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미래를 결정할 주체는

여전히 우리다

 

장혜경기관지위원회

  특집w.jpg


이변은 없었다. 본격적인 대선레이스가 시작된 후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문재인후보가 19대 대선에서 41.1%의 득표율을 얻어 당선되었다. 이로써, 김대중-노무현 정권 이후 10년 만에 다시 자유주의세력의 집권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그러나 집권 과정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이뤄졌다. 김대중이 이른바 DJP연합(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당선되고, 노무현이 이회창후보와 초접전 끝에 당선된 반면, 문재인의 당선은 보수세력과의 연합 없이, 2위와도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것이다.

 

광장, 대선판을 만들고 규정짓다

이렇게 문재인이 당선된 동력에는 광장투쟁이 있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터진 거대한 분노는 촛불로 타오르고 박근혜 탄핵을 견인해 냈다. 광장투쟁의 열망인 적폐청산요구와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는 탄핵으로 열린 조기대선 판에서 민주당을 통한 정권교체를 낳은 것이다.

보수정치세력(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합계득표율이 30.8%에 머문 것도 광장투쟁의 결과다. 보수세력이 역대 대선에서 30%대의 지지를 받은 것은 8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876월항쟁 이후 치러진 13대 대선에서 노태우의 득표율은 36.6%였는데, 당시 김종필이 얻은 득표율 8%까지 더하면 보수세력의 합계득표율은 40%를 넘는다. 바른정당이 박근혜 탄핵에 동의한 점까지 고려하면, 반성 없는 적폐몸통세력에 대한 지지는 홍준표가 얻은 표와 조원진 표(0.1%)의 합계로 더욱 좁혀진다.

광장투쟁은 보수정치세력의 정치적 분화까지 낳았다. 이전 시기 보수정치세력의 분열은 정치적 분화라기 보다는 대선을 앞둔 권력투쟁적 측면이 강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바른정당으로의 분화는 바른정당 유승민의 따뜻한 보수, 보수의 혁신이라는 구호에서 보이듯이, 정치적 분화의 성격을 갖는다. 유승민은 안보관에서는 자유한국당과 차이가 없지만, 노동·복지공약에서는 기존 보수정치세력과 노선적 차별성을 일정 드러냈다. 광장은 보수의 정치적 분화와 혁신마저 강제한 것이다.

물론 유승민이 얻은 6.8%의 지지율은 홍준표가 얻은 24%에 훨씬 못 미친다. 바른정당 의원 12명이 대선기간 중 이탈하여 자유한국당 복당을 기다리고 있는 점, 대선 이후 자유한국당의 바른정당 흔들기는 더욱 격화될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보수의 혁신프로젝트는 좌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승민의 득표율은 이른바 합리적 보수세력이 최소한의 입지는 구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눈여겨 봐야 할 홍준표 지지율과 정의당의 이후 행보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이 당연시되는 상황에서 관심을 끈 것은 2위를 누가 하느냐였다. 결과는 안철수(득표율 21.3%)에 대한 홍준표의 승리였다. 안철수는 여야 기득권 세력 심판과거가 아닌 미래, 통합의 정치라는 프레임으로 보수표와 중도표로의 확장을 꾀했지만 1위는커녕 3위에 머물렀다. 기존 여야정당과 정치적 차별성을 제시하지 않은 채 제출된 양당체제 비판은 설득력이 떨어졌고, ‘통합의 정치는 적폐청산 의지의 부재로 비춰졌다. 사드에 대한 말바꾸기 역시 기존 여야 지지세력으로부터 협공만 받는 꼴이 되었다.

지지율 24%를 얻은 홍준표의 2위는 존폐위기에 빠진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회생을 가져왔다. 자유한국당은 애초 대선후보를 낼 수 있을지조차 의문시되었다. 그러나 홍준표는 박근혜의 구속 중지나 사면을 운운하는 한편, ‘체제 선택 선거’,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선거’, 좌파 척결론 같은 전형적인 색깔론을 통해, 패륜적 언행에도 불구하고, 탄핵반대 세력을 확실히 결집시켰다. 박근혜 탄핵기각 여론이 20.3%(39일 리얼미터 조사)에 이른 것에 비추어보면, 홍준표의 득표율은 탄핵반대세력에 약 4%에 이르는 보수층을 추가 결집시킨 것이라 볼 수 있다. 홍준표가 대선 직후 자유한국당의 복원에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힌 것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부쩍 좁아진 보수정치세력의 입지에 비춰 대체로 선전했다는 평가 속에서 나온 반응이다.

