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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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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준비 28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4.12.31 11:28

2014년의 정치는 혁명을, 새로운 질서 형성을 요구한다


그야말로 집요한 탄압이었다. 2014년 4월16일, 304명이 수장되었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그 이유조차 모르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 확보를 통해 “최소한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아야겠다”는 유가족의 요구는 여당의 탄압과 야당의 거듭된 야합 속에 무참히 짓밟혔다. 유가족은 기소권은커녕 수사권조차도 확보하지 못한 채 앙상한 조사권의 확보를 받아들여야 했다. 진상규명에 필요한 증인이 청문회 등에 출석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고작 ‘과태료’의 처분을 받으면 그것으로 끝인 것이다. ‘벌금’도 아니고 ‘과태료’, 고속도로에서 과속운전을 했을 때, 주차위반을 했을 때 날아오는 그것이다. 이 사안의 본질을 ‘교통사고’와 같은 것으로 해석하는 저들의 집요한 공격이 결과한 합의다.

이 과정에서 9월6일 ‘일베’는 광화문 단식농성장에서 ‘폭식투쟁’을 벌였고, 9월28일에는 무려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가 등장했다. 이것은 그 사건 자체로 테러다. 자본주의와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그 추악한 본질을 드러내는 징후다.

이것을 ‘야만’이 아닌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비정상적인 상황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 눈앞에 벌어지고 있다. 국민에게 책임이 있는 행정부 수장의 행적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라 밝힐 수 없다”던 저들이, 대중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사찰하고 있음이 드러났을 때에도 그러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정상적 상황과 비정상적 상황을 구별하는 것이 의미를 잃고 있으며, 이것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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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는 행정부 부서로 기능

“국가권력을 소수의 비선 실세들이 좌우한다”는 정윤회 국정개입 추문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던 12월19일, 통합진보당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되었다. 부르주아 사법의 법리 관점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 판결이다. 헌재 역시 이른바 ‘RO’의 실체가 검증되지 않았음을 인정했음에도, 통합진보당 전체를 ‘내란음모 조직’이라고 못 박았다.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강령 역시 그 자체로는 특정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으나, 이 강령을 적시한 주체들이 특정 의도로 도입했기에 북한식 사회주의체제를 추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요지다.

그야말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에 지나지 않는 논리가 헌재에 의해 구사된 것이다. 실체조차 밝혀지지 않은 ‘RO’의 회합이 ‘당의 행사’로 규정되었다. ‘진보적 민주주의’란 말을 김일성이 쓰면 유죄, 박근혜가 쓰면 무죄가 된다. 헌재의 논리는 관악을 경선부정,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폭력사태까지 정당해산의 논거로 동원할 정도로 비루했지만, ‘8:1’이라는 압도적 숫자가 말해주듯, 헌재는 사법기관이라기보다는 사실상 행정부의 일개 부서로 기능했다.

어쩌면 그야말로 충격적일 수도, 어쩌면 전혀 충격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 사태다. 사실 사법부가 행정부의 일개 부서로 기능하고 있는 현실, 저들이 공언하는 3권의 분립이 허구에 지나지 않음을 확인하는 과정은 이미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초만 해도 ‘신의칙’을 논거로 한 통상임금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바 있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통해 다니엘 애커슨 GM회장에게 공언한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가. 행정부의 수장이 일개 자본가에게, 논란중이고 또한 법리적으로 불리한 문제에 대한 특정한 사법적 판결을 대놓고 공언했고 사법부 또한 그렇게 판결을 한 것이다.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룰조차도 지키지 않으며, 대중 또한 이에 익숙하다.


체제의 본질은 ‘폭력’이라는 현실 드러나

이번 사건을 두고 말하듯, 헌재는 87년 민주화 투쟁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2014년,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참혹한 현실 또한 바로 ‘87년 체제’의 산물이다. 이미 87년 투쟁으로 형성된 체제 자체가 역사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며 우리는 이를 다시 한 번, 더욱 적나라하게 확인한 것이다.

2014년의 정치는 ‘폭력이 체제의 본질’임을, 비정상적 상황이 더 이상 예외적이 아님을 강력하게 드러낸다. 정윤회 국정개입 논란 역시 국가권력이 대중의 감시와 통제, 스스로 만든 최소한의 룰에서조차 벗어나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었을 뿐이다.

지금 존재하는 것은 더 이상 진보적이지 않은 87년 체제가 드러내는 참혹한 현실이고, 존재해야 할 것은 새로운 혁명과 그를 통해 만들어질 새로운 질서다.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과 미래에 존재해야 할 것의 간극이라는 오래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몸부림. 우리가 당을 건설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런 몸부림이며, 또한 이런 절박한 몸부림을 통해 ‘당’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백종성┃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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