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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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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공운수노조 서해선지부]



공공재인 철도가 무너지고 있다

민간투자사업과 다단계 민간위탁, 철도를 좀먹는 이중의 굴레



# 지난 <변혁정치> 87호는 기획 좌담으로 서울교통공사의 자회사로서 민간위탁 지하철을 운영하는 김포도시철도와 서울지하철 9호선 2·3단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이들과 똑같이 서울교통공사 자회사로서 함께 싸우는 노동자들이 있다. 지난해 6월 개통한 수도권 전철 서해선(소사원시선) 노동자들이다.


서해선은 오히려 앞선 두 곳보다 운영구조가 훨씬 복잡하다. 건설 자체부터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했고, 그 후에는 사업 부문별로 분할해 열차 운행과 시설관리를 각각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에 위탁했다. 서울교통공사는 거기서 또다시 자회사를 만들어 서해선 관리 운영을 떠넘긴 구조다.


민간투자사업과 다단계 민간위탁으로 지하철은 철저히 망가지고 있다. 그 위에 시민의 안전도, 노동자의 생존도 위태롭다. 이 악순환을 끊고자 지난 2월, 신생노조인 공공운수노조 서해선지부가 탄생했다. 6월 12일, 서해선 소새울역에 위치한 노조 사무실에서 <변혁정치>가 서해선지부 정문성 지부장을 만났다.



서해선(소사원시선) 사업장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서해선지부 노동자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무엇인가?


A 저희 서해선지부 조합원들이 재직하는 회사인 “소사원시운영 주식회사”는 서울지하철을 담당하는 서울교통공사가 100% 출자한 자회사다. 서해선 구간 중 먼저 개통한 부천 소사~안산 원시 노선을 운영하는 회사이며, 2018년 3월부터 직원을 모집해 6월 16일에 개통했다. 현재는 하루 평균 7만 명이 이용 중이며, 노선 근방에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라 입주가 완료되면 승객은 지속해서 증가할 예정이다.


소사원시운영은 운전 취급, 역무, 특수차운전, 시설물유지보수(기술), 상황반 운영 업무를 수행한다. 다만 서울교통공사의 다른 자회사와는 차이점이 있다. 국토교통부는 당초 소사~원시 구간의 운영을 서울교통공사로 승인했기 때문에, 자회사의 단독운영을 제한했다. 이로 인해 서울교통공사(서해선 담당 인원 25명)와 소사원시운영(직원 142명)이 공동으로 위수탁 운영하도록 했다. 한 사업장에 모회사와 자회사가 함께 일하는 구조다.


그런데 여기엔 철도에서 필수 직렬인 열차운전, 차량정비 등의 직렬이 빠져있다. 민간투자사업이기 때문에 소사~원시 구간을 지나는 열차의 소유주는 또 다른 민간회사인 “서부광역철도 주식회사”의 소유다. 그 열차의 운전은 서부광역철도로부터 열차 운행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수행한다.



복잡한 다단계 위탁구조, 그 속은 완전히 썩어 있다


서해선 운영구조를 보니 상당히 복잡하다. 현재 서해선의 전체적인 사업구조와 운영구조를 설명해주신다면?


A 먼저 금전의 흐름을 봐야 한다. 소사원시선은 2011년 4월 22일에 착공했다. 국가재정 2,388억 원에 민간 시행사인 “이레일”에서 1조 5,495억 원을 투자해 건설했다.


“이레일”은 대우건설과 농협은행의 자본으로 설립한 특수법인이다. 이레일은 준공 후 20년간 소사원시선을 점유하며 국토부에서 사용료를 받고, 그 후에는 시설물을 국토부로 귀속하는 실시협약을 맺었다. 실시협약에 따라 이레일은 20년간 약 2조 5천억 원(운영비 별도)의 금액을 돌려받게 된다. 1년에 500억 원의 이익을 창출하는 셈이다.


보통 민간투자사업은 시설물 준공 후 정부가 민간자본에 이자만 지불하고, 관리 운영은 공공기관이 담당한다. 그러나 철도의 민간투자 방식은 운영 자체를 민간 시행사에 위탁하는 구조다. 그런데 시행사인 이레일은 특수목적법인으로서 철도 운영 능력이 없다. 결국 운영을 위탁할 수밖에 없는 거다. 처음엔 한국철도공사나 신분당선 등의 업체들이 관리 운영사업을 수주하려고 입찰에 참여했지만, 운영비가 워낙 저가라서 돌아섰고, 결국 서울교통공사가 그 낮은 금액에 이 사업을 수주했다.


