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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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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10.15 19:42

사립학교 국‧공유화를 요구한다


대학, 

언제까지 ‘내돈내산’?

국유화, 어렵지 않아요


김건수┃학생위원회



한국 대학은 출세의 장이다. 과거엔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한 명만 공부 시켜 대학에 보내면 희망이 있었다. 그래서 비싼 등록금을 내려고 온 가족이 뼈 빠지게 일했다. 지금도 대학은 돈이다. 고액의 사교육비를 지출해 좋은 성적을 받아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철저히 서열화된 체제에서 이른바 ‘상위권’ 대학은 등록금이 비싸다.


작년 ‘조국 사태’를 거치며 대학을 통한 출세의 공정성이 화두가 됐다. 본질은 사회 고소득층이 값비싼 특권교육으로 신분을 세습하는 문제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오히려 ‘시험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애초에 값비싼 사교육을 받는 이들이 시험의 우위를 차지하는 지금, ‘시험의 공정성’만 따져선 결코 ‘공정성’을 실현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한국의 대학은 사립 비중이 80%에 달한다. 그리고 사립대학은 대학이 출세의 장이라는 점을 이용해 학위 장사를 벌였다. 값비싼 등록금은 ‘출세의 정당한 대가’로 둔갑했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건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이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OECD 평균 국가재정 투입 비율은 69%에 달하고 민간 책임은 31%에 그치지만, 한국은 정반대로 무려 64%가 민간 책임이며 국가 책임은 36%에 불과하다.



등록금과 교육의 질, 

전혀 상관없다


그러나 올해 1학기에 코로나 확산과 온라인 강의로의 전환, 그리고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드높아진 사태에서 드러났듯, 값비싼 등록금은 교육의 질과 전혀 상관이 없다. 등록금이 비싼 이유는 교육의 가치 때문이 아니라, 대학이 멋대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는 현 제도에 있다.


※ 국내 대학의 총 운영수입 비율(교비회계, 2017년 기준)

등록금

국고보조금

기부금

법정전입금

53.5%

15.3%

2.3%

4.5%



대학이 ‘계급과 돈을 맞바꿔준다’는 연금술적 신화는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 재정구조의 본원이다. 국가는 이를 이용해 교육 공공성의 책임을 방기했다. 그 결과, 코로나19를 맞아 대학의 ‘약한 고리’인 고액 등록금 문제가 터져버린 것이다.



대학, ‘내돈내산’?


대학이 개인적 출세를 향한 욕망의 장이 되면, ‘사고파는’ 걸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요즘 말로 ‘#내돈_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다)이다. 겉으로 보면 마치 개인이 대학교육을 자유롭게 소비하고, 직업과 자아실현의 기회를 구매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상 ‘돈이 있고 없음에 따라’ 꿀 수 있는 꿈이 달라지고, 불평등과 부자유가 우리 삶을 얽어맨다.


이를 어려운 말로 표현한 게 ‘교육 상품화’다. 교육 상품화는 대학을 상품으로, 대학생을 소비자로 만든다. 가령 삼성과의 관계를 ‘판매자와 소비자’로 국한하면, 삼성의 노조파괴나 착취, 혹은 그 대안으로서 ‘국유화’를 얘기할 수 없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지난 1학기, 등록금 반환 문제를 ‘소비자’ 측면에서 접근한 등록금 반환 운동의 주류는 결국 대학 운영의 민주적 전환과 교육 공공성은 요구하지도 못한 채 10~30만 원의 돈을 돌려받고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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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대학 

국고보조금의 1/3은

서울권 대학에 집중


정부는 교육 상품화를 더욱 부추긴다. 교육 공공성을 확대하면 지출이 늘어나니, ‘잘 팔리는 대학’에 대부분의 지원을 ‘몰빵’한다. 그만큼 지역 군소 대학은 정부 지원이 미치지 않아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고, 그런 대학을 나온 학생들은 ‘무능력’의 꼬리표가 붙어 저소득‧불안정 일자리로 내몰린다.



계급을 돈으로 파는 시장에서

평등한 교육의 장으로 전환


이렇듯 학교에 서열을 매겨 줄 세우고, 그에 따라 학생도 줄 세우며 사회적 신분과 계급의 차이를 두는 대학은 ‘계급시장’이다. IMF 위기 이후 극단적 신자유주의 정책은 이를 더 공고히 했다. 교육적 기능을 잃은 대학이 가르치는 게 있다면, 신자유주의적 위계질서다.


이를 해결할 방법이 바로 ‘사립대학 국유화’다. 대학을 국유화해 교육비를 낮추면, 소득이 적어도 얼마든 양질의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다. 대학교육이 상품이 아닌 균등한 권리로 자리 잡는다면, 특권과 신분 세습의 창구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국유화가 전부일 순 없지만, 교육을 상품에서 권리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개혁은 시작조차 할 수 없다.



하나도 어렵지 않은 

대학 국유화,

이미 사립대 재정 25%는 

국가책임


대학 국유화의 ‘난점’으로 가장 먼저 꼽는 게 예산이다. 대학의 80%가 사립이니, ‘무슨 돈으로 그 모든 대학을 운영하느냐’고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사립대 재정의 25%는 이미 국가책임이다. 반면, 사립대 재단이 출연하는 비율은 4~5%일 뿐이다. 게다가 적립금은 이월되며 재단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적립금만 1천억 원 이상인 대학이 22개나 된다.


결국, 관건은 대학교육을 변혁하기 위한 우리의 투쟁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초중고는 물론이고 대학교육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늘고 있다. ‘조국 사태’는 특권교육의 장으로 기능하는 대학의 문제를 (부족하나마) 사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대학 국유화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대학 국유화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문제다. 당장 초중고 시절에 경쟁교육으로 시달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경제적 형편에 따라 꿈을 가려 꾸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상상해보라. 대학 국유화는 단지 교육적 권리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행복에 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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