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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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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렴치한 자본의 속성 잘 알기에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 지우며 상생 말하는 협동조합기업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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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양극화와 일자리 문제의 해법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바야흐로 지역사회의 공익적 가치와 윤리적 소비를 중시한다는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모델이 각광받고 있는 요즘이다. 공생과 협동에 기반한 함께의 가치를 지역사회에 성공적으로 이식했다며 언론과 학계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는 구례자연드림파크는 국내 최초의 친환경 유기식품 클러스터다. 그런데, 작년 7월부터 노동조합 조합원에 대한 무자비한 축출과 배제가 상생을 표방하는 협동조합 공동체에서 횡행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년간 사측이 자행한 고소고발이 10여 건, 부당징계는 무려 20여 건에 달한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시장논리를 극복하겠다는 이곳에서도 자본의 폭력이 익숙하게 재현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순규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구례자연드림파크지회 사무장을 <변혁정치>가 만났다.

 


Q 구례자연드림파크라는 곳이 생소한 독자들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국내 최대의 생활협동조합으로 알려진 아이쿱이 구례 지역에 생산 및 물류기지를 조성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아이쿱생협은 28만 명의 소비자 조합원을 거느린 국내 최대의 생협조직입니다. 아이쿱생협은 주로 친환경 먹거리를 소비자 조합원들에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구례자연드림파크는 19개의 공방(공장)으로 이루어진 생산과 유통 기지이자 관광단지입니다. 매년 10만 명이 방문을 한다고 하죠.

그런데, 아이쿱에 납품하는 업체에서 일반 사양의 식재료가 친환경 식재료와 섞이는 혼입 사고가 이따금씩 터졌습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고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아이쿱만의 독자적인 생산·물류기지가 필요했던 것이죠.

애초 계획은 전남 구례가 아닌 충북 괴산에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었어요. 2008년경 소비자 조합원에게 생산·물류기지 뿐만 아니라 병원, 학교, 마을을 조성하여 행복한 노후생활을 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대대적으로 차입금을 모집하였습니다. 그런데 괴산에서 행정적인 문제로 어려움이 생겨 지지부진하다가 대안으로 구례가 떠올라 구례자연드림파크가 2011년부터 들어서게 된 것입니다.

 

민주노조 조합원에 대한 사측의 범죄자낙인찍기


Q 윤리적 소비를 강조하는 협동조합기업이 세운 이곳에서 극심한 노동탄압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울 따름이군요. 그 실태를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A 작년 3월부터 전국의 매장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재료를 수거해 구례자연드림파크 레스토랑 식재료로 사용하라는 정책이 시행됐어요. 썩거나 냄새 나는 식재료가 레스토랑으로 밀려들어 왔고, 회사는 직원과 방문객들에게 이 식재료들을 조리하여 팔라고 했습니다. 평소 하루 20~30박스의 식재료가 입고되는데 갑자기 100박스 정도가 식단표와 상관없이 쏟아졌습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당시 대표는 폐기를 지시했고요. 매일같이 100g 단위의 소포장을 뜯어 폐기하는 작업으로 직원들은 잔업을 해야 했고, 그마저도 일손이 부족해 청소노동자들까지 동원되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팀장과 매니저가 정책을 따르지 않아 4,700만 원의 손해를 발생시켰다며 책임을 뒤집어씌우려 했습니다. 레스토랑 직원들은 분노했고 이것이 노동조합의 출발이었지요.

사람 중심의 경제를 표방하는 협동조합이기에 극렬한 노동탄압은 예상치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한 달 후 100명이 가입하고 두 달 후엔 200명이 가입할 거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었죠.

노조 간부에 대한 징계는 노조가 창립하기 전부터 시작됐어요. 5월부터 사직을 강요하더니 6월에 직위해제, 정직, 전환배치 등의 징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직원들에게 공포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79, 노동조합 창립총회 후 33명의 조합원 명단을 회사에 통고했습니다. 회사는 그 즉시 조합원들과 개별면담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13명이 탈퇴를 했습니다. 그리고 노조 탈퇴자들에게 면담 과정에서 회유와 협박은 없었다는 확인서에 서명을 하게 했습니다. 뒤이어 이미 엉터리로 밝혀진 조사보고서를 만들어 이를 근거로 노동조합을 사기, 횡령 등의 범죄 집단으로 몰아 징계와 고소고발을 남발했습니다. 회사는 아직까지도 아이쿱 조합원과 직원들에게 노동조합에 대한 악선전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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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측의 탄압으로 노조 결성 당시 33명이던 조합원 수도 지금은 14명으로 줄었다고 들었습니다.

