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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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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5.07.15 13:02

반긴축 국민투표와 치프라스의 반전


원영수┃기관지위원회


그리스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6월27일 전격적인 국민투표 제안으로 시작된 정세는 7월5일 시리자의 역사적 국민투표 승리로 정점을 찍는가 하더니, 7월9일 후퇴한 협상제시와 7월11일 국회 승인을 거쳐 트로이카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

전지구적 경제위기 속에서 국가파산에 직면한 그리스를 둘러싼 유로존의 투쟁은 21세기의 지형을 압축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그리스 국민투표는 유럽과 전지구적 수준에서 신자유주의적 긴축반대 투쟁의 정점을 찍었지만, 그 성과는 치프라스의 재협상 속에서 유실되고 있다.


국민투표 결과는 공포·협박 이긴 민주주의의 승리

지난 7월5일 그리스 민중의 61.3%가 OXI(반대)에 투표했다.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트로이카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찬란한 민주주의의 승리를 쟁취했다. 8일간의 숨 막히는 찬반 대결을 거친 역동적 드라마는 일단 트로이카와 유럽 금융자본, 독일정부, 그리스 지배계급의 완패, 그리스 민중과 국제연대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7월5일 국민투표 승리 이후, 치프라스는 국민투표 승리를 경축하면서 “그리스는 민주주의가 결코 협박에 굴복하지 않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용감한 결정을 했고, 이 결정은 유럽의 논쟁지형을 바꿀 것”이라고 이번 승리의 의미를 규정했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시리자가 획득한 355만표는 반대진영의 다른 정당의 표를 고려하더라도 지난 1월 총선에서 획득한 220만 표보다 크게 늘었다. 상당히 증가한 지지세를 확보한 것이다. 이로써 트로이카와 그리스 좌우파 세력의 시리자 죽이기는 2013년 두 차례 총선과 2015년 1월 총선에 이어, 이번 국민투표에서 다시 한 번 실패했다.


국민투표 이후의 혼란, 치프라스의 배신?

승리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시리자 정부가 트로이카에 제출한 재협상안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국민투표에 부쳐진 긴축안보다 후퇴된 130억 유로 긴축, 부가가치세 인상, 연금삭감 수용 등의 수정된 협상안은 과연 무엇을 위해 지금까지 투쟁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7월11일 그리스 의회는 찬성 251표, 반대 32표, 기권 8표로 시리자 정부의 재협상 안을 압도적으로 승인했다. 시리자 진영 내에서는 좌파경향 레프트 플랫폼을 포함한 17명이 반대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나뉘어 있다. 후퇴한 협상안에서 불구하고 시리자와 치프라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소수의 목소리지만 치프라스의 배신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사람들도 긴축안에는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주되게 찬성표를 던진 이유는 그렉시트, 즉 유로존 퇴출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치프라스는 ‘긴축반대=그렉시트’의 도식을 일관되게 거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악된 협상안은 수수께끼다. 일각에서는 치프라스가 우파 신민주당ND을 포함한 대연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치프라스의 배신을 질타하고, 다른 편에서 치프라스 협상안의 현실성과 그의 정치적 지도력에 기대를 걸면서 지지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그리스 민중들 사이에서 그렉시트에 대한 공감대는 크지 않다. 시리자는 좌우로 나뉘어 있고, 그리스 주도의 그렉시트를 주장하는 극좌파의 주장은 현실성 없는 당위론에 머물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 독일의 자본과 정치권이 5개월의 협상기간 동안 그리스 정부의 저항에 대한 처벌, 또 유사한 위기 직전의 다른 나라들에 대한 본보기로서 그렉시트를 고려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리스의 딜레마

현재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7월5일 국민투표는 그 의미가 결코 퇴색되지 않는 이정표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리스 문제는 딜레마다. 치프라스의 재협상 안으로 그리스 경제가 회복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치프라스가 유로존 잔류입장을 고수하는 한, 재협상 안은 사실상 유일한 선택이다. 반면 그렉시트와 독자생존의 길 역시 정치적 주장과 입장으로서 일정한 정당성은 있지만 위험한 실험이자 도박이다.

공허한 반자본주의 구호가 아니라, 실현가능한 탈유로존 생존전략과 그것을 실현한 주체를 실질적으로 재조직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대중을 설득할 수 없는 전략은 전략이 아니며, 자본을 알지 못하고서 해방의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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