이레일이라는 민간 자본은 비용을 최소화해야 이윤이 많이 남기 때문에, 운영비를 후려칠 수밖에 없다. 서울교통공사는 일반철도 운영 분야에 진출할 실적을 쌓기 위해 최저가로 입찰에 나섰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직원을 직고용하면 이윤을 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자회사인 “소사원시운영”을 설립했다. 당연히 인건비는 낮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서해선 전체의 복잡한 구조 역시 문제가 된다. 현재 서해선 중 먼저 개통한 소사~원시 구간을 기준으로 상부로는 소사~고양 대곡, 하부로는 원시~충남 홍성, 간선철도인 신안산선까지 들어선다. 소사~대곡, 원시~홍성 구간은 국가재정사업으로 한국철도공사에서 운영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간선철도인 신안산선은 민간투자사업으로, 시행사인 “넥스트레인”과 서울교통공사가 컨소시엄 되어 있다. 서해선이라는 하나의 큰 구간에 수많은 시행사와 운영사, 그리고 자회사들이 뒤섞이는 것이다.



다단계 위탁에다 자회사 구조 하에서 서해선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은 어떤가?


A 현재 소사원시운영의 직급은 6급으로 나뉜다. 6급 신입사원 기본급이 약 174만 원이다. 최저임금에 미달해서, 현재 회사는 1만 원씩 더 지급하고 있다. 숙련자가 되더라도 평생 최저임금을 벗어나기 어렵다. 소사~원시선 관리 운영사업 위탁계약은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만큼의 상승률을 반영한 계약이다. 근 몇 년간 소비자물가지수 평균 상승률은 2% 정도다. 결국 인건비 상승도 그 수준 내에서 정해진다. 현재 소사원시운영의 급여체계는 호봉제가 아니라 연봉제다. 평생 가도 최저임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서울교통공사와 공동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소사원시운영 직원들은 모회사 직원과 같은 일을 하고도 다른 임금을 받는다. 같은 일을 하는데도 누구는 평균 6700만 원, 누구는 3200만 원의 연봉을 받는다.


이런 저임금 구조와 불합리한 대우 때문에 많은 직원이 퇴사와 이직을 택한다. 지난 1년간 이직률이 30%를 초과했다. 소사원시운영은 철도안전법에 따라 철도안전관리체계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철도안전관리체계 상 편제된 직무별 인원에 미달하기 때문에, 국토교통부에서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는 직원들이 퇴사하지 않도록 처우를 개선하는 게 아니라, 채용 시 예비인원을 채용인원의 2배 수준으로 선출해서 바로바로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결국 숙련된 노동자를 양성할 수 없는 구조다.


인력 문제는 결국 노동시간 문제로 이어진다. 빈자리가 생긴다고 일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시설물 점검, 역사 운영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운영했을까? 바로 연장 노동이다. 심지어 연장 노동에 대한 대가도 급여가 아니라 ‘보상 휴가’로 지급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자 우리 서해선지부는 근로기준법을 검토해 노사 합의 없이 보상 휴가를 시행할 수 없으며, 수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무시했고, 결국 우리는 근로감독관 파견을 신청했다.


근로감독관이 사업장을 점검한 결과는 더 놀라웠다. 우리는 노조가 탄력근로제에 합의한 바 없는데, 사측은 일방적으로 탄력근로제를 적용해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었다. 탄력근로제는 애초 법적으로 노사 간 서면 합의 없이는 시행할 수 없다. 즉, 회사는 불법적으로 탄력근로를 적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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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운행 따로, 시설관리 따로

민간위탁 지하철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


다단계 위탁구조 속에 열차 운행과 시설관리 업무가 각각 다른 회사로 분리돼 있는데. 이렇게 운영하면 열차 고장이 발생하거나, 시민 안전에 위협이 될 우려는 없나?


A 열차 운행과 시설관리, 역사 운영 업무의 주체가 다르면 당연히 시민안전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열차 운행과 시설물은 다른 분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술적으로만 따져 봐도 절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지난 2018년에 사고가 있었다. 철도에는 ‘절연구간’이라는 게 있는데, 전철 타시다 보면 중간에 객실 내 전등과 냉난방이 일제히 잠시 꺼지는 구간이다. 전기공급방식이 바뀌는 등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 구간에서는 전기를 꺼야 한다. 그런데 해당 구간에서 기관사가 전기를 끄지 않고 그대로 진입해서 엄청나게 불꽃이 튀고 전차선이 파손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그런데 열차 운행과 시설 관리 운영의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 시설물 교체에 들어가는 비용을 누가 대야 하느냐의 문제로 양측이 책임만 떠넘기고 방치했다.


