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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인권조례를 지키기 위한

공동행동의 향후 과제

 

이진숙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보수 기독교계가 충남 인권조례를 폐지하자는 서명에 돌입하자, 그에 맞서 충남 인권조례지키기 공동행동이 발족하여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충남의 인권조례를 둘러싼 상황을, 조례로 드러나는 인권의 제도화 흐름과 인권운동의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1. 충남 인권조례는 운동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인권이 미사여구가 아니라 살아있는 권리 주장과 보장이기 위해서는 주체의 역량강화와 투쟁이 불가피하다. 모든 권리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았고 투쟁으로 비로소 보장되어 왔다. 그러나 충남 인권조례는 대부분의 지자체 인권조례와 마찬가지로 2012년 인권위의 지역별 인권조례 제정 권고 이후, 인권운동의 과정에서 만들어지지 못하고 의원 발의로 제정되었다. 조례를 만들 당시 아무런 반대 움직임도, 지지 움직임도 없었다.

조례 제정 이후 2014년 안희정 도지사는 충남도민 인권선언을 선포하였는데, 도민 인권선언은 105인의 도민이 참여하여 만들기는 했으나 실질적으로는 풍부한 토론을 진행하지 못했고 일종의 정치적 성과를 위한 이벤트의 성격을 띠었다. 또한 조례에 따라 도민인권지킴이단을 시군단위로 위촉하였으나 현재 거의 모든 시군에서 사실상 활동이 전무한 상태이다.

인권조례는 인권규범의 지역화localization를 위해 인권을 구체화시키면서 주민 권리증진과 보장을 위한 지자체의 의무를 규정하고 차별받지 않을 주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의무 이행을 촉구해야 할 지역 주민이나 운동 진영은 조례 제정을 포함하여 인권의 제도화에 참여하지 않았고, 일부 시민사회 단체 활동가들이 인권위원회에 참여하는 정도로 진행되었다.

 

2. 인권조례 폐지 주장과 세력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1월 팟캐스트에 출연한 안희정 지사는 동성애는 개인의 인권, 논쟁의 여지가 없다는 발언을 했고, 이어 2월 충남기독교연합회는 안 지사를 면담, “동성애 옹호 말라며 강하게 문제제기 한 바 있다. 이어서 오OO(충남기독교연합회 대표회장)을 비롯해 보수 개신교회 세력들은 175월부터 조례폐지 서명을 시작하였다.

이들은 충남도민 인권선언 1조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성적지향, 성별정체성)를 지켜주기 위해 충남도민 인권조례가 있고, 성적지향은 동성애/양성애로 동성결혼을 옹호하고 일부일처제의 근간을 무너뜨리며, 성별정체성은 자연적 성별인 남자와 여자의 구별을 부정하고 인권교육을 통해 양성평등이 아닌 성 평등을 확산시키게 되므로 조례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이들은 청구서명 위임인 6,500명을 신청하고 15개 시군에서 활발히 움직이면서, 교회는 물론 교인 커뮤니티, 새마을협의회 등 단체 회의에까지 찾아가 설명하며 서명을 받고 있고, 시군의 조례 또한 폐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들은 왜 조례를 제정하고 시행한지 꽤 되었는데 이제야 조례를 폐지하자고 하는 것일까? 서울시 인권헌장이 이들 세력에 의해 파행이 되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들이 충남인권조례의 제정과 시행을 미처 몰랐다가 1월 안 지사의 발언을 통해 알게 되었고 그 후 문제 삼게 된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또한 이들은 충남의 경우만이 아니라 사실상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 또는 교육청의 인권관련 조례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이들 조례의 폐지를 주장하며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조 : 지역별 인권조례 관련 상황)


지역별 인권조례 관련 상황

경기 광명시 : 161, 성별, 종교, 장애정도, 나이, 사회적 신분, 가족형태, 성적 지향, 학력,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시민의 권리를 규정한 차별금지 조항이유표명도 없이 삭제.

 부산 북구 : 166, “사회통념상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차별금지 사유 중 성적 지향삭제.

 서울 광진구 : 169. 인권조례 제정 보류.

 인천광역시 : 169. 반쪽짜리 인권조례도 부결.

 대전광역시 : 올해 3월 학생인권조례 무산.

 강원 원주시 : 올해 3월 인권조례 개정 입법예고, 개정 무산.

 전남 순천시 : 현재. 청소년노동인권조례 보류.

 경북 포항시 : 올해 4. 입법예고된 인권조례 철회.

 전라북도 : 올해 5. 인권조례 시행규칙 제정하면서 차별행위, 인권침해조항 삭제.

 경기 안산시 : 인권조례 심의 보류(159월 제출)

 경기도 : 올해 6. 인권조례 시행규칙 입법예고, 조례폐지청구 예정.



이쯤 되면 이들이 정말로 동성애가 에이즈를 퍼뜨리며 미풍양속을 해치기 때문이라고 믿어서 인권조례를 반대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이들은 개신교에 대한 교인은 물론 일반 시민들의 불만과 불신을 돌릴 수 있는 가상의 적을 만들고 공격하는 것은 아닐까. 그럼으로써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닐지.

올해 4월 광주에서는 이들이 성적지향을 문제로 낸 학생인권조례 무효 소송이 각하되었으며, 정권이 바뀐 뒤 6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소수자 인권보호는 지자체의 의무라며 충남도의 요청에 응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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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기독교계가 충남인권조례 폐기 서명 동참을 독려하는 선전물.



3. 시민사회와 운동진영의 대응


4월 말 충남의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충남인권조례 지키기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을 결성하고 이후 기자회견, 차별철폐대행진, 도의원 면담, 인권조례 지키기 SNS 릴레이를 진행 중에 있다. 충남도 인권센터와 인권위원들을 중심으로 개신교를 제외한 종교계에 인권조례와 관련한 의견 표명을 요청하여 원불교, 조계종,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에서는 충남도와 의회로 인권조례가 지켜져야 한다는 뜻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나름대로는 지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지만 아쉬움도 있다.

 

인권조례 지키기를 통해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는가

당장에 공동행동으로 모여 언론 대응 등 활동을 하고는 있으나, 대중을 만나는 직접적인 활동과 연대체의 조직 내부 활동이 없다는 점, 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이들이 조직적으로 서명을 받으며 시민을 상대로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고 있음을 감안해보면 공동행동은 참 느슨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현실적으로도 노동·농민·시민사회 연대체가 갖는 한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드러나는 활동 뿐 아니라 논의의 측면에서도 상대 세력의 도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인권조례는 시민사회의 힘만으로 지켜야 한다?

공동행동은 시민사회단체는 포괄하면서도 노동당, 녹색당, 변혁당 등 지역의 진보정당들의 참여는 제한하고 있다. 이유가 뭔지, 누가 어떻게 결정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남는 의구심, 인권이슈에 진보정당은 끼어들 필요가 없다는 건가?

 

인권을 외치는데 운동이 없다!

공동행동의 활동에서 아쉬움이 드는 것은 인권조례의 제정과 시행에서 느꼈던 문제의식과 비슷하다. 지역의 인권 역량이 아직 너무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교육과 참여, 권리주체의 역량강화에 대한 의식적인 노력과 계획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인권조례폐지 청구는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28조례규칙심의회에서 걸려 의회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인권조례가 살아남으면 인 걸까? ‘인권이 시민으로서 삶의 존엄과 평등, 정의에 대한 문제로 인식되고 다른 시민의 권리에도 주목하며 서로 연대하도록 한다는 점을 어떻게 사람들과 함께 배우고 나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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