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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기본권 따위 의미없게 만들겠다”

의제별 분할추진…노동계 저항․반발 피하려는 꼼수


임용현┃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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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합의를 통한 노동시장 구조개악 추진이 노사정 대화 결렬이라는 암초를 만났지만, 정부는 노동자들을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노사정 합의 도출에 실패한 직후, 고용노동부 이기권 장관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과 일반해고에 관한 기준과 절차를 각각 5, 6월 경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노사정 야합을 통한 정부의 비정규직종합대책 일괄 타결은 무산됐지만, 임금과 고용 등 핵심쟁점들을 의제별로 쪼개서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주요 의제별 분할 추진 방침은 노동계의 강력한 저항과 반발을 의식해 내놓은 셈법이기도 하다. 국회 입법절차와는 별도로 취업규칙, 일반해고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시행하여 운동진영의 총체적인 대응을 사안별 대응으로 유도해 전선을 흐트러트리려는 시도다.


민주노조 무력화…인력운영 유연화

그런데 얼마전 고용노동부가 취업규칙, 일반해고 기준과 절차를 ‘명확화’하는 데 앞서, 상시 100인 이상 사업장의 단체협약에 대한 일제 조사와 시정지도 계획을 발표했다. 노동조합이 있는 전국 3천 개 사업장의 단체협약을 5월 말까지 수집‧조사하여 자율 개선을 권고하고, 미 이행시에는 행정지도에 나서겠다는 것이 추진내용의 요지다.

이번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단체협약 시정지도 계획은 ‘인사 및 경영권에 관한 노동조합의 동의 조항’을 위법하고 불합리한 단체협약의 대표적 사례로 못박고 있다.(최근 법원의 판시에 의하면 기업의 공장이전이나 매각, 구조조정 등이 경영권에 해당하며, 노동자의 채용이나 전환배치, 징계, 해고 등이 인사권에 속한다고 보고 있다) 경총 등 자본가계급의 이익집단들도 ‘경영상 신속한 의사결정을 어렵게 하는 등의 이유로’ 고용안정협약을 인사 및 경영권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단체협약 사례로 지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단체협약 시정지도를 통해 ‘인사 및 경영권’을 포함한 내용들을 대대적으로 손보려는 까닭 역시 경총과 다르지 않다. 즉 자본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인사 및 경영권과 상충하는 노동3권을 제약하겠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핵심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 정책에 가장 큰 걸림돌인 민주노조를 무력화하여 인력 운영의 유연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사업장별 단협에서 고지 선점…현장통제까지

고용노동부가 이토록 발빠르게 단체협약 시정지도를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첫째, 올해 사업장별 단체협약 체결시점을 앞두고 당국의 위법적인 행정개입을 통해 임금과 고용 등 전반적인 노동조건을 자본에 유리하도록 재편하려는 것이다. 고용안정협약 등 고용노동부가 인사 및 경영권을 침해한다고 내세운 조항들은, 그동안 사측이 노조탄압을 목적으로 징계권이나 정리해고를 남발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투쟁으로 쟁취한 협약이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노사 자율, 대등의 원칙에 입각한 단체협약을 두고 ‘위법, 불합리’라는 낙인을 찍어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둘째, 단체협약 시정지도는 물론 가이드라인, 해설서 등의 즉각적인 발효를 통해, 국회 입법절차에 앞서 단위사업장에 대한 현장통제를 실질적으로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 기도가 민주노총의 4.24선제총파업을 비롯한 운동진영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하자, 지배계급은 이처럼 편법으로 융단폭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나아가 단체협약 시정지도를 지렛대 삼아,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및 저성과자 해고에 대한 기준 마련에 대한 사회적 대응력을 약화시키고자 한다.


추진 일정

고용노동부 시정 추진 내용

4. 20.~5월 말

100인 이상 사업장, 3000개 사업장 대상

단체협약 수집․조사

~ 7월 말

불법 및 불합리 단체협약 자율개선 권고

~ 8월 말

자율개선 이행 여부 확인

~ 11월 말

시정명령 발동 및 시정기간

11월 말 이후

위법사항 미 이행 시 사법처리 등

※ 사법처리 대상은 고용노동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우선채용’ 및 ‘유일교섭단체’ 관련 사항임.



각개격파하려 한다면 하나로 맞서야

따라서 정부의 단체협약 시정지도 추진에 맞서 개별사업장의 대응을 넘어선 광범위한 투쟁이 조직돼야 한다. 민주노총의 6월 총파업이 보다 위력적인 투쟁으로 발돋움하려면, 정부가 개별적 노사관계까지 지배개입하여 각개격파하려는 현 상황을 필사즉생의 각오로 저지해야만 한다. 지금 정부가 노조무력화 공세를 통해 단체협약 시정지도, 일반해고 요건과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를 줄줄이 관철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금속노조는 “정부가 법률개정이 아니더라도 시행령이나 가이드라인 등 편법을 통해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강행할 경우, 즉각적인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일찌감치 결의해놓은 상태다. 민주노총과 각 산별은 물론 제 산업현장의 활동가들은 ‘쉬운 해고,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 을 양산할 정부 정책을 분쇄하기 위해, 지체 없이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단체협약 시정지도, 각종 가이드라인을 매개로 노동자들의 단결을 파편화하려는 정부에 맞서, 기층의 분노를 단일한 투쟁전선으로 집약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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