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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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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준비 28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4.12.31 11:26

경제위기에 맞선 노동자민중투쟁 봇물

눈에 띄는 좌파정치운동의 진전


2014년의 국제 정치정세의 특징은 세계공황이 지속되면서 자본간의 긴장이 국가들 사이의 긴장으로 전화된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두고 EU와 미국, 그리고 러시아가 양축으로 군사·정치·경제적 긴장을 빚은 것이 그것이다. 아울러 동북아에서 일본, 미국, 호주 등이 한 축으로 중국, 러시아, 북한과의 관계가 얽혀 있으며 한편으로는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과의 지리적 마찰로 표현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제국주의적 긴장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자본블록을 강화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유럽연합(28개국)이 미국과 협상하고 있는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은 무역 장벽과 관세 전면 철폐를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체결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은 캐나다와 유럽연합 간 협정으로, TTIP의 청사진이라고 간주되며 2016년 발효를 앞두고 있다. 한국도 참가하는 다자간서비스협정(TISA)은 교착 상태에 빠진 세계무역기구 다자간 무역협정 도하개발아젠다의 후속 조치로 서비스분야의 무역장벽을 제거한다는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러한 소수 거대자본만이 이득을 취하고 ‘사회보장, 노동권, 환경보호, 지속가능한 농업과 민주주의 등에 대한 공격으로 외화’될 자본협정에 반대하는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세계적으로,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10월 유럽 1천개 도시에서 'TTIP STOP'가 주도하는 시위가 있었고, 100만 명이 TTIP 반대 서명에 참가했다.


경제·교육·노동·환경 등 각종 의제 투쟁 잇달아

2008년 공황의 그림자가 전세계를 뒤덮을 때 유럽은 긴축정책, 즉 자본의 손실을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는 손실의 사회화정책을 강력하게 집행해왔으며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민중의 파업과 시위가 지속돼 왔다.

올해 역시 영국에서는 캐머런 총리 취임 후 가장 큰 규모인 100만 공무원·교사들이 공정한 임금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였다. 아일랜드에서는 10만 명이 물 사유화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섰다. 프랑스에서는 30여개 도시에서 10만 명이 “복지 삭감이 경제위기 대안이 아니다”는 구호를 내걸고, 증세나 사회보장혜택 삭감 등의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탈리아에서는 렌치총리가 추진하는 ‘해고를 용이하게 하는 노동법 개정’에 맞선 100만 노동자 총파업이 있었다.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칼 등에서도 파업과 시위, 투쟁이 지속되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하라”는 투쟁이 상당한 진전을 보고 있으며, 인종차별에 맞선 투쟁도 계속되고 있다. 홍콩에서는 행정장관 선출을 둘러싸고 ‘민주주의 후퇴’에 맞선 투쟁이 벌어졌다. 그 배경에는 주거권 등 생존의 문제도 내재되어 있었기에 우산혁명이 끝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잠복돼 있다. ‘아랍의 봄’을 이끌었던 튀니지와 이집트에서는 그간 독재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던 자들이 재집권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43명의 교대생이 불에 탄 채로 발견되면서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 여당인 제도혁명당의 통제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학생들의 죽음은 멕시코 정치지형을 바꾸고 있다. 유럽은 독일, 영국 등에서, 남미는 멕시코, 콜롬비아, 칠레 등에서 교육정책과 무상교육을 둘러싼 학생과 교사들의 파업과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칠레에서는 2011년부터 수십만 명의 교사·학생들이 투쟁해온 끝에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조세개혁안이 상원에서 이달 초 최종 통과됨으로써 법인세 인상 등 부자증세를 통해 무상교육이 실현됐다.

한편 지난 9월 유엔 기후정상회의를 앞두고 뉴욕에서는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30만 명의 행진이 있었다. 교토의정서 이후 합의는 있으되 실행되지 않는 대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지난 2009년 코펜하겐회의 때 8만여명이 거리에 나선 것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며, 전세계 그리고 1,500여개의 다양한 사회운동에서 함께 한 것이다.


남미·남유럽 정치지형, 운동진영에 시사하는 바 커

2014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좌파정치운동의 진전이다. 그것은 이미 주지하고 있는 그리스 시리자와 스페인 포데모스의 집권 가능성, 영국의 레프트유니티의 약진 가능성이다. 현재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집권 신민당과 사회당을 앞서있는 시리자가 내년 초로 예상되는 그리스 총선에서 승리할 것인가는 최고 관심사다. 만약 새로운 그리스, 사회적 국가를 건설하자고 주장하는 시리자가 승리한다면 1936년 스페인에서 인민전선이 집권한 이래 유럽에 첫 번째 노동자정부가 들어서는 것이다. 치프라스 당수에 대해서는 ‘발칸의 우고 차베스’가 될 것이라고 좌우를 가리지 않고 한편으로는 공격을, 한편으로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경제위기 후 집회시위·사회운동 연대와 좌파의 단결을 강조해 오면서 실제로 민중의 공명을 이끌어냈다고 자평하는 시리자와 마찬가지로 경제위기 후 투쟁을 통하여 등장한 전형적인 정치세력이 스페인의 포데모스다. 지난 5월 말 유럽의회선거에서 8%, 5석을 얻은 바 있는 포데모스는 스스로를 정당이 아니라 사회운동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2011년 5월 대규모 시위 후 지속됐던 스페인 ‘분노한 사람들(15M)’ 운동에서 형성됐으며, 인민의 비용으로 은행을 구조하는 긴축정책을 거부하면서 광장을 점거하고 대규모 집회에 참여했으며, 스페인 영토의 절반 이상을 행진했다. 스페인 북부 아스투리엔의 광부들, 안달루시아의 풀뿌리노동조합 SAT, 아나코생디칼리스트 노동조합 CNT, 주택담보대출로 인해 강제퇴거 당한 수천 명이 조직한 PAH를 포함해 좌파적 대안을 외치는 노동운동 등 스페인의 원외 좌파와 15M의 분노한 이들이 결속하면서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포데모스 역시 집권 국민당과 제 1야당인 사회노동당을 제치고 여론조사에 앞서, 내년 총선에서 집권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뮌국가 건설이라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는 베네수엘라, 원주민출신 에보 모랄레스가 대통령 3선에 성공한 볼리비아, 바첼레트의 칠레, 그리고 파라과이 등을 비롯하여 남미의 핑크타이드(온건좌파의 물결)는 지속되고 있다. 이에 긴축에 맞선 투쟁을 통하여 정치적으로 진전한 남유럽에서 좌파정치운동의 약진은 이후 정치운동의 전망에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이종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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