 지역에 사는 주민일수록 그렇지 않은 지역에 사는 주민보다 폭염으로 인해 숨질 위험이 19.4%포인트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무용지물 돼버린 폭염기 정부 대책

이와 같이 폭염이 주로 빈곤층에게 더욱 가혹하게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은 이에 맞춰서 마련되기는커녕, 임시방편적으로 별 효과도 없는 잘못된 대책에 그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폭염도 재난으로 취급해 재난안전법상 자연재난에 포함시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언급하고 체계적인 종합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하며 노약자, 독거노인, 쪽방 생활자 같은 폭염 취약계층 대책을 점검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나 8월이 한참 지나서야 노약자와 독거노인, 쪽방 거주민 등 취약계층 거주지에 무더위 쉼터 셔틀버스 운행을 확대하고 그 이외에는 전기요금 지원대책에 국한된 대책을 내놓았을 뿐이다. 사실 이마저도 20175월에 발표된 범정부폭염대책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 당시 발표된 폭염대책 중 취약계층 관련한 대책은 독거노인 등 특별관리 및 피해 최소화 추진이란 방향 아래 전국 취약장소에 무더위 쉼터 지정·운영 재난도우미 활용하여 노령자,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집중관리 ·어업, 실외작업장 등 폭염 취약지역 예찰 및 피해예방 계도 선로 등 시설물 안전관리, 하계 전력수급 대책 마련 추진 등의 대책을 제시했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 냉난방기기가 없는 이들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전기요금인하나 할인에 앞서서 에어컨과 선풍기를 설치해 주고, 적절한 생활 환경을 마련해주는 일이다. 예를 들어 폭염 속에 살고 있는 최중증 독거 장애인에게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는 것에 앞서 필요한 것은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이다. 전기요금 인하나 할인은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고 맘대로 쓸 수 있는이들에게 먼저 혜택을 주는 대책이다. ‘에어컨을 맘대로 펑펑 쓰라고 하는 게 대책으로 볼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실효성 있는 에너지복지 정책이 필요하다

한편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키는 재난안전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에 2년째 계류 중이며, 올해 8월 임시국회 통과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한 빈곤층이나 사회적 취약계층이 폭염이나 혹한 등에 의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고 이들이 적절하게 냉난방 장치나 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복지 관련한 제도나 정책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20063월에 제정된 에너지기본법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에너지공급자는 빈곤층 등 모든 국민에 대한 에너지의 보편적 공급에 기여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후 여러 지자체가 에너지조례를 제정하고 상위법과 유사한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렇게 국가, 지자체와 에너지공급자의 책무라는 간접적인 형태로 에너지 기본권이 인정되고 있으며, 노무현 정부부터 에너지 빈곤 해소와 에너지 복지 확대를 위한 정책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때 처음으로 에너지빈곤층을 가구소득 중 광열비 지출 비중이 10% 이상인 가구로 설정하였었지만, 아직까지 법적·정책적으로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정의는 미비한 상태로 남아 있다. 그리고 에너지빈곤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다방면적이며 그에 따른 영향도 매우 다층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에너지 빈곤의 해결도 사회구성원이 인간으로서의 적정한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냉난방, 온수, 취사용 연료, 전기 등을 적정한 수준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 정책, 프로그램을 모두 포괄하여야 할 것이다. 에너지시민연대는 에너지복지제도가 겨울철 난방지원에 집중되어 있다고 비판하며, 여름철 냉방지원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에너지공급자, 지자체별로 다양한 전달체계를 통해 현물·현금 등 다양한 방식의 에너지복지 정책과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에너지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복지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법적·정책적 정의를 명확히 하고, 이에 근거한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실태조사가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둘째, 에너지빈곤층에 대해서는 에너지기본법에 명시된 대로 에너지의 보편적 공급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냉난방 장치나 기기를 무상으로 공급하고 이를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도 비용부담이 없어야 한다. 셋째, 에너지빈곤층 실태조사에 근거하여 에너지빈곤층의 상황과 조건에 맞는 맞춤형 대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주거지원, 활동지원, 소득지원 등 생활환경의 개선이 에너지복지와 함께 이뤄져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전기를 무한정 많이 쓰게 하는 경제구조나 생활환경은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함을 인식해야 한다. 전기요금의 누진제는 폐지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강화되어야 하고, 가정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고, 심야전기요금을 싸게 매기는 것이 아니라 야간노동은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폭염 시 실외작업은 중지하도록 강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위와 같은 방향과 대책이 폭염이 누그러지고 한여름이 지났다고 관심에서 멀어진다면 우리는 매년 올해와 같은 폭염에 의한 피해를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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