A 회사의 악선전과 고소고발, 징계가 남발되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불안감으로 탈퇴하고 신규 가입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현재 14명의 조합원은 노동조합에 대한 믿음이 큰 최후의 전사라고 할 수 있어요.

사측이 고발한 조합원들에 대한 검찰의 처분 결과는 모두 혐의 없음으로 나왔습니다. 그러자 회사는 죄가 없는 게 아니라 증거가 부족할 뿐이라는 말을 유포합니다.

지금까지의 징계도 모두 부당징계 원직복직로 판결났습니다. 회사가 지노위에서 패소를 하자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또 다시 패소했습니다. 뒤이은 행정소송 역시 기각 당했습니다. 그러자 집요하게도 징계 양정을 줄여 다시 징계를 했습니다. 4개월 정직이 부당징계로 중노위까지 결론 나자, 다시 22주로 줄여서 재징계하고 또 패소하니까 1개월로 줄여서 징계한 것이죠.

회사는 급기야 올 67일자로 징계와 고소고발을 했던 5명의 조합원을 충북 괴산의 냉동창고로 발령 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고 쟁의권을 확보하여 파업에 들어가게 되었죠. 외주화에 동의하지 않아 무급휴직 상태인 청소노동자 2명과 함께 투쟁하고 있어요.

노동위원회의 원직복직 결정에 대해 회사는 이행강제금을 물어가면서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는 징계 이후부터 받지 못한 급여나 회사의 사과는 꿈도 꾸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는 회사의 파렴치함을 이미 잘 알고 있고, 오직 투쟁 외에는 해결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강압적 노무관리 인한 정신적 고통까지 가중


Q 1년 넘게 이어진 회사의 탄압으로 인해 조합원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 상태도 심각하게 손상되었다지요

A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인격적 살해행위와도 같은 왜곡선전을 해왔습니다. 법적 판단이 무시되고 부도덕한 인간으로 매도당한 억울함은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직장 동료와 지역주민들에게 도둑으로 치부되어 왕따 당한 사람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병들었습니다. 지회장의 경우 공공운수노조 사업장 최초로 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산재판정을 받았는데요. 지금도 치료가 필요한 상태입니다만 그를 병들게 했던 사람들을 계속 상대해야 해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Q 사측이 이렇게 탄압을 멈추지 않는 까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일반 기업들처럼 노동조합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협동조합은 사기업과 달리 출자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운영이 기본입니다. 출자 조합원들이 경영자를 통제하지 못하면 적폐가 생길 수 있습니다. 재정의 투명함도 기본입니다.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청산되어야겠지요. 감추고 덮을 것이 있는 조직이라면 노동조합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아직 노동조합은 사측이 탄압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사측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조 살리고 아이쿱 살리는 생생원정대 시즌2’ 이어갈 것


Q 앞으로의 투쟁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상급단체인 노조 중앙과 광주전남지부의 지원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특히 광전지부의 헌신적인 노력은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투쟁할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9월에 지부의 동지들과 함께 생생원정대를 꾸려서 전국의 아이쿱 자연드림 매장을 순회하며 집회를 했습니다. 그리고 투쟁사업장을 찾아다니며 연대했습니다. 노동조합 투쟁의 정당성을 선전할 수 있었고 조합원들의 의식이 부쩍 성장하는 기회였습니다. 10월에도 생생원정대 시즌2’가 있을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회사에서의 점심시간 선전전과 토요일 집회는 계속할 예정입니다.

 

Q 구례자연드림파크지회 파업투쟁이 90여 일째 이어지고 있는데요. 마지막으로 시민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A 협동조합은 원래 자본주의의 병폐를 개선하고 보완하고자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윤리적 소비와 노동존중을 선전하는 협동조합에서 일반 사기업과 같은 노동탄압이 생기는 건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지요.

시민사회가 협동조합에서의 노동탄압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승리하는 날까지 지켜봐 주시고 연대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임용현기관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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