승객 안전과 직결하는 스크린도어도 마찬가지다. 스크린도어는 시설관리 영역이지만, 열차 운행과 곧바로 연동되어 있다. 만약 스크린도어가 고장 난다면 어떻겠나? 그 사이 인명사고가 발생한다면 누구의 책임인가? 결국 또다시 책임만 떠넘기려 할 거다.



올 2월에 처음 노동조합을 결성한 신생노조다. 어찌 보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노조를 결성하게 된 배경은?


A 다단계 구조 속에 처우는 열악했지만, 직원들은 시민안전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2018년 11월, 국토교통부가 ‘서해선 일원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알게 됐다.


‘일원화’라고 해서 전 노선 구간을 일원화하는 것 같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서해선은 재정사업과 민간투자사업으로 조각내 건설했기 때문에, 시행사와 운영사가 모두 다르고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그런데 국토부는 서해선 전 구간을 상부구조(열차 운영, 운전 취급, 차량정비)와 하부구조(전기, 통신, 신호, 토목/궤도, 기계 등)로 나눠서 일원화한다는 계획이었다. 상부구조의 책임자로 지목된 것이 한국철도공사였다.


그렇다면 상부구조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모두 한국철도공사 소속으로 변경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소사원시운영이 상·하부구조의 업무를 수행하고, 주 운영사인 한국철도공사가 업무수행에 대해 관리만 하는 구조다. 서울교통공사의 자회사인데 한국철도공사에서 업무지시를 받는 것, 이것이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서해선 일원화 사업이다. 금전적으로는 서울교통공사의 지배를, 업무적으로는 한국철도공사의 지배를 받는다.


저희는 묵묵히 일만 했을 뿐인데 다단계 구조 속에서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갈 뿐이다. 저희는 지방공기업에게, 중앙공기업에게, 정부부처에게 사람이 아닌 부속품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참고 기다릴 수 없었고, 노동자들 스스로 처우를 개선하고자 2019년 2월 20일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서해선지부를 만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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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공운수노조 서해선지부]



민간투자사업이라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저희 변혁당은 민간위탁에 반대하며 ‘지하철 공영화’를 주장하고 있다. 지하철은 공공재이므로 소유와 운영 모두 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인데. 서해선지부는 현재 한국철도공사로 일원화해 직영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하철 공영화’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하는데, 노동조합의 ‘직영화’ 요구를 설명해주신다면?


A 서울교통공사는 지금까지 민간사업자처럼 커리어를 쌓기 위해 저가 수주를 진행하고, 자회사라는 이름의 용역회사를 설립해 시설물 투자비와 인건비를 아껴서 배당만 받아가는 방식으로 일반철도를 운영했다. 더 이상 반복해선 안 된다.


물론 서울교통공사만의 책임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어느 공기업이 수주했더라도, 민간 시행사가 소사~원시 구간의 관리운영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최저가 낙찰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국토부가 나서야 한다. 철도 관리 운영을 민간에 맡겨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이레일과의 실시협약을 변경해서 관리운영을 국가기관이 맡아야 한다.


한국철도공사로 일원화해 직영화를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 이유는,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현재 서울교통공사는 운영형 자회사(김포골드라인, 소사원시선, 서울지하철 9호선 2~3단계)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켰다. 지방공기업의 특성상 현물출자가 어렵기 때문에 중앙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주변의 노선들 역시 한국철도공사가 운영하고 있기에 통일성을 위해 한국철도공사가 운영하는 것이 맞겠다고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민간투자사업을 ‘국가재정 아끼는 좋은 사업’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염려스럽다. 민간자본이기에 이익을 창출해야 하고, 건설비에 대한 각종 이자는 국가재정에서 지출한다. 막대한 이자 때문에 결국 시민의 부담이 늘어난다.


또, 복잡한 다단계 구조 속에 공공재인 철도, 지하철은 안전하지 못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다. 직원들의 처우가 열악해서 이직자가 넘치며 숙련 노동자가 없는 점, 다단계 구조 속에서 위탁계약을 맺은 업체들이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시설 투자비를 아낄 수밖에 없는 점, 인건비 역시 아껴서 돈을 벌어야 하기에 적은 인원으로 운영하여 시민안전을 책임지기 힘든 점 등을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시민의 발이자 공공재인 철도, 지하철을 지켜야 한다. 민간투자사업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모든 공공재에서 몰아내야 한다.



■ 인터뷰 = 이주용기관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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