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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권리와 존엄을 위해 

지금 당장낙태죄를 폐지하라

 

나래여성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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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이후 6년 만이다. 2012년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을 결정한 이후 다시 낙태죄 위헌 여부가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특히 이번 선고기일은 재판관 5명의 임기 만료 전 마지막 선고기일이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새 재판관이 취임하면 사건 기록 검토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 선고될지 알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 828일 헌법재판소는 사건 목록에 임신중지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1항과 임신중지 수술을 한 의사 등을 처벌하는 형법 제2701항을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선고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보건복지부도 낙태죄 폐지 후퇴 기조에 더욱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달 17일 불법 낙태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구분하고 해당 의료행위를 한 의사에게 1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하는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을 시행한 것이다. 2016년 때 비슷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큰 비난을 샀음에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이에 대한 반발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모자보건법에 따라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인공 임신중절 외의 수술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는 임신중지에 대한 행정처분만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거기에 더해 정부 차원에서 8년 만에 진행하기로 한 인공임신 중절수술(낙태) 설문조사 문항에는 임신중절=생명 경시·성 문란으로 보는 편향적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 청와대 누리집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낙태죄 폐지 청원 참여자가 총 23만 명을 넘겼을 때, 조국 민정수석이 처벌 강화 위주 정책으로 임신중절 음성화 야기, 해외 원정 시술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음에도 보건복지부는 오히려 처벌조항을 강화한 것이다.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 속에서 여성의 목숨과 삶, 권리는 위태롭기만 하다.

 

세계적 추세인 낙태죄 폐지 운동 흐름

세계적으로도 낙태죄 폐지는 뜨거운 논쟁이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모두를 위한 권리로 조명 받고 있다. 이미 OECD 회원국 중 한국, 일본 등 9개국을 제외한 21개국에서는 사회경제적 사유 뿐 아니라 여성 본인 요청으로도 임신 일정 기간 내 임신중지가 가능하다. 가장 최근에는 한국과 동일하게 임신중지가 금지되어 있던 아일랜드에서 35년 만에 낙태죄가 국민투표를 거쳐 폐지됐다.

이 같은 변화는 수많은 여성의 죽음과 고통으로부터 시작됐다. 201210, 의사 사비타 할라파나바르Savita Halappanavar가 사망했다. 그는 유산 위기로 생명이 위독해져 아일랜드의 한 병원에 입원했지만 낙태 시술을 거부당했다. 태아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것이 명백한 상황임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사비타는 패혈증이 발생해 숨을 거뒀다. 만약 아일랜드에서 임신중지가 로 여겨지지 않고, 여성의 권리로 인정받았다면 사비타를 포함한 수많은 여성의 죽음을 멈출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일랜드에 이어 아르헨티나에서도 낙태죄 폐지 물결이 요동쳤다. 임신중지 합법화를 요구하는 100만 명의 시민이 의회 앞에 모이기도 했고, 하원 의회에서는 역사상 최초로 임신 14주까지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법안을 가결시켜 상원으로 넘겨졌지만 아쉽게 부결되었다. 그럼에도 아르헨티나의 노동자민중은 포기가 아닌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낙태죄 폐지를 위해 모이자, 929일 청계천으로!

얼마 전 최영애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은 낙태죄 폐지는 여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인권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이 누려야 할 게 무언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에 모든 걸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문제임을 재확인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에서 낙태죄 폐지 운동 역시 쉽지 않은 조건에 있다. 여성의 임신·출산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도구로 기능해 왔으며, 지금도 국가와 자본 중심의 노동력 재생산 관점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정부의 낙태단속과 고발 속에서 여성의 경험입장은 드러나기 어려웠고, 임신중지는 누구나 겪고 있고 겪을 수 있는 일임에도 묻히기 일쑤였다. 여성의 선택권과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왜곡된 이분법 논쟁구도 속에 여성을 끊임없이 몰아넣으면서 국가의 책임은 쉽게 지워버렸다.

그럼에도 우리는 낙태죄 폐지를 모두를 위한것임을 선언하며 일상과 거리로 나서고 있다. 올 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낙태죄 폐지 거리 시위가 이어졌고, 929일 토요일 오후12시에는 청계천 한빛광장으로 모여들 예정이다. 매년 928일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인공임신중절을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이다. 2000928일 미국식품의약국FDA는 인공임신중지 약물 미페프리스톤(미프진)의 시중 판매를 승인했다. 전 세계 여성들은 이날 여성의 몸을 통제하며 건강과 삶을 위협하는 국가와 법·제도에 맞서 저항하고 연대한다. 한국의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도 시민 269명이 광장에 모여 검은 피켓을 들고 숫자 ‘269’를 만들어 대한민국 형법 269조 폐지 요구를 외친다. 이날 여성의 성적 권리와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 성역할 분담이 고착화된 사회임을 폭로하고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을 다시금 쟁취해나가기 위한 단결에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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