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2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5.05.15 16:02

* ‘차이를 힘으로’는 부문운동이라 여겨지는 영역의 주제를 다루고자 합니다. 차이를 힘으로 만들어내는 우리의 연대로 자본주의를 넘어서 우리가 건설하고자 하는 새로운 사회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내 시간을 돌려줘”

청소년이 주인된 삶 되찾는 첫걸음부터


재현(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사회운동위원회(준)


“저희 아버지는 화물 운전을 하세요. 어머니는 미국에 계시고요. 어머니는 제게 국제 변호사가 되라고 해요. 저는 미술을 하고 싶은데… 아버지는 ‘너 하고 싶은 거 하라’면서도 ‘나만 이렇게 살아야지 너도 나처럼 비참하게 사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하세요”

지난 5월4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있었던 ‘내 시간을 돌려줘 - 학습시간 줄이기 프로젝트’로 열린 학습시간과 노동시간 간담회에서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가 이렇게 말했다.


‘개천에서 용나는’ 사회 끝났다고 하지만

과거 한국 사회는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의 가능성이 굉장히 열려있는 사회였다.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일지라도 자녀 중 하나가 사시라도 패스하면 온 집안 폈다. 말 그대로 개천에서 용이 나왔다.

사회보장이 전혀 없는 한국 사회에서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가장 강력한 보험이었다. 최근에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간간이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신화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연예인으로 성공할 만큼 끼와 재능, 외모를 갖추지 못했다면 여전히 교육은 계층 이동의 유력한 사다리임이 틀림없다. 이렇다 보니 한국 사회에서 초·중·고등학생들의 장시간 학습은 미래 성공을 위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통과의례로 여겨진다.

한편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는 올해 “내 시간을 돌려줘! - 학습시간 줄이기 프로젝트” 운동을 시작하며 세계에서 가장 긴 한국 초·중·고등학생들의 학습시간을 줄이고, 충분한 여가를 확보하자는 사회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내 시간을 돌려줘! - 학습시간 줄이기 프로젝트 5가지 요구

① 9시 등교! 3시 하교! 하루 6시간 학습!

② 방학일수 늘리고! 수업일수 줄이고!

③ 보충, 야자, 학원 등 강제학습 금지!

④ 야간/주말/휴일엔 학생에게도 휴식을!

⑤ 과잉학습으로 밀어넣는 경쟁 교육 개혁!


장시간 노동과 붕어빵같은 장시간 학습

한국 사회는 OECD 국가 중 압도적으로 노동시간이 긴 국가다. 네덜란드에 비하면 2배 이상 일하는 국가다. 1960~70년대 경제개발 과정에서 가진 것이 없었던 한국 사회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으로 수출 주도형 경제 부흥을 꾀했다. 시간이 지나 한국 사회 장시간 노동은 임금 체계, 사회 제도, 조직 문화 등을 형성하면서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되었다. 예컨대 우리는 ‘종’이 땡치면 집단으로 일을 시작해서 일을 마친다. 이런 광경은 학교, 공장, 군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세 곳 모두 자본주의사회 이데올로기 장치답게 노동시장의 규범과 규율을 학습시키고 훈련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꿈이 없는 교실…걷잡을 수 없는 양극화

꿈이 없는 교실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는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고 하지만 매번 입시 제도를 어떻게 수정할 지 고민에 머물러 있다. 교실 양극화 현상 또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와있다.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미국 대학 입시를 위해 SAT를 공부한다. 한국에서 이른바 SKY 대학을 간다고 해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으니 외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부모님의 뒷받침을 바라기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들은 저임금 노동(알바)시장으로 진출한다. 교실은 오로지 야간노동의 피로를 채우기 위해 잠을 자는 곳이다. 한편, 누가 양극단은 만난다고 했나. 아이러니하게도 양 계층은 학습시간 줄이기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상위계층 학생들은 공교육 학습시간이 줄었으면 한다. 줄어든 시간을 더 많은 사교육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위계층 학생들은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하는 교실에 오래 앉아있을 이유가 없다.


2-32-1.jpg


획일적 입시경쟁에 파열구 내기를

주간연속 2교대는 2013년 현대자동차에서 도입한 이래 최근까지 부품사에서도 진행하고 있다. 노동운동 진영은 주간연속 2교대 도입을 통해서 현장에 “이윤보다 노동자의 건강권이 중요하지 않겠냐”는 고민을 던지며, 절대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과 현장을 돌아보면서 스스로 구상하고 구현하는 삶을 꿈꾸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그러나 애초 기대와 달리 자본과 협상력이 있다는 현대자동차노동조합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한 만큼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노동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주간연속 2교대를 도입했다. 그 결과 부품사들 또한 절대적인 노동시간만 줄었을 뿐 노동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결구 당초 주간연속 2교대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운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시간을 돌려줘! - 학습시간 줄이기 프로젝트’ 또한 절대적인 학습시간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학습시간 줄이기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을 구상하고 구현하면서 앞으로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계기를 만드는 운동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에 목매게 하는 획일적인 입시경쟁 체제에 하나의 파열구를 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