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취업할 때까지만 열악하게 살라고?

10.1 세계 주거의 날에 

청년 공공 기숙사를 요구하자!

 

허성실학생위원장

 

ccw.png



고시원에 사는 것이 특별히 불행한 일인 듯 회자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청년들이 고시원에서 살아간다. 한국 청년가구 80.8%임대료 및 대출금 상환에 부담을 느낀다고 밝혔으며*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한 청년 가구가 10.5%에 이르는 실정이다. 서울에서 혼자 사는 만 20~34살 청년 10명 중 4명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한 곳에서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이 () () (시원)에 살고 있는 것처럼, 이 나라의 청년들은 과도하게 주거에 대한 부담을 지고 있음에도 낮은 질의 주거 환경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도대체 왜 우리가 고시원에 살아야 할까


열악한 청년주거 조건으로 드러나는 한국 사회의 모순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널뛰고, 상위 10%가 한국 토지의 97.6%를 소유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내 한 몸 편히 누울 자리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왜 청년들이 더욱이 열악한 주거 조건에서 살 수밖에 없을까? 청년들은 학업과 취업(즉 노동시장에서의 노동력 판매) 위해 대학생, 청년(15~34, 대통령령)은 부모로부터 독립적인 주거생활을 시작한다. 이 과정은 자신의 노동력을 스스로 판매하기 위한 준비기간이다. 이 준비기간에 자본은 마땅히 책임져야 하는 노동력의 재생산을 노동자 개개인들의 책무로 떠넘기며 어떠한 비용도 일절 부담하지 않는다. 이것이 초년의 취업준비생에게 전가되었을 때, 각 청년의 가정에서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명목으로 자리바꿈된다. 노동력을 판매하기 위해 주거비와 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이 당연한 듯 여겨지는 것이다. 열악한 주거 조건에 놓인 당사자들도 노동력 판매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이를 감내하기 일쑤다. 취업이라는 과정은 개인이 가진 자본이 없으므로 누구나 응당 거쳐야 할 관문이라고 여겨진다. 즉 돈이 없기 때문에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인데, 한국사회는 돈을 벌고 싶다면 돈을 내라고 요구하는 형국이다. 결국, 예비노동자들은 부모의 재산을 이용하거나 대출을 통해 노동력 판매의 기회를 마련하는데 부모의 재산을 이용하는 것은 부모세대 노동자들의 노동력 재생산을 갉아먹는 일이다. 대출 역시 채무를 갖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후 노동으로 돈을 갚으라는 족쇄를 채우는 꼴이다.

그러나 주거권은 기본권이지 결코 사치나 죄악이 아니다. 따라서 주거권 마련을 위해 채무자의 족쇄를 차야 한다는 것은 명백히 모순이다. , 예비노동자로서, 노동력 판매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기본적인 비용이 있다면, 그것을 지불하는 주체가 예비노동자나 그 가족이 되어서는 안 된다

73-특집3_청년주거권.jpg

[출처: KBS뉴스화면 캡처] 


청년학생들이 주로 사는 지역의 집값은 왜 비쌀까?

위와 같은 맥락에서 청년들은 학업, 취업 등 노동력 판매의 목적을 지니고 대학가 또는 취업에 유리한 입지가 조성된 공간에 밀집해 살아가는 특징을 지닌다. 그렇다면 대학가나 취업 준비생들이 많이 사는 지역일수록 집값이 저렴해야 타당하다. 그러나 토지가 상품으로 여겨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 또한 집값 상승의 이유로 둔갑한다. 한국사회의 매우 낮은 대학 기숙사 수용률로 인해 대부분의 학생들은 통학을 선택하거나, 기숙사에 들어간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민간임대시장을 통해 주거공간을 마련한다. 토지의 사적 소유를 보장하는 제도와 대학생, 청년의 주요 도심지로의 항구적 유입이 안정적 수요를 보장하였고, 청년주거시설 마련에 대한 국가의 책임 방기, 토지의 사적 소유 보장,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부동산시장 자본유입과 주택가격 상승이 맞물려 청년들로 하여금 감당하기 어려운 주거현실을 키웠다. 사회적으로 소득이 없거나 적은 청년학생이라는 조건은 지워진 채, 특정한 목적으로 특정 지역에 살아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수요가 형성되고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되었다. 이로써 확인되는 바는 청년주거의 문제가 단순히 청년들이 일정 기간을 감내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지대수익이 창출되는 한 청년들은 착취를 당할 수밖에 없으며, 예비노동자라는 불안정한 청년의 지위로 인해 더 많은 부담을 전가 당하고 있는 현실 그 자체다.


103, 청년공공기숙사 설립을 요구하며 청년들이 모이자!

청년이 노동력 판매를 위해 도리어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는 현실은 앞으로도 계속 용인되어야 할 절대적 법칙이 아니다. 청년의 노동력 생산 비용은 그 노동을 필요로 하는 자본가가 응당 부담해야 한다고 제기해야 한다. 토지 소유를 통해 얻는 지대수익 또한 대중에 대한 수탈에 지나지 않기에, 지대수익 근절을 요구해야 한다. 나아가, 청년주거 무상 제공을 요구하자. 이는 주거권이 소유권보다 우선함을 표명한다는 측면에서 토지의 사적소유에 대한 전면적 문제제기이며, 이후 전 인민의 주거권 보장 운동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따라서, 이러한 요구는 궁극적으로 지대자본의 폐기를 요구하는 대중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 토지의 사적소유 폐지와 사회적 통제를 요구하는 투쟁 전망을 가져야 한다.

대학생 공공기숙사 수용률 100% 달성역시 마찬가지다. 지대자본의 한 축인 임대업자들의 극렬한 반발을 수반하겠지만, 대학생들에게 질 좋은 기숙사 무상 제공은 대중적 호응과 사회적 정당성을 동시에 획득할 수 있는 요구이다. 임대업자 눈치를 보는 중앙정부, 지방정부를 압박하면서 이 요구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101일은 UN이 선정한 세계 주거의 날이다. 지난 5, 유엔UN 인권전문가 레일라니 파르하는 한국의 주거환경 중 고시원이 제일 우려스럽다, “고시원, 쪽방 등 최저주거환경에 못 미치는 조건에서 거주하는 사람들도 홈리스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그만큼 한국사회 청년들의 주거 조건은 열악한 상황이다. 그리하여 주거의 날을 맞아 변혁당 학생위원회, 민달팽이 유니온을 비롯한 여러 청년·시민단체는 10.3 <집 없는 사람들의 달팽이 행진>을 추진한다. 불평등한 주거 현실을 여러 청년·시민단체가 직접 제기하며 요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각 계층(청년, 세입자, 도시빈민)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오체투지와 행진도 나선다. 집값 폭등으로 주거 문제가 주목을 받는 현 시점에서, 주거의 날을 맞이하여 청년 주거의 핵심적 원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출하고 청년들에게 우리의 입장을 알리고자 한다. 10.3 <집 없는 사람들의 달팽이 행진>은 지옥고·홈리스 청년, 매달 빠져나가는 월세가 부담스러운 80%가 넘는 청년들이 각자의 주거 현실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국토부, <일반가구 대비 청년가구 주거안정성, 주거비부담, 주거이동, 주거수준> (2017.)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