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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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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5.10.15 02:17

그들만의 리그

기득권 둘러싼 진흙탕싸움


김시웅┃기관지위원회


지난해 10월30일 헌법재판소는 지역선거구 획정에 인구수 편차가 큰 현재 제도가 선거의 평등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므로 현재 최대 인구수와 최하 인구수 사이의 ‘3대1’편차가 ‘2대1’이 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헌재의 기준에 의하면 27만7,996명이 넘는 선거구는 분할하고, 13만 8,984명보다 적은 선거구는 통합하라는 것이다. 이에 지난 2월24일 중앙선관위가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제시하고 3월17일에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선거제도 개선 논의가 시작되었다. 인구수는 적지만 의원수가 상대적으로 많이 보장된 농어촌지역의 의원수가 축소되고, 수도권의 의원수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농어촌지역에서 최대 9곳까지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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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 협상에 속셈 따라 거래만 난무

문제는 새누리당이 ‘의원정수 확대 절대 반대’ 입장을 통해 이러한 조정과정을 일종의 제로섬 구도로 몰아넣고 있다는 점이다. 의원정수에 대해 새누리당은 현재 300명 동결, 새정연은 300명 플러스알파, 정의당은 360명까지 확대 등으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여기서 새누리당은 과반수 여당으로서의 지위를 위태롭게 하고 이후 진보진영에 유리할 가능성이 있는 비례대표 확대의 지렛대가 될 수 있는 의원정수 확대를 저지하려는 입장이다. 문재인, 이종걸 등 새정연 지도부들이 의원수 확대를 조심스레 꺼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물러난 것을 보면 국민정서를 등에 업은 새누리당의 주장대로 의원 수 300 동결이 예상된다. 그런 조건대로라면, 헌재의 판결대로 수도권에 의석을 늘리기 위해서는 농어촌지역과 비례대표 중 한쪽을 줄여야 하는 복잡한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과 새정연 농어촌 지역 의원 20명으로 구성된 농어촌지키기의원 모임과 지역주민 2천여명은 10월6일 국회 앞에서 ‘농어촌 지방 선거구 사수 상경 집회’를 열기도 했다. 현재 농어촌 지역 여야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또한 자신들의 지역주의 기반 체제가 허물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농어촌지역 의석 감소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농민·어민에게 강요된 희생과 최근 FTA로 인한 피해, 밥쌀용 쌀 수입 이슈 등에서 보더라도 농어촌 의원들은 농민·어민의 이익보다 여야 양당의 일부로서 자본의 이익을 대변해왔다.

한편 현재 정의당 의원 5명 가운데 비례대표가 4명이다. 과거 민주노동당도 주로 비례대표에서 의석을 얻어왔다. 따라서 앞으로 진보정당의 성장에 비례대표제의 확대는 일정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선진국들의 경우 비례대표 제도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실에서 보이듯이 단순 지역구 중심의 제도보다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는 제도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농어촌지역 대표와 비례대표 축소는 정치개악이 될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 “농촌 소외가 심화되는 가운데 지역구 감소는 농민들에게 정치적 박탈감을 가져오기에 충분하다”고 입장을 밝혔듯이 농어촌 지역구 감소가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해법은 의원정수 확대 안에서의 선거구 조정인데, 문제는 이러한 논의보다는 여야 정치인들의 이기적인 속셈에 따라 거래가 오고가는 것이 현재 선거구 획정 협상 과정이라는데 있다.


자본 선봉장이 주장하는 ‘국민공천’은 어불성설

한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9월2일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경선제도)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라고 선언한 이후 정당 공천제도도 이슈로 부각됐다. 그리고 지난 추석 연휴 중 김무성과 문재인 두 대표가 만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합의하면서 앞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공천제는 그럴듯해 보인다. 거물 정치인 몇몇이 공천권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공천이 결정돼야 한다는 명분은 설득력 있다.

내년 총선 공천권을 쥐고 새누리당에 대한 통제력을 잃지 않으려는 박근혜에 맞서 공개적으로 대드는 김무성을 보며 속 시원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국민연금개악, 노동개악 등 주요 국면에서 항상 자본쪽 선봉에 섰고 ‘쇠파이프 노조’ 등 망언을 제조해온 김무성이 박근혜와 갈등하는 것은 단지 내부 기득권을 둘러싼 이전투구에 불과하다. 또한 김무성과 문재인은 국민공천제의 내용보다 판 흔들기를 통해 여야 각각의 내부 권력다툼에서 어떻게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까 생각뿐이다. 자신들이 금과옥조처럼 주장하는 의회민주주의 하의 정당정치 원리와 국민공천제가 어떤 연관을 갖는 것인지에 대해 아무런 해명도 못하고 있다.

이렇듯 정치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 논의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슬로건은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여야간, 그리고 각각의 내부 계파다툼에서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한 진흙탕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조금 더 정확히 대변하자는 상식적인 정치개혁마저 이렇게 이익을 둘러싼 갈등에 속박당해 스스로의 힘으로 하지 못할 만큼 주류 정치권은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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