홍준표가 2위를 한 것은 현 한국사회 주류 보수정치세력의 프레임과 정치적 수준을 가늠케 해주는 한편, 극우보수세력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최소한 20%는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유한국당은 대선기간 동안 홍준표가 바른정당 탈당파의 복당과 친박계 의원의 징계해제를 일괄추진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새누리당 시즌2’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적 생명을 유지하고, 국회 내 제 1야당 지위를 활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한편, 그에 기반한 확장을 꾀해 나갈 것이다.

5당 중, 가장 진보적 정책을 내놓은 정의당 심상정은 6.2%의 지지를 받았다. 역대 선거에 비해 야권단일화의 압력이 적었던 점, 광장투쟁이라는 거대한 싸움 이후 진행된 선거였던 점을 고려해 볼 때, 정의당의 득표율은 기대보다 높지 않았다. 그러나 진보정당 최고득표율(2000년 대선에서의 권영길후보의 3.9% 득표율)을 넘어서면서, 일정한 정치적 입지를 확보했다. 주목할 것은 정의당의 이후 행보다. 심상정후보는 이미 선거운동 중 공동정부 구성을 말한 바 있다. 선거 이후 정의당은 문재인정부에 참여하는 것을 열어놓고 논의해 볼 수 있다는 태도다. 만약 정의당이 문재인정부에 참여할 경우, 이는 진보정치세력이 새로운 지배블록의 하위파트너가 되는 걸 의미한다. 노무현정권 시절, 민주노동당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2중대 노릇을 한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노동자정치(진보정치)의 독자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이다. 만약 정의당이 정권에 참여한다면, 이는 한국 진보정치의 독자성을 훼손시킨 또 하나의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다.

 

헛물켜기는 금물, 촛불은 끝나지 않았다

문재인대통령 시대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박근혜식의 불통정치나 권위주의적 통치의 불식, 광화문 대통령이란 공약은 꽤 지켜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자리 대통령’, ‘안보대통령’,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과거 민주당 시절을 운운할 필요도 없다. 공약만 봐도 그렇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비정규직 철폐가 아닌 차별금지다. 복지공약은 재원확보방안이 없어 박근혜의 증세없는 복지와 비슷하다. 문재인대통령이 제1의 과제로 앞세운 일자리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공공일자리 81만 개의 실상은 공무원 일자리 17만 개 창출이다. 재벌개혁은 재벌의 불법경영 승계, 황제경영, 부당특혜 근절 등,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주주친화적인 재벌합리화 수준에 그친다. ‘사드배치에 대해선 선거기간 내내 전략적 모호성노선을 유지해왔다. 취임사에서 밝힌 키워드인 통합과 개혁의 관계도 모호하다. 후보시절엔 적폐청산에 바탕한 국민대통합을 역설했으나, 대통령이라는 달라진 위치에서 국민통합이란 명분으로 적폐청산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시된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적폐청산이란 말이 개혁으로 바뀐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미 보수언론의 공세는 시작되었다. 동아일보는 10일자 사설을 통해 선거 과정에서 문후보나 그 주변에서 촛불 민의를 적폐세력 청산이나 주류세력 교체로 오독誤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80%가량의 국민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지만, 그렇다고 새 집권세력에 다른 세력을 청산할 조자룡의 헌 칼을 쥐어준 것은 아니다.”라며 비판했다. 탄핵으로 대통령이 없는 동안 공무원의 과도한 간섭이 없어서 경제가 오히려 잘 굴러갔다며, “정부가 규제 칼자루를 휘두르며 기업 숨통을 조이면 안 된다고 호통까지 치고 있다. 다시 살아난 자유한국당의 공세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신정부가 적폐청산을 제대로 하는지 두 눈 부릅떠야 한다. 문재인의 공약에 갇힐 수 없는 우리의 절박한 요구를 내걸고 싸워야 한다. “새로운 정부의 출범은 촛불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10일자 퇴진행동의 논평대로, 우리가 단지 대통령 하나 바꾸자고 그 추운 겨울 광장에 모인 것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의 목소리가 커질 때만 우리가 행동에 나설 때만, 세상은 바뀌지 않았는가?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