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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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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5.10.15 02:21

박근혜 노동정책, 개혁인가 재앙인가?

노동자 스스로 판단․결정하는 집단적 실천


임용현┃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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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노(한국노총)사정 대화가 한창이던 지난 3월 고용노동부가 TV, 라디오, 신문, 옥외광고 등 각종매체에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를 앞세워 정부정책을 홍보하는 데 집행한 광고비가 한 달간 무려 17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당시 광고에는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청년 일자리가 해결됩니다”라는 문구가 매체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 등장했다.

정부와 자본이 공모하고 한국노총이 꼭두각시를 자처한 9월13일 야합 이후에도, 이같은 여론몰이는 중단 없이 진행 중이다. 지역과 업종, 세대 간 소통이 집약적으로 이루어지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도 정부여당은 ‘노동개혁’을 교두보 삼아 정국을 일점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바 있다. 예컨대 새누리당은 “노동개혁으로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이란 슬로건이 담긴 현수막을 8~9월 중 전국 각지에 게시했고, 고용노동부의 ‘노동개혁’ 공익광고 또한 임금피크제와 ‘공정한 해고’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내용으로 아직까지도 연일 방송에 송출되고 있다. 이처럼 여론의 향배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론․방송을 총동원함으로써, 박근혜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은 프레임 전쟁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그 덕분에 해고요건 완화나 임금피크제 도입 같은 노동조건 전반을 악화시키는 정부 정책에 대한 여론은 (조사기관에 따라 수치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찬성쪽이 우세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노동자 갈라치기로 책임전가하는 지배계급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다수의 노동자민중들은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구조개악의 실체를 제대로 마주할 기회를 여전히 갖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이래 지배계급이 전체 노동자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욱여넣고, 교모하게 노노갈등과 세대갈등이라는 프레임에 가둔 탓이다.

애초부터 이러한 프레임은 고용불안과 경제위기의 책임을 전체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기 위함이었다. 자본의 이윤을 위한 노동유연화 정책이 지속되는 한, 정규직의 고용경직성이나 대공장 노조의 집단이기주의 등 노동 내부의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는 공세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되풀이될 것이다.

반면 정부의 노동개악 공세가 매우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음에도, 이를 저지할 사회적 전선은 광범위한 대중 동력을 구축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따라서 문제를 왜곡하는 저들의 구도 자체를 넘어서기 위한 노동운동진영의 대안적 상상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정부여당이 연내 입법추진을 통해 하루빨리 정착시키고자 하는 ‘사장 맘대로 해고’하고 ‘사장 맘대로 임금삭감’할 수 있는 세상, ‘젊어서는 계약직으로 늙어서는 파견직’으로 일하는 평생 비정규직 시대가 과연 노동자민중이 희구하는 사회인지를 진지하게 물어볼 차례다.


제안위원회 출범, 11월12일까지 국민투표 진행

지난 10월7일 ‘국민투표 제안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노동정책이 청년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진짜 대안인지, 아니면 평생 비정규직 시대로 가는 노동재앙인지 국민투표를 통해 전체 노동자민중의 의사를 확인하자는 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국민투표를 홍보하고 조직하는 ‘제안위원'에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단체들뿐만 아니라 종교, 정치, 문화예술, 법률, 학술, 시민 등을 망라하는 사회각계 554명의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 날 발족한 국민투표 제안위원회는 “우리의 삶과 노동, 우리가 결정한다”는 기치 아래, 10월7일부터 11월12일까지 약 한 달여 간 국민투표를 널리 알리고 전국 각지에 1만 개의 투표소를 설치하는 데 매진할 예정이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권영국 공동본부장은 이번 국민투표가 “박근혜 정권 노동개혁의 실체와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시민사회 주도 범국민운동”이라고 의미를 알렸다.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조희주 공동대표도 “박근혜표 노동개악은 전 국민의 재앙이다. 사내유보금 710조원을 금고에 쌓아두고 노동자들의 삶을 유린하려는 재벌과 이를 비호하는 정부에게 그 책임을 묻자”고 말했다.


전국 1만개 투표소에서 ‘을’들의 투표

노동자들의 집단성을 해체함으로써 권리를 약탈하려는 박근혜표 노동개악에 맞서 민주노총이 2015년 총파업투쟁을 조직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투표운동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총파업 성사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기층의 활동가들 가운데 일부는 국민투표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할 일’이라거나 ‘낮은 수준의 캠페인이나 퍼포먼스’ 정도로 인식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중소영세사업장-청년알바-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조직노동자들에 비해 준비가 덜 되어있고 자신감도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다.

국민투표는 이같은 미조직노동자들이 투표함을 신청함으로써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낼 수 있는 활로를 제공할 것이다. 나아가 “정규직을 쉽게 해고해서 청년일자리를 마련한다”는 박근혜정부의 위선을 폭로하고, 노동자들 스스로 판단․결정하는 집단적 실천을 시작하는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투표는 단지 정부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확인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대안을 알리는 데 그 의미가 크다. 따라서 정부와 자본이 주장하는 것처럼 장년층 정규직이나 조직노동자들의 양보가 진정한 해결책이 아님을, 전체 노동자들의 연대로 권리를 찾자고 모든 노동자들에게 호소해야 한다. 사무실, 마트, 지하철입구, 생협매장 등 전국 활동공간 곳곳에 1만개의 투표소를 설치하는 국민투표 운동으로, 박근혜표 노동재앙을 거부하는 모든 '을'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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