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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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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5.05.13 10:43

강령 ‘건설’은

대중적 신뢰 쌓아가는 ‘과정’이 중요


이백윤┃충남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의 행보에 주목하는 동지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삶의 파탄에 지쳐 다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대중에게 새로운 대안, 명확한 이념적 지표를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것이다. 한편 현실과 괴리된 현학적 논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고 또다시 사분오열할 것이라는 우려와 냉소 또한 존재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추진위의 강령이 지게 될 부담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분석하는지, 변혁을 위한 전략은 어떠해야 하는지, 지금 우리는 어떤 투쟁을 해야하는지… 강령이 답해야 할 질문은 많고, 상이한 운동의 이념이 존재하는 이상 논쟁거리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나는 당건설의 수많은 과제 앞에 우선하는 것이 ‘책임’이라 생각한다. 당건설을 천명하는 행위는 역사를 책임지는 주체가 되겠다는 자임이다. 책임지지 않는 운동집단에게 대중은 신뢰를 주지 않는다.

책임지는 자세는 솔직함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역사적 사회주의에 대한 평가나 주요한 이론적 쟁점에 대해 세밀한 해답을 내기 어렵고, 그럴 수 있는 조건과 역량도 안 된다, 남한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그러하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출발하는 것이다.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앙상한 원칙을 나열하지 말고, 강령에 우리 내용의 풀버전을 담아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준비할 수 있는 만큼의 최소한의 원칙과 지향을 담는 것이다. “당장 해소되지 않는 쟁점은 이후 구체적 실천 속에서 정립해 나가자. 강령은 몇 달의 토론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답하지 못한 질문은 함께 답을 찾자. 우리끼리 힘드니 동지들도 같이 하자. 부족하지만 앞장서겠다. 실천에서 배우겠다”고 말하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일 것이다.

당운동도 체제변혁도 현실과의 끊임없는 대립과 투쟁 속에서 변화의 매개를 찾는 것인 만큼 강령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많은 실천과 그 속에서 성과를 축적하고 필연적으로 범하게 될 오류 또한 인정하고 극복하려는 시도, 그 역사에서 제련되는 과정, 합리적 핵심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견해의 주장과 관철에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일이 되게 만들고, 그릇을 깨지 않도록 노력하고 실제로 현실화하는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 또한 강령의 건설이, 함께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조직이라는 신뢰를 대중들에게 확보하는 과정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강령의 내용보다 강령을 건설하는 과정을 주목하는 이유다.


노동자민중이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지침서’ 같은 강령


은희령┃서울

‘이런 강령을 원한다’는 주제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별 고민 없이 승낙한 뒤에 후회가 밀려왔다. 변혁모임부터 추진위에 이르기까지 우리 조직과 함께한 시간이 길지 않기에 조직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은 나로서는 ‘강령’에 관한 글을 쓴다는 것이 어쩌면 모험이기도 하고 어쩌면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의 입장과 진로에 대해 이러저러한 입장이나 문구의 삽입을 거론하는 것조차도 조심스럽다. 그런 의미에서 문구를 놓고 치열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발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 토론 현장에서 “시간은 포고령이 아니다”는 말을 들었다. 그만큼 자기 계획과 내실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정치 행위가 제도화된 현대 사회에서 노동자민중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을 견인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시간은 무거운 싸움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가 낳은 사회양극화와 삶의 해체로 당장 내일의 삶이 불안한 노동자민중에게 계급정당은 강령과 주요 의제, 조직형태, 정치전략 등 모든 면에서 혁신이라는 말에 부합하도록 기존의 틀을 벗어난 다층적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기존의 정당질서 밖에서, 그리고 이를 가로질러 미래의 내용을 담아내야 할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을 제출하고 노동자계급정당답게 노동자민중이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출돼야 할 것이다.

우리 당의 강령은 행동강령에 기반했으면 좋겠다. 토론이 필요 없도록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강령 이였으면 좋겠다. 강령 초안을 마련하는 동지들의 깊은 지식을 드러내기보다 강령을 읽고 이해해야하는 노동자민중을 배려했으면 좋겠다. 정치노선상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사상과 이상을 선언한다 해도 실천은 없이 선언에 그친다면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민중이 우리의 강령을 읽고 쉽게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천할 수 있는 그런 지침서 같은 강령이였으면 좋겠다.

반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규탄하는 것만으로 위안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정당다운 추진위 고유의 아젠다(agenda)가 삽입되었으면 좋겠다.

‘평등’의 강령 이였으면 좋겠다. 비정규직 실업 문제를 포함하여 유연노동체제에 대한 사회경제적 대안과 금융자본의 수탈체제 해소를 위한 금융대안, 전략주체로서 비정규 노동운동을 만들어가는 계급적 로드맵을 반영한 강령을 제출했으면 좋겠다.

여성주의 선언문이 삽입된 강령 이였으면 좋겠다. 우리 당은 안팎의 모든 영역에서 성적 불평등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억압과 차별과 빈곤을 철폐하고, 상생의 관계가 확장되는, 여성으로부터 선택받는 정당으로서의 강령을 완성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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