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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7.07.01 11:04

심장에 병이 드는 이유

 

박석준한의사(흙살림동일한의원장, 동의과학연구소장)

 


심장은 한 나라로 치면 임금에 해당하는 장기라서 심장에 병들면 생명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 몸은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심포락이라고 하는 방어막을 쳤다. 심장으로 들어오는 병을 심포락이 먼저 받는 것이다.

 

심장은 마음자리다

심장이 사유의 기관이라고 보는 관점을 심주설心主說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뇌가 사유의 기관이라고 보는 관점은 뇌주설腦主說이라고 한다. 이는 오래된 논쟁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을 보자면 피타고라스나 히포크라테스는 뇌주설의 입장이고 엠페도클레스와 아리스토텔레스는 심주설의 입장이다. 그러나 근대 서양과학이 발달하면서 사유는 심장에서 뇌로 중심을 옮긴다. 특히 1967년 크리스티안 바너드에 의한 최초의 심장 이식 수술은 이러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것으로 보였다.

사유思惟라는 말은 근대 이후에 생긴 외래어다. denken, cogitation, thought, reason 등의 번역어로 만들어진 것이다. 학파마다 뜻의 차이는 있지만 감각적 지각과 대립되는 보편적 파악또는 인식이라고 보는 점에서는 같다. 주관과 객관의 분리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주관과 객관이 분리되어 있지 않은 전근대 동아시아의 세계에서 심주설인지 뇌주설인지와 같은 질문은 있을 수도 없었고 또한 있지도 않았다.

굳이 나누자면 동아시아에서는 심주설이 일반적이었지만 도교에서는 뇌주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구분은 큰 의미는 없다. 왜냐하면 전근대 동아시아의 사유는 몸과 분리된 것이 아니었고 그런 의미에서 뇌주설이나 심주설이 아니라 이를테면 몸주설主說이라고 해야 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심장이나 뇌가 중요하게 된 것은 그 곳이 사유, 정확히 말하자면 마음을 통괄하는 곳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지 심장이나 뇌에서만 한정되어 마음이 나온다고 보았기 때문이 아니다.

마음은 사유와 같은 정신적인 것과 감정과 같은 심리적인 것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여기에서는 주객의 분리가 아니라 합일이 전제되어 있다.

마음이 나오는 바탕을 마음자리[심지心地, 심성心性, ]라 하고 사람마다 타고난 마음의 차이(무늬의 차이)를 마음결[성질性質, ]이라 하며 그 마음이 움직이는 것(쓰는 것)을 마음씀씀이[심술心術, ]라 한다. 마음을 써서 어떤 사람에게 구체적으로 실현된 것, 마음을 쓰는 품이나 태도, 본세 등은 마음씨[]라고 한다.

심장은 마음자리다. 땅에서 모든 만물이 자라나오듯 마음은 심장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심장이 병드는 이유는 여럿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마음이다. 너무 근심하고 걱정하거나 골똘히 생각하고 염려하면[우수사려憂愁思慮] 심장이 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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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하트Heart에는 심장과 더불어 마음이라는 뜻이 들어 있는데, 이제는 커피에까지 마음이 들어 있다. 


마음의 병은 관계 속에서 회복 가능해

마음은 몸과 하나다. 그러므로 몸의 상태 역시 심장에 병을 만든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혈과 기. 혈과 기가 적으면 외부의 나쁜 기가 쉽게 침입하여 혼백魂魄이 불안해진다. 심장의 기가 허하면 자주 두려워하면서 눈을 감고 자려고만 한다. 잠을 자면 멀리 가는 꿈을 꾸는데, 그러면 정과 신이 떨어져 혼백이 제멋대로 돌아다니게 된다.

몸의 음양으로 보았을 때 음기가 약하면 전증癲症이 되고 양기가 약하면 광증狂症이 된다. 전증이나 광증은 요즈음 말하는 정신분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증이 되면 우울하면서 외부의 자극에 둔하며 웃거나 울기도 하고 때로 노래 부르거나 혼자 중얼거리기도 한다. 또한 망상이나 환각이 나타나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큰소리로 외치며 물불을 가리지 못하고 더러운 것과 깨끗한 것을 분간하지 못하며 불안해하고 밥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광증은 사람을 가려보지 못하고 홍분하여 옷을 벗어던지면서 고함을 지르거나 노래 부르고 춤추며 잠을 자지 못하고 돌아다닌다. 때로는 과격한 행동까지 하면서 사람을 해치는 수도 있다. 또한 눈에 피가 지고(충혈) 자주 놀라며 말이 많아지기도 한다.

전증은 음증이고 허증이며 광증은 양증이며 실증인데, 전증이 오래 되어 광증으로 되기도 하고 광증이 오래되어 전증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보통은 전광癲狂으로 같이 부른다[<동의학사전>].

이러한 정신 질환이 아니더라도 심장을 상한 사람은 조금만 과로하면 얼굴이 벌겋게 되면서 아랫도리가 무거워지고 가슴이 아프거나 답답하고 열도 나며 배꼽 위쪽이 벌떡벌떡 뛰는 것이 느껴진다.

정신병은 기본적으로 마음의 병이고 마음의 병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생긴 것이다. 그래서 동아시아의 전근대 사회에서는 정신병이라고 하여 따로 가둬놓고 다루지 않고 마을에서 같이 살았다. 병이 생긴 관계 속에서 문제를 풀어나가려 하는 것이다. 공동체에서의 정신병 치료 역시 관계 속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마음은 관계 속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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