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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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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5.08.01 15:05

역시 선택은 ‘민주노총’

후퇴는 지난 일, 이제는 반전이다

조직 엮어내고 활기 불어넣어 새롭게 투쟁 나서야


김시웅┃기관지위원회


지난 7월15일 국민건강보험노조가 조합원 투표를 통해 상급단체로 한국노총이 아닌 민주노총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2012년부터 민주노총 ‘전국사회보험지부’와 한국노총 ‘국민건강보험공단직장노조’는 조직 통합 논의를 시작해 2014년 10월 각각 상급단체를 탈퇴하고 일정한 유예기간을 둬서 60% 이상 찬성하는 곳을 상급단체로 정하는 내용으로 통합노조를 출범시켰다. 조합원 약 1만여 명이 참여한 이번 총투표에서 63%가 민주노총을 선택했다.

통합노조 이전 민주노총 사회보험노조는 과거 그 대중적 역동성과 투쟁성으로 모범이 되었던 조직이다. 노동자민중의 광범한 저항에 노태우정권이 일정 부분 양보하면서 1988~89년에 전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한 직후, 89년 건설된 의료보험노조는 거의 매년 파업투쟁을 벌였고 1996년에는 투쟁으로 해고자 원직복직을 쟁취할 정도로 기세가 대단했다. 이후 IMF 경제위기 시기 복지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이 심화되고, 의료보험제도가 확대 통합하는 국면 등을 거치면서 정권과 전면전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김대중정권에 맞선 2000년 84일의 파업투쟁은 그 정점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의 결정적 투쟁들이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후퇴를 거듭하게 된다. 현장조직운동의 쇠퇴, 소위 ‘민주적’ 정권과 협력하려는 경향, 진보정당의 의회정치와 사회개혁투쟁으로 제한된 정치적 전망, 계속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복지정책에 대한 공격 등이 그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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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4일 대학로에서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및 2단계 공공기관 가짜 정상화 분쇄를 위한 양대노총 공공노동자 결의대회’를 마치고 건강보험노조 조합원들이 행진하고 있다. (출처 : 국민건강보험노조)


가장 좋은 결과, 계기 충분히 활용 못한 아쉬움도

이번 투표 결과는 전반적으로 후퇴해온 흐름을 반전시킬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계기로 평가된다. 한국노총으로 가는 최악의 결과, 상급단체를 결정하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는 결과를 피해 민주노총으로 돌아온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며 가장 좋은 결과였다. 비슷한 공공부문 대규모 민주노조였던 KT와 달리 사측에 장악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이번 투표결과를 마냥 고무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전 한국노총 조합원 3천5백 명과 전 민주노총 조합원 6천5백 명이 투표했는데 6천명만이 민주노총을 선택했다는 결과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전 한국노총 직장노조 내 활동가들이 민주노총 가입을 주장했고 상당한 표가 한국노총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민주노총 조합원 사이에서 이탈표도 적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민주노총을 선택한 조합원들도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투쟁으로 이 모든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는데 어용의 역사로 점철된 한국노총보다는 그나마 민주노총이 유리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작용했을 수 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급단체 투표라는 계기를 충분히 활용해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이 무엇인지 알려내 조합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실천이었다. 만약 집행부가 적극적으로 민주노총 선택이 갖는 의미를 알리는 기회로 삼고, 절박함을 가지고 조직했다면 변화의 가능성은 보다 컸을 것이다. 그러나 집행부는 ‘공정성을 잃었다’, ‘민주노총 선택을 강요했다’라는 비판을 의식해 소극적으로 움직이며 기회를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경기본부 상집 및 정책위원 일동 명의로 나온 투표 관련 공동성명서는 민주노총으로 가자는 것을 명시하지 않은 채 에둘러 표현했고, 향후 투쟁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를 의미하는지 생생히 알리는 것보다 추상적이고 느릿하게 역사를 되짚어보는 식에 머물렀다.


이후 조직력·투쟁력·통합력 발휘가 관건

의료민영화․연금개악․공공기관 2차 정상화 등 건강보험공단노조는 큰 싸움들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다. 당장 9월11일로 예정된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동 파업투쟁부터 시작이다. 그러나 얼마만큼의 조직력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이후 전면적 탄압이 들어오면 잘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후 투쟁에서 현장조직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뭉쳐있는 투쟁적 활동가들이 그동안의 지지부진함을 떨쳐내고 어떤 실천을 하느냐에 따라 쉽지 않지만 희망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민주노총 직가입이 아니라, 더 많은 의무와 사업 부담을 의미하지만 민주노총 선택 투표결과의 정신에 부합하는 공공 산별 가입이 당장의 과제일 것이다. 전 한국노총 출신의 건강한 활동가들을 규합해 끌어당기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투쟁파라고 하기에는 그들도 분명한 한계를 가지지만 투표 국면에서는 통합 건강보험노조의 새로운 활기를 의미하는 움직임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투쟁의 경험이 있는 윗세대와 투쟁의 경험이 적은 젊은 세대 간의 균열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도 과제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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