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먹을 수 없는 ‘바른 먹거리’

냉동차 바닥에서 쇠사슬에 몸 묶고 농성

파업․연대․불매, 노예생활 끝낼 각오로 투쟁


백형록(민주노총 충주음성지부)┃충북


10-6-1.jpg

9월16일, 풀무원 화물노동자가 충북 음성 엑소후레쉬물류 앞에서 자신의 냉동차 바닥에 들어가 차축에 쇠사슬로 몸을 묶는 투쟁에 나섰다. 경찰은 9월24일 농성장에 난입해 폭력을 휘두르며 농성하는 노동자들을 연행했다.


지난 9월16일 새벽, 풀무원 화물노동자가 쇠사슬로 자신의 몸을 차에 묶고 농성을 시작했다. 파업 13일차, 동료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시작한 싸움이다. 그는 너무나 절박했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풀무원 자본에 의해 분열되고, 비인간적 대우를 개선하겠다는 이 소박한 요구가 외면당하는 것을 더 이상은 볼 수 없었다.

같은 날 화물연대 충북지부는 풀무원 음성공장 앞에서 조합원총회를 열었다. 최기호 화물연대 충북지부장은 "악랄한 풀무원 자본에 맞서 화물노동자의 본 때를 보여주자"며 '총파업'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단 1분! 질문도 찬반토론도 필요 없었다. 총회에 참여한 화물노동자들은 이미 십 수 년 동안 함께 겪고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노동자인데 노동자가 아니다” “일 시킬 권한은 있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서러움과 분노가 단 1분만에 '총파업 가결'을 만들었다.


노조인정․노예계약서 폐기 요구

화물연대 충북지부 음성진천지회 풀무원분회는 어찌 보면 사측의 도움으로 조직된 분회라고 할 수 있다. 사측의 횡포가 도를 넘어서자 화물노동자들은 2013년 분기별 간담회 개최를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간담회 도중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며 간담회를 중단시키고 도리어 노동강도를 더욱 높였다. 결국 화물노동자들은 자연스레 화물연대에 가입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풀무원의 자회사로 물류를 담당한 엑소후레쉬물류와 운송사들은 차량이 자동차등록증상 법인 명의로 등록돼 있는 점을 악용하여 화물노동자들에게 환급되어야 할 부가세를 착복해왔다. 장시간 운행(15~19시간), 회사가 지정한 날만 휴무(월 2회), 애경사나 차량 사고 시 대체차량 투입되면 운송수익금 삭감 및 용차비용 부담 등은 기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화물노동자들이 받는 운송료를 일할로 나눈 것보다 되레 많은 금액을 회사에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풀무원은 물류비를 절감하기 위해 물류센터 상하차인원을 감축한 뒤, 그 비용을 고스란히 화물노동자들에게 전가시켜왔다. 쉽게 말해, 공짜로 일을 시켜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산재사고가 발생해도 모든 책임을 화물노동자들에게 돌렸다. 화물노동자들은 다쳐서 일을 못하는데도 대체차량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운송료는 20년째 동결됐고, 각종 불합리한 페널티제도로 풀무원 화물노동자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어왔다. 풀무원이 자랑하는 ‘바른 먹거리’는 실상 노동자들의 눈물과 희생으로 만들어 진 셈이다.

불합리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풀무원분회는 3차례 파업에 나섰다. 화물연대에 가입한 이후 2014년 11월, 2015년 1월에 이어 지금 3차 파업을 진행 중이다.

요구는 동일하다. 화물연대 인정과 합의서 이행, 노예계약서 폐기를 요구하면서 9월4일부터 물류를 멈추고 파업에 돌입했다. 풀무원은 막강한 홍보팀을 통원해 언론에 풀무원투쟁과 관련된 기사를 내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화물노동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양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화물연대 스티커를 붙여 풀무원 로고를 훼손한다고 난리를 피운다. 여기에도 풀무원과 운송사가 이윤을 착취하려는 꼼수가 숨어 있다. 물류수송을 위한 차량 구입 시 풀무원로고가 도색된 차량은 같은 차량보다 6천여만 원 가량 비싸다. 풀무원에서는 풀무원에 속한 화물노동자들이 차량을 팔 때 그 정도 이익을 본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운송사가 중간에서 착취하는 것이다. 즉, 단지 풀무원 로고가 붙어 있다는 이유로 차량을 구입하고자 하는 화물노동자들에게 운송사가 프리미엄을 붙여서 판매하는 것이다.


악랄한 착취․탄압, 투쟁을 멈출 수 없다

금속 사업장을 중심으로 복수노조를 내세워 민주노조를 파괴하는 공작이 풀무원의 화물노동자 투쟁에도 나타나고 있다. 풀무원은 2차 파업이 끝난 뒤 회사측에 협조적인 자들을 모아 가칭 ‘사단법인’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이들은 풀무원 차량에 도색된 풀무원 로고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금속노조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설립된 것과 동일한 상황이다. 그리고 자본과 정권이 ‘사장님’이라 부르는 화물노동자들의 투쟁에 풀무원은 변호사와 노무사를 투입해 대응하고 있다. 자본의 노동탄압은 금속이든, 화물이든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자본은 오로지 이윤축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민주노조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것은 투쟁이다. 현재 화물연대 풀무원분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새롭게 지역연대 투쟁을 만들어가고 있다. 풀무원 제품에 대한 실질적인 불매운동도 조직하고 있다.

명절을 앞둔 9월21일, 언론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일제히 화물노동자들을 폭력모리배로 매도하는 기사를 냈다. 풀무원 자본의 지난 악행(2004년 춘천공장 노조탄압)이 다시 떠오른다. 노동자들의 생존과 노동기본권을 부정하며 만들어진 먹을거리, 자본에 기생하는 언론들을 동원해 노동자들을 폭력배로 매도하며 만들어낸 먹을거리, 우리가 결코 목에 넘길 수 없는 것들이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는 그날까지 노동자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