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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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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내일이 궁금하다

 

김건수경기



대선을 바라보는 나의 눈길은 싸늘했다. 별다른 기대감도 없이, 물 흐르듯 대선을 지켜보기만 했다. 동아리 선배로부터 너는 당연히 이재명 지지자 아냐?”라는 말을 들을 때에도 별다른 해명이나 논쟁을 하지 않았다. 좌파를 얘기하는 후보가 홍준표 밖에 없었던 역설적인 상황 아래서 내 이야기를 꺼낼 의욕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소 경솔한 생각일지 몰라도, 나는 대선 정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환호를 보내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당내 경선은 내겐 한 편의 블랙코미디였고, 대선주자들의 텔레비전 토론도 거짓말쟁이들의 허풍 잔치로 보일 뿐이었다.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광장 이전의 구태정치를 반성하지 않는 이들이 외치는 개혁이 그렇게 공허할 수가 없었다.

 

정권교체로 내 삶이 바뀔까

내가 뽑을 후보가 없다는 사실은 왠지 모를 소외감도 느끼게 했다. 내가 던지는 사표가 신념을 스스로 확인하는 나름의 투쟁이라 생각하면서도, 다수가 지지하는 후보가 적이라고 생각하니 암담하고 우울해졌다.

그러나 이번 대선이 지나간 다른 대선과 그 의미가 남다른 것도 사실이다. 광장이 만든 대선 정국이라는 점에서 대선은 광장투쟁의 하나의 성과일 테다. 또한 광장의 열기를 이어받아 더욱 활발해진 정치참여 아래 진행되는 대선이 민주주의를 더욱 확장하는 데에 기여할 것이라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대선 이후의 정권교체가 유의미한 개혁들을 일궈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도 어느 정도 있다.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후보들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러한 희망사항은 청년들의 암울한 미래를 생각할 때 더 커진다. 당장 내일이 막막한 청년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평생 비정규직과 최저인생이다. 희망이 없는 시대에 정권교체가 하나의 희망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평범한 소망을 나도 품을 수는 없을까.

그러나 부르주아 정당들의 한계와 이면을 폭로하고자 하는 나의 활동을 생각하면, 씁쓸함만 자아낼 뿐인 희망사항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옅어지게 된다. 이미 정권에 대한 희망과 기대는 단념키로 결심한지 오래이다. 작지만 큰 우리들의 힘을 끈질기게 밀고 나가는 것만이 희망을 키우는 길이라 확신한다. 곧 다가올 사회적 총파업을 통해 투쟁으로 돌파하자!”는 우리의 다짐을 실현해내보고 싶다.

 

보다 성숙하고 또렷하게 변혁의 미래를 그릴 것

문재인이 당선된 지금, 차기 정권은 내게 호기심의 대상이다. 그것은 문재인정부에만 한정된 관심은 아니다. 박근혜 이후의 정권이 가지는 의미, 그리고 변화가 무엇일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의심이기도 하다. 수많은 열사를 만들어 낸 살인정권김대중-노무현을 버리지 못한 저들이 과연 어떻게 적폐를 청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적폐세력과의 결속관계를 유지한 채로 얼마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호기심과 의문들은 우리들이 만들어 갈 내일을 향한 설렘으로 빚어진다. 어쨌거나 광장 이후로 정치는 더욱 성숙해져 갈 것이며, 진보의 길은 더욱 명확해질 것이라 믿는다. 결국 자본주의는 스스로의 모순을 해결할 수 없기에 우리들이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당당함으로 내일을 바라보려 한다. 광장에서 품었던 열정과 광장에서 만난 이들과 나누었던 희망은 앞으로 우리를 지켜줄 소중한 방패막이 될 것이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선정국 동안 현장에서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것은 현장의 동지들과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대선정국을 경유하며,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부르주아 정치가 대중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을 때 우리들의 정치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그 답을 내리지 못해 무효표라는 소심한 투쟁으로 나의 2번째 대선은 끝났다. 더 치열한 고민과 더 확고한 투쟁으로 다가올 내일의 광장을 마중 나가자. 문재인정부의 포부보다 우리의 포부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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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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