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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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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7.06.01 21:27

심장이라는 미로

심장의 형상(3)

 

박석준한의사(우천동일한의원장, 동의과학연구소장)

 


심장의 형상에서 심장 주위로 물결처럼 출렁이고 있는 줄은 심포락의 형상을 그린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심포락은 실제로 심장을 싸고 있는 막인데 심장의 바깥을 싸서 묶고 있기 때문에 심포락이라고 한다고 했다.

포락包絡에서 는 보따리처럼 감싸는 것을 말한다. 포괄包括(모두 끌어넣는다)한다는 뜻이다. ‘역시 둘러싼다는 뜻이다. 실 같은 것으로 무엇을 얽어서 묶는 것이다. 그래서 포락은 어떤 사물을 온통 동이거나 싸서 묶는다는 뜻으로 쓰인다.

누에가 고치를 치기 위해 얼기설기 만들어 놓은 것도 포락이라고 한다. ‘얼기설기라고 하였지만 그 실들은 고치가 절대 떨어지지 않게 지탱할 뿐만 아니라 하나도 빠짐없이 고치와 연결되어 있다. 이와 같이 포락은 그저 감싸는 것이 아니라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물이다. 모든 부분이 서로가 서로를 연락連絡하고 있다.

심포락은 심의 겉면을 둘러싸고 있는 막과 거기에 붙어 있는 낙맥을 말하는데, 심장을 둘러싸고 있으면서 심을 보호하고 그 기능을 돕는 작용을 한다. 심장을 돕는 일 중 첫 번째는 다른 기관에서 보내는 정보를 심장에 전하는 일이며 두 번째는 그런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결정한 심장의 마음을 전하는 일이다. 심장의 형상에서 심포락이 물결처럼 일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마치 호수에 동심원이 생기면 물결이 일렁거리며 호수 끝까지 전해지는 모양과 같다. 이런 점에서 심포락은 심장과 함께 정신 사유 활동에 관계한다. 그래서 나쁜 열이 심포를 쳐서 병이 들면 심장의 사유 기능이 가로막혀 정신이 혼미해지고 헛소리하면서 잠을 자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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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의 포락   ▽수학에서 사용하는 포락선의 한 예


얼기설기 얽힌 심장

심장은 폐의 아래, 간의 위에 있고 등에서는 심수心兪의 위치에 있는데, 척추의 제5흉추 아래에 있다. 물론 이는 해부학적 부위가 아니라 심장이 하는 일에 따라, 그 지위에 따라 차지하고 있는 자리다. ‘척추라든가 흉추라든가 하는 말 역시 해부학적인 뼈가 아니라 몸의 겉에서 보거나 만져서 알 수 있는 뼈를 말한다.

심장은 나라로 치면 임금에 해당하는 몸의 중심이기 때문에 몸의 모든 부분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연결하는 것이 바로 심포락이다. 이렇게 오장과 연결된 줄을 통틀어 라고 하는데, 그 하나하나의 줄을 낙맥絡脈이라고 한다. 낙맥은 몸을 돌고 있는 큰 경맥에서 갈라져 나온 가지를 말한다. 낙맥은 경맥보다 가늘고 보다 얕은 곳에 분포되어 있다.

심장의 계는 위로 폐와 연결되어 있고, 갈라져 나온 다른 계는 폐 양 엽의 가운데로부터 뒤쪽을 향하여 척추를 뚫고 신에 이르고 신으로부터 방광으로 가서 방광의 막에 있는 낙맥과 함께 오줌이 나가는 곳까지 가니 이곳이 가장 아래로 내려간 부분이다.

오장의 계는 심장과 통하고 심장은 오장의 계와 통하여 심의 계와 오장의 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오장에 병이 생기면 병은 심장을 침범하게 된다. 이때 심포락은 심장 대신 먼저 병을 받아 심장을 보호한다.

 

여름에는 커피를 줄여라

심장은 몸의 중심으로 모든 장기와 관계를 맺고 있지만 자연과도 관계를 맺고 있다. 오행에 따르면 심장은 여름을 주재하는 장기다. 여름은 방위로는 남쪽이고 남쪽은 열을 생기게 하고, 열은 불을 생기게 한다. 불은 쓴맛을 생기게 하고, 쓴맛은 심장의 기를 생기게 한다. 여름, 남쪽, , 쓴맛이 모두 오행의 화에 속하여 서로의 기를 더해준다.

그런데 무엇이든 하나가 너무 커지는 것은 좋지 않다. 모든 생명은 자신의 힘만이 아니라 서로서로의 힘으로 조화를 이루어 살고 있는 것이어서 어느 하나가 너무 커지거나 작아지면 조화가 깨지고 조화가 깨지면 그 생명은 결국 죽게 된다. 몸 안에서의 조화 역시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평소 심장이 약한 사람이 쓴맛의 커피를 마시면 심장의 기가 커진다. 평소 심장이 약한 사람은, 약하기는 하지만 그런 심장과 다른 장기와 조화를 이루면서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심장의 기만 커지면 조화가 깨진다. 이를테면 심장의 기능이 항진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심하면 손이 떨리고 잠을 자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특히 여름에는 커피와 같이 쓴맛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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