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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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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9.09.1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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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금속노조]



처벌받지 않는 자본의 불법

한 달 내내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둘러싼 논란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정부․여당과 지지자들이 조국을 옹호한 논거는 단 하나,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폭력을 사용한 집회․시위에 단호하게 법 집행을 하겠다’고 밝힌 그 ‘사법개혁의 적임자’는, 대법원의 불법파견 확정판결까지 받고도 그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부려 먹다가 해고하는 재벌과 기업주들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는 공장 정문 앞 고공에 올랐고,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1달이 넘도록 곡기를 끊었다. 모두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을 수도 없이 받은 곳들이다. 자본의 무법천지 앞에 침묵하는 ‘사법개혁’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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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와 ‘슈퍼 애국자’

8월 29일,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 선고기일을 열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대법원은 이재용을 석방해줬던 항소심 재판부의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판결했다. 앞서 이재용 2심 재판부는 ‘삼성의 경영승계 작업 자체가 없었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이재용에게 면죄부를 준 바 있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이재용은 다시 구속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제는 한 발 더 나가야 한다. 경영세습을 위해 국민연금까지 동원했던 범죄자가 거대 기업을 다시는 지배하지 못하도록, 그 경영권을 박탈하라는 요구를 전면화할 때다. 물론, 얼마 전까지 그 범죄자를 ‘슈퍼 애국자’라고 칭송하던 정부여당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말이다.




◌ … 9월 9일, 톨게이트 노동자 300여 명이 김천 소재 한국도로공사 본사를 점거했다. 같은 날 한국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노동자 1,500명 전체가 아니라 대법 판결을 받은 304명만 직접 고용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과 2심이 진행 중인 노동자들에게는 ‘직접고용 되고 싶다면 대법원 판결을 받아오라’는 입장을 밝혔고, 심지어 정규직 전환된 노동자들에게조차 수납업무가 아닌 제초나 청소 같은 현장 조무업무를 시키겠다고 했다. 자회사 정책을 중단할 생각이 없으니, 수납업무를 하고 싶다면 자회사로 가라는 것이다. 이는 ‘한국도로공사가 요금수납업무를 직접 지시하고 관리·감독해온바,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상태에 있으니 직접고용으로 이를 시정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노동자들의 자회사 행을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도로공사는 공기업이며, 사장인 이강래는 민주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국가가 나서서 불법파견을 저질러놓고도 이를 바로잡기는커녕,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이 지쳐 쓰러지기를 학수고대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의 현주소다. 더군다나 ‘불법파견 근절, 불법파견이나 위장도급 판정 시 즉시 직접고용(고용 의제) 제도화'가 문재인 대선 공약이었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정부가 처음 발표한 노동정책이었음에도 말이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무려 6년 만에 받아낸 직접고용 판결에도, 한국도로공사는 비정규직 양산을 멈추지 않겠다고 한다. 노동존중의 탈을 쓴 자본가 정부, 노동자들이 분노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 … OECD는 ‘주거비가 월 소득의 20%를 넘지 않을 것’을 권고한 바 있으며, 한국 정부는 1인당 최저 주거면적을 14m2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 자취생 생활비 중 52.7%는 주거비로 들어가며, 자취생 5명 중 1명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시설에서 산다. 하지만 정부는 해당 임대업자의 등록을 취소하거나, 시설 개선을 요청하지 않는다. 국가가 자취생 주거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 맞서, 자취생들이 10월 5일 총궐기를 선언했다. △OECD 권고 수준에 부합하는 대학생 임차료 월 15만 원 이하로 규제, △1인당 면적이 14m2 이하이거나 창문·냉난방기가 없는 등의 최저주거기준 이하 시설 개선, △공공기숙사 공급 등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공적 통제와 공적 주거 보장을 주요한 요구로 내걸었다. 자취생 총궐기는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 등 16개 학생회·학생단체로 구성된 “대학생 주거권 보장을 위한 자취생 총궐기 기획단”이 준비하고 있다. 기획단은 9월 10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기자회견 직후 국토교통부 장관과 서울시장 면담요청서를 전달했다.


주거는 인간의 기본권이다. 그러나 주택과 토지가 이윤창출의 수단으로 남아있는 한, 주거라는 기본권의 충족은 불가능하다. 국가책임 주거를 요구하는 청년․학생의 투쟁이 시작되었다.



◌ …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북한은 5월부터 9월 10일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단거리 발사체(미사일)를 발사했다.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거듭 발사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지금, 미국에게 거듭 협상장으로 나오라는 경고다. 더욱 중요하게는, 비핵화 이후를 내다보면서 군사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이는 재일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의 9월 4일 자 기사인 “나라와 인민을 보위하는 우리 식의 주체무기”라는 분석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문은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조미(북미) 대결 구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안보환경의 변화와 직결되는 비핵화 대화가 시작된 조건에서 조선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균형을 허물지 않고 유지해나가는 문제는 특별히 중요하게 나선다”고 주장했다. 즉,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국방비 증액(미국산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2020년 국방예산안으로 50조 원 넘는 액수 책정),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지속, 북 비핵화 이후를 대비한 체제 방어 무기 개발의 필요성 차원에서 연달아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한국당 등이 작년 체결된 “판문점 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 파기를 운운하고, 8월 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제도권 정당이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발표한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즉 북미대화의 교착, “판문점 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 체결 이후에도 지속되는 남한의 국방비 증액,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지속이 북한의 국방력 강화를 위한 미사일 발사실험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만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북 비핵화-한반도평화협정 동시 체결, 한미연합군사훈련 폐지, 남북한의 획기적 군축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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