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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 학생 징계 사태

대학에서 떠나야 할 쪽은 누구일까?


김건수┃경기(한신대 총학생회 비대위 부위원장, 징계 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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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학생처장실. [사진: 한신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2일까지 한신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지난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돼 비대위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하 ‘비대위’)는 대학 본관 점거 농성을 벌였다. 학생복지, 등록금 관련 문제와 함께 전면에 내건 요구 중 하나는 바로 ‘비민주적으로 선출된 연규홍 총장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임평가를 실시하라’는 것이었다. 10월 2일 점거 농성을 마무리할 때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교수협의회가 비대위에 “총장 신임평가 진행을 위한 4자 협의회(본부‧학생‧직원‧교수 등 학내 4주체의 협의체) 참여”를 결의했음을 알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본부의 총·처장단이 바로 옆방에서 대기하며 학생복지 요구안 가운데 일부를 수용하겠다는 내용의 최종 합의안을 도출한 것이다.


대학본부 측은 마지막 협상 때까지도 점거 투쟁에 나선 비대위 위원장단에 대한 징계를 거론하며 합의를 종용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본부는 이미 최종 협상 전부터 징계위원회 소집을 준비하고 있었다. ‘합의하지 않으면 징계하겠다’고 했던 말은 애초부터 거짓말이었다.


징계 절차도 문제투성이였다. 본부 측이 처음 통보한 징계는 ‘비대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무기정학’이라는 중징계였지만, 이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징계 당사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지 않았다. 여러 학내 구성원들이 이를 비판하자, 본부는 결국 징계를 재심의했다. 소명 기회를 주지 않기로 결정했던 것도 문제지만, 자신들이 규칙을 어겨 징계를 재심의한 것은 참으로 희극적이다.



날치기 징계와 사찰이 ‘진리’?


한신대 본부 측의 이번 징계는 총장에 대한 신임평가와 민주적 총장 선출을 요구했던 학생들을 탄압하는 도구다. 대학 본부는 ‘업무 마비와 시설물 파괴’를 이유로 무기정학 징계를 내렸다고 주장했지만, 실질적으로 업무 마비는 없었다는 게 직원 다수의 증언이다. 하지만 학생지도위원회에서 교무회의까지, 무기정학 징계 결정은 속전속결이었다. 이마저도 비밀리에 진행하려다가 도중에 징계 내용을 들켜 구성원들의 큰 반발에 부딪혔다. 국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날치기 신공을, ‘진리를 탐구한다’는 대학에서 굳이 시도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총장 신임평가를 강하게 요구했던 총학생회 비대위를 탄압해 한신대 전체의 투쟁을 억누르려는 본부 총·처장단의 기획이지 않을까 한다. 비대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학교 밖으로 쫓아내거나 고립시켜, 민주적 대학 운영을 요구했던 구성원들의 열망을 꺾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징계 외에도 학내 구성원들의 투쟁을 탄압하려는 시도는 이전부터 계속됐다. 연규홍 총장의 전 비서실장은 ‘총장이 학내 구성원을 사찰해 학내 시위 주동자를 파악하고 주요 교수의 행적을 조사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한신대 신학과 출신 비서실장이 신학대학 조교와 녹취 인터뷰를 하고 이를 총장에게 보고한 정황이 업무일지 등의 증거자료로 밝혀졌는데, 이는 명백한 학생회 개입이었다. 신학대학 학생회의 활동 정황과 간부들의 인간관계를 총장 비서실장이 파악해 녹음할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게다가 연규홍 총장이 비서실장과의 통화에서 시위 주동자들을 “철저하게 파악하라”고 지시한 내용도 녹취록으로 드러났다. 험한 욕설까지 섞어 가며 학내 시위 주동자들의 이름을 술술 나열하는 연규홍 총장을 보며, 그가 약속하는 민주주의가 순 거짓말이고 그저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임기응변에 불과함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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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신대 비대위원장단 징계철회와 총장신임평가 촉구 단식투쟁



누가 ‘민주대학’을 만들었는가


역사는 한 번은 비극으로, 다른 한 번은 희극으로 반복된다고 하던가. 지금 한신대는 웃기면서도 슬픈, ‘웃픈’ 상황이다. 교무회의에서 본부 측은 ‘학생총회의 집계를 믿지 못하겠다’는 한마디로 800여 명이 모였던 학생총회 결과를 무시했고, 이에 그 결과를 인정하라며 5명이 12일간 단식했다. 학생들은 총장 신임평가 실시를 위한 4자 협의회에 교수협의회의 참여를 요구하며 물과 소금마저 끊었는데, 교수들은 이를 묻는 합법적 절차인 온라인 투표 진행안을 부결시켰다. 구성원에게 의견을 묻는 절차마저 부결시킨 것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우리 학생들은 쓴웃음으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지금의 한신대를 보고 “한신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라고 한탄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한신은 이렇게 총장 권력에 빌붙은 소수의 보직교수와 몇몇 학내 인사들의 전횡에 의해 민주대학, 진보대학의 역사를 부정당하고 있다. 그들은 말로는 ‘민주대학의 전통과 평화통일대학으로의 변신’을 내세우지만, 진정 민주대학의 전통을 만든 것은 2015년부터 지금까지 장장 5년 동안 매일 같이 단식과 농성으로 항의했던 학생들이다.


2015년 학생 2인 징계 철회를 요구한 단식, 2016년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4개월간 총장실 입구를 봉쇄한 농성과 단식, 2017년 연규홍 신임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신학생 3인의 삭발 단식, 2018년 4자 협의회 개회를 요구하는 부총학생회장의 단식과 그 가을 총장 신임평가를 요구했던 18일간의 고공 삭발 단식. 그럼에도 2019년 지금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5명이 12일간 단식하고, 그 후에도 2명이 물과 소금까지 중단한 4일간의 단식에 나섰다.


그리고 이제 징계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학생 10명이 단식한다. 엄동설한이 다가오는 지금, 이들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긴 이야기를 이어가며 곡기를 끊지만, 연대와 지지는 마침내 봄을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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