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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고자 한다면, 안되는 ‘구실’ 아닌 싸울 ‘방법’ 찾아야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가 12월22일부터 닷새 동안 ‘비정규직 법제도 철폐를 위한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10년이 넘은 투쟁, 또다시 거리에 나와 투쟁을 선포하는 그들의 각오를 유흥희분회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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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체투지를 시작한 이유는?

A 기륭이 10년째 싸우고 있는데 지금 거의 법적 다툼으로 남아있다. 사회적 합의 파기, 먹튀 행각에 대한 사기죄를 처벌해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업무상 배임도 다시 고발해놓은 상태고, 체불임금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기륭 외의 수많은 사업장들이 7~8년 넘게 투쟁을 하고 있는데 거의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로 투쟁하고 있다. 특히나 기륭 같은 경우는 합의를 했는데도 회사가 지키지 않고 도망갔다. 왜 안 되는 걸까,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뭘까 고민하다가 근본에 비정규직 법안, 정리해고 법제도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투쟁을 하지 않고는 계속 일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 것 같고, 제2, 제3의 기륭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정부는 비정규직 법제도를 더 개악하겠다고 하고, 정리해고 요건도 완화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런 정세 속에서 우리의 투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것이 오체투지다.


Q 10년이다. 다시 투쟁에 나서는 소회는 어떤가?

A 착잡하다. 목숨을 걸고 투쟁했는데, 이게 목숨을 걸어도 안 되는 일인가? 이런 생각하면 답답하다. 그러나 답답하다는 마음만 갖고 가만히 있으면 다가오는 상황은 결코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한탄만 하고 있을 수 없어, 우리가 먼저 나서서 사람들한테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우리는 인원도 적고,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투쟁이 뭘까 고민하다 보니 오체투지를 하게 됐다. 사실 주위에서 너무 극단의 투쟁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우리 조건에서 사람들에게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투쟁이었다. 착잡하지만 절망만 하고 있기에는 현실이 너무 절박해서 오체투지를 하게된 것이다.


Q 이후 계획은?

A 법적 투쟁이 남아있지만, 2015년 1월에 먹튀 자본에 관한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임시국회에 기업살인법 등에 준하는 내용의 법안을 한 번 내보자고 준비하고 있다. 또한 실천투쟁으로 행진을 해보자는 고민이 있다. 우리가 처음 오체투지를 선택한 것은 우리의 투쟁을 보고 마음이 움직이면 많은 사람들이 아직은 사업장의 벽을 쉽게 넘지는 못하지만 비정규직 법안이나 정리해고 요건완화에 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를 묶어낼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대규모로 할 수 있는 행진을 생각했다. 처음부터 행진이 대규모로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겠지만, 비정규직 법 전면 폐기를 걸고 우선 시작하는 거다. 행진하는 과정에서 간담회 등을 통해 확대하는 과정이 필요할 거고, 그러면서 정리해고 문제로 고민하는 동지들이 적극적으로 받아준다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를 한꺼번에 걸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논의가 충분치 않아서 우선 비정규직법 문제를 걸고 시작할 것 같다. 또한 부문별로 자신의 주제를 가지고 행진에 결합하는 것도 추진해보고자 한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고, 고민 중에 있다.


Q 민주노총 새 지도부가 당선됐다. 비정규직 법제도 문제는 내년 초 핵심 투쟁과제인데, 신임지도부에 하고 싶은 말은?

A 비정규직 법제도 문제에서 우리가 전선을 너무 작게 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번에는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답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봤으면 한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제도가 생기고 16~17년이 지났는데 비정규직, 정리해고 제도가 이제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처럼, 그래야 기업이 살고 사회가 굴러가는 것처럼 생각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선을 좀 더 강하게 쳤으면 좋겠다. 이벤트 형식의 사업이 아니라 내용을 하나로 엮어내는 투쟁 전선이 필요하다. 법 자체 폐기에 대한 전선을 그어야 현재의 개악을 막아내는 투쟁이라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계속 따라다니다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는 과정이 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투쟁의 당사자였던 우리가 나서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보고자 한다. 현장의 정서가 바닥이라고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참을 수 없다는 정서가 있다. 싸우고자 하는 취지에 맞게 싸웠으면 좋겠다. 싸우고자 하는 사람은 구실을 찾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찾는다고 생각한다. 어려워서 안 되는 구실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싸우고자 하는 방법을 찾아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터뷰=이정호┃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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