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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를 죽인 것은

크레인이 아니다

 

권미정경기

 

201751일 노동절,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하청노동자들이 죽고 다쳤다. 사망자 6명의 장례식은 마쳤다. 그러나 25명의 부상 노동자, 사고수습을 했던 현장노동자들의 물리적·정신적 치료는 되지 않고 있고 휴업기간 임금도 지급되지 않았다. 사고원인 조사도 되지 않았고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그런데 51일 전면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졌지만, 5일 만에 부분 작업재개가 있었고, 불과 14일 만에 모든 작업을 재개했다. 공기를 맞춰야 한다는 자본의 작업중지일 축소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업재개 이틀 후인 17일에 크레인 화재사고가 일어났고, 18일에 3미터 높이에서 도장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가 추락했다. 크레인 전복사고 당시 대선후보,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방문하고 진상조사 약속도 했지만, 크레인 기사의 과실이 거론될 뿐 노동부 조사단에 노동자들의 참여는 거부되었고 국회진상조사단은 꾸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부상당한 노동자들은 공상처리 압박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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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다치는 작업은 하청에게, 위험의 외주화

조선소 중대재해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매해, 매월, 매일 산재는 일어나고 있고 사고의 원인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많은 하청노동자들이 죽고 다치지만, 원청업체는 책임을 회피하고 현대중공업처럼 산재보험료 삭감의 혜택을 받기도 한다. 죽고 다치는 건 하청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원청은 사고 없는 현장을 가지게 되어 보상을 받는 것이다. 하청업체는 사고가 나면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다친 노동자를 트럭이나 승용차, 봉고차에 실어서 몰래 현장을 빠져나가 병원 치료를 받게 하고 집에서 다친 거라고 진술하라는 지시까지 하고 있다. 원청의 눈 밖에 났다가는 업체가 폐업될지 모른다는 게 그 이유다.

20166월말 기준 3’ 조선소 인원구조를 보면, 현대중공업 43,000여 명의 기능직 가운데 사내하청은 28,000명이다. 대우조선해양은 37,600명 기능직 중 사내하청노동자가 30,600여 명이고, 삼성중공업은 32,500여 명 중 26,800여 명이 하청노동자다. 평균 75%가 하청노동자다. 3 조선소 뿐만 아니라 다른 조선소를 가도 현장노동자의 70~80%는 하청노동자다. 조선소 어딘가에서 돌멩이를 던지면 하청노동자가 맞을 확률이 훨씬 많으니 사고가 났다 하면 하청노동자일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게다가 하청노동자들이 하는 작업은 위험하고 힘든 일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고 있는 작업을 외주로 전환할 때 노사 간 대립이 커지기 때문에 회사도 순서를 지킨다. 최소한 자본이 노조의 눈치를 본다면 정규직들이 싫어하는 공정, 기피하는 작업을 먼저 외주화한다. 힘들고 사고가 날 가능성이 많은 작업은 주로 하청노동자들에게 돌아온다는 얘기다. 그러니 하청노동자들이 산재사고를 당할 확률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하청노동자라고 다 같은 사내하청노동자가 아니다. 조선소는 복잡한 하청구조를 이루고 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모두 원청의 간접고용노동자다. 원청의 간접고용비정규직인 하청노동자들은 다시 하청의 정규직과 하청의 비정규직으로 나뉜다. 재하청을 받아서 투입되는 물량팀, 용역업체를 통해 사내하청업체에서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와 임시고용 노동자들이 하청업체의 비정규직이다. 요즘은 하청업체 소속 물량팀도 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면서도 누구는 하청업체의 정규직으로, 다른 누구는 하청업체의 비정규직으로 나눠서 구분하고 있다.

노동과정은 협동과정이다. 작업공정마다 같이 일하는 노동자들의 소통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조선소 노동자들은 원청업체, 사내하청업체, 물량팀, 용역업체로 갈라져 있고 작업은 각각 고립적으로 진행된다. 하청노동자들은 이렇게는 작업 못한다, 사고위험이 높다, 나도 목숨이 하나다등 작업과정의 문제에 대해 얘기할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 시간에 쫓기는 업체는 노동자만 닦달한다. 그래서 혼재작업이 다반사다. 용접 작업자는 불꽃을 튀기고, 도장작업자는 신나 냄새를 풍기며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한다. 원청의 감독은 형식적이고, 노동자들은 어이없게 죽고 다친다.

 

비용과 목숨은 비교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전복사고는 구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크레인 작업 반경에 설치된 휴식 공간, 사고 후 미숙한 대처는 평상시 안전관리가 어떠했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삼성중공업 박대영 사장 구속 요구는 원청 자본의 책임을 엄정히 묻자는 의미다. 나아가, 이번에야말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 중대재해로 작업을 하지 못했던 하청노동자들에게는 휴업수당이 지급되어야 하고, 다친 노동자들에게는 산재로 치료받을 권리도 보장돼야 한다.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노동부나 국회진상조사단 구성에 노동계와 사회단체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은 다단계 하청구조를 유지하며 위험의 외주화를 계속하는 자본의 행위이다. 작업장에서의 안전은 보호장구를 쓰는 것만이 아니라, 고용구조에 따른 작업시스템, 노동시간, 노동강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자본에는 그것이 모두 비용이지만 노동자에게는 목숨이자 삶이다. 노동자의 목숨값을 비용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수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청노동자들의 예정된 산재 사고를 이제는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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