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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5.10.01 11:00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정규직 쟁취 없이는…승리하기 전에는


조한경(민주노총 강원본부 동해삼척지부)┃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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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시멘트 조합원들이 상경투쟁을 떠난 뒤 삼척 동양시멘트 앞에서 지역에 남아있는 동지들이 출근투쟁을 벌이며 연대하고 있다.


지난 8월19일, 상경 노숙투쟁이 결정됐다. 장소는 삼표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미대사관 뒤 이마빌딩 앞이다. 선봉대 8명이 짐을 싸 먼저 올라갔다. 동양시멘트의 우선인수협상대상자로 삼표가 선정된 이후 노동조합의 요구는 ‘정규직 현장복귀 쟁취’가 되었다.

8월24일, 전 조합원이 상경했다. 아침 7시30분 출근선전전을 시작으로 중식선전전, 조합원 결의대회, 퇴근선전전, 투쟁사업장 연대, 화요 투쟁문화제 등을 진행했다. 그러는 동안 삼표는 본계약을 체결했고 이제 잔금지급만을 남겨 놓고 있다. 9월25일 잔금이 지급되면 이제 동양시멘트의 진짜 주인은 삼표가 되는 것이다. 그날은 해고투쟁 209일, 상경노숙투쟁 38일째 되는 날이다.

지난 2월 해고부터 상경노숙까지 정말 많은 투쟁들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투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조합원들은 건재하고, 정규직 현장복귀 쟁취 의지도 뜨겁다.

낯선 땅 서울에서의 노숙투쟁을 통해 동양 해고자들은 진짜 노동자가 되어 간다. 우리의 싸움이 바로 비정규직 투쟁의 최전선에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러기에 결코 쉽게 타협하지 않겠다는 결의도 드높다. 지금 동양 해고노동자들은 정규직 현장복귀 쟁취 투쟁의 한복판에서 지난 투쟁을 되돌아보며 다시 투쟁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정규직 증명됐지만 다시 삼표와의 투쟁

매각 공고가 발표된 이후 노동조합은 7월부터 동양시멘트 공장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앞서 2월13일 중부고용노동청 태백지청으로부터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된다는 진정 결과를 통보받았다. 그리고 바로 2월28일 101명이 집단 해고됐다. 4월 법원에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접수해, 6월5일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이 모든 판단과 판결의 의미는 동양이 진짜 사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동양은 판결을 이행하지 않은 채 매각 절차를 진행해 나갔다. 행정기관과 법의 판단은 동양시멘트의 정규직 노동자임을 인정하고 있으나, 정작 우리는 노숙투쟁중인 해고자 신분이다.

7월29일, 동양시멘트 우선인수협상대상자로 삼표가 선정됐다. 삼표연탄과 삼표레미콘으로 유명한 회사다. 삼표의 전신은 강원탄광이라 하는 강원도 철암의 탄광이다. 강원탄광은 1988년 성완희 열사가 구사대의 폭력에 맞서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분신 항거한 바로 그 사업장이다. 선대들에 의해 자행된 노조 탄압이 어쩌면 지금의 무노조 삼표를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삼표는 현대자동차 정몽구의 사돈이기도 하다. 불법파견을 버젓이 자행하고도, 아니 법의 판정이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을 일삼는 현대 정몽구의 사돈이 삼표 정도원회장이다. 이런 삼표가 동양시멘트의 우선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삼표그룹은 산업은행PE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동양시멘트 매각에 참여한다. 8,300억 원이라는, 타 경쟁업체들보다 상대적으로 큰 금액으로 인수우선협상대상기업이 된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특혜성 대출 의혹도 불거졌다.

8월3일 현장실사가 진행되고, 노조는 공장 정문을 막고 실사단의 출입을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지부장이 강제 연행돼 결국 구속됐다. 경찰과 검찰은 표적 연행 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일사천리로 체포영장 청구와 발부를 진행했다. 모든 것은 잘 짜인 한편의 연극처럼 진행됐다.


겨울에 시작한 투쟁, 다시 겨울을 준비하다

8월28일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노조는 노숙상경투쟁을 결의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 조합원이 함께 노숙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노숙투쟁이 진행되는 동안 회사에서는 새로 노무관리 전담 고문을 채용해 노조와의 교섭에 나섰다. 그들이 지금까지 주장하는 것은 정규직 불인정, 하청업체로의 선별복귀,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 민주노총 배제, 소송 취하다.

단 한 가지도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나긴 해고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에 파고들어 조직과 투쟁력을 와해시키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예상대로 조합원들의 판단은 단호하고 냉철했다. 쓰레기 같은 회사 측의 요구안을 거부하고, 정규직 현장복귀 쟁취 요구를 끝까지 관철시키기로 결정했다. 다시 투쟁의 시작인 것이다.

정규직 현장복귀의 그날까지 투쟁을 멈출 수는 없다.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을 준비한다. 침낭 하나 달랑 들고 서울로 올라와 노숙을 시작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같은 처지, 같은 입장의 노동자들을 만났다. 재능, 세종호텔, 하이디스, 한국사회복지정보원, 기아자동차사내하청지회, 현대자동차사내하청지회, 아사히글라스, 부산 생탁 택시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했다. 투쟁을 통해 이 사회의 모순과 불평등, 그리고 차별을 본다. 그리고 느끼고 배운다. 결국 문제는 자본주의라는 것을…

겨울이 오고 있다. 그러나 두렵지 않다. 우리는 돌아갈 것이다. 미련 없이 투쟁하고 당당하게 돌아 갈 것이다. 정규직 현장 복귀, 그 승리의 깃발을 들고 강원도 삼척으로 반드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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