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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시작한, ‘지금’이 싸울 때다”

정리해고·희망퇴직 맞선 투쟁에 ‘연대’로 답하자


홍현진┃전북


지난 4월15일, 한국GM 군산공장 소속 12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전북본부 군산시지부에서 노동조합 설립총회를 열었다. 한국GM 군산비정규직지회(지회장 진제환)가 출범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지회는 본격적으로 정리해고·희망퇴직에 맞선 투쟁에 돌입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비정규직 방패삼아 고용연장 합의한 정규직

투쟁의 경제적 배경을 살펴보자. GM자본은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 철수를 결정했고, 이에 따라 유럽에서 팔리는 쉐보레의 90% 이상을 수출하던 한국GM, 그 중에서도 쉐보레의 주력 모델인 크루즈를 생산하는 GM군산공장은 물량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언제나처럼 자본은 노동자들에게 위기를 전가했다. 자본은 노동자들에게 1교대 전환을 요구했고, 한국GM 군산지회는 ‘유휴인력을 구조조정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1교대 전환에 합의했다. 물론 비정규직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범주에서 제외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방패삼아 자신들의 고용을 연장하려는 합의를 한 것이다.

그렇게 비정규 생산직 노동자들이 잘려나갔고,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사무직 노동자들이 잘려나갔다. 2014년, 작년 한 해만 1천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로 거리로 내몰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소리 소문 없이 회사에서 쫓겨나고 있다. 군산공장의 경우 작년에만 비정규직 노동자 350명이 쫓겨났으며, 올해에는 남아있는 7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중 650명을 정리해고 하겠다는 것이 자본의 의지다.


거리로 내몰리는 비정규직노동자들

지난 1월, 댄 암만 GM사장과 스테판 자코비 GM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환율, 통상임금을 비롯한 고생산비용, 짧은 임단협 체결주기 등으로 장기적인 대화가 불가능해서 서로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는 노동자들에게 있다는 파렴치한 주장이다.

돌이켜보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파산 위기에 빠진 GM을 업계 1위로 재등극시킨 일등공신은 기존 대우차의 소형차 라인업이었다. GM은 이 기술력을 그대로 흡수한 채 한국GM을 하청기지화시켰다. 앞에서는 실체도 없는 8조원의 투자를 약속하고, 뒤에서는 2009년 이후 무려 4차례의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상하이차의 쌍용차에 대한 먹튀 행각과 본질적으로 전혀 다르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국제연대’를 통해 ‘신의칙’을 들먹이는 기묘한 통상임금 판결을 주도한 것 역시 GM 자본이었다. 우리는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 그러나 지금은 심지어 GM 자본의 위기조차도 아니다. 그들은 유럽시장에서 마찬가지로 자신의 자회사인 오펠 중심의 판매 전략으로 회귀했을 뿐이며, 그와 함께 피땀으로 자신의 위기를 극복시킨 노동자들을 다시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비정규직지회를 설립하던 4월15일, GM자본과 사내하청업체 대표들은 군산시와 함께 가칭 ‘희망드림센터’ 라는 취업알선기구를 만들었다. 국가와 자본의 합작품 ‘저항 없는 해고를 위한 희망드림센터’, 이 얼마나 악랄한가.


노동자계급 갈라치는 자본에 맞서 함께해야

아픈 기억을 돌아보자. 지난 쌍용차 투쟁에서, 정규직에게 해고통보가 닥쳐오기 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희망퇴직원을 집어들어야 했다.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로 부산이 뒤덮일 때에도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망치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당장 정규직의 고용을 연장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받아들이고, 물량위기 앞에서 비정규직의 해고를 외면했던 역사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낳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본의 무차별적 공세 앞에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도 똑똑히 보아왔다. 고용형태, 업종, 지역으로 끊임없이 노동자계급을 갈라 치며 체제를 유지하는 자본 앞에,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게, ‘계급’으로서의 노동자가 살아있음을 증명하자. GM군산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의 투쟁에 연대로 화답하자. 2010년 18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계약해지에 맞서 라인을 멈춰 세웠던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위원회의 ‘아름다운 연대’를 기억하며 동지들의 투쟁에 함께하자.

“조합원동지 여러분! 우리는 작년에 있었던 쌍용차투쟁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먼저 쌍용차 투쟁이 쓸모없는 투쟁이었다라고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처절하게 싸웠지만 결국 고용보장을 지켜내지는 못하고 해고된 동지들이 ‘쌍용차 정리해고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복직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왜 고용보장을 지켜내지 못했습니까?

처음 비정규직이 해고되어 잘려 나갈 때 정규직은 침묵하고 항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비정규직을 해고할 때 나는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비정규직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최저임금을 삭감하려 할 때 나는 항의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최저임금 노동자가 아니었으니까. 결국 그들이 나에게 퇴직희망서를 보내왔을 때 아무도 항의해줄 이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처음 시작했을 때 시작했어야 했습니다. 바로 지금이 싸워야할 때입니다!”

[2010년 3월13일, <현대자동차지부 전주공장위원회 위원회 소식 10-5-24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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