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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승무원 복직과 직접고용은

시대적 과제다

 

이철의전국철도노동조합 서울지방본부 노동안전국장

 

48-현장_KTX승무원 직접고용 원직복직.jpg


20062월초 KTX 여승무원 402명이 철도노조에 집단 가입했다. 승무원들은 한 명의 예외도 없이 한국노총 산하 홍익회 노조를 탈퇴하였다. KTX 승무원들은 20059월부터 서울역 집회 등 준법투쟁을 해왔다. 요구사항은 KTX 승무원을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하라는 것, 나머지 여러 요구사항은 지엽적인 것이라고 판단하여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KTX 승무원들의 노동조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홍익회, 착취에 착취를 거듭하다

처음에 KTX 승무원들은 홍익회 계약직으로 채용되었다. 홍익회가 직접 채용하는 것이 아닌 스카우트 회사가 채용을 대행하는 방식이었다. 채용 및 교육과정에서 철도공사 관계자들은 조만간 철도청 정규직이 될 것이다. 공무원 수준의 대우를 해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승무원들은 200511일 출범한 철도공사 신분으로 일하게 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환상이라는 것이 금방 밝혀졌다. 홍익회는 철도공사 최대 자회사였지만 KTX 승무원들의 처지에서는 단순히 업무위탁을 받은 도급회사일 뿐이었다. 당시 홍익회는 승무원 1인당 월 2485천원에 업무를 도급받았다. 운영비를 제하고 월 184만원을 지급하기로 설계했지만 실제로 지급한 액수는 140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헌옷을 지급하기도 하고 심지어 명찰값까지 월급에서 빼갔다. 캐리어 같은 물품도 질 낮은 싸구려를 지급했다. 2기를 거쳐 3기와 4기에게는 10만원 정도씩 차등을 두어 깎는 방식으로 착취를 하였다. 참을 수 없게 된 승무원들은 마침내 투쟁을 결심하게 되었다.

 

기약 없는 파업투쟁

처음 서울역 집회와 선전전으로 시작한 싸움이 갈수록 힘이 붙었다. 200631일 철도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가자 승무원들도 함께 파업을 감행하였다. 34일 철도노조는 파업에서 복귀하였으나 승무원들은 투쟁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철도공사는 승무원들을 또 다른 자회사 ‘KTX 관광레저로 밀어 넣으려 했다. 자회사 정규직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이었으나 승무원들은 단호히 거부하고 파업을 계속했다. 2006519KTX 승무원 280명이 정리해고를 당했다. 그로부터 11, 380명이던 조합원이 33명으로 줄었다. 국회 헌정기념관, 강금실 선거본부,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점거농성을 벌였으며 기획예산처, 국가인권위원회, 노동부, 서부지방법원을 일시 점거하였다. 네 차례 전원 연행되었으며 손해배상 청구, 고소고발 등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서 당할 수 있는 모든 탄압을 경험하였다. 고공농성, 단식, 삭발, 서울역 농성, 천막농성 등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치러냈지만 해결의 길은 요원했다. 여성 서비스직의 상징이라는 것, 공공부문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 발목을 잡았다.

 

직접고용 정규직이 유일한 해법이다.

2015년 대법원이 직접고용하고 체불임금을 지급하라1·2심 판결을 뒤집었지만 승무원들은 투쟁을 다시 시작했다. KTX 승무원들의 문제는 자회사 정규직이라는 해결방식이 사기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철도공사는 ‘KTX 관광레저의 후신인 코레일 관광개발에 승무업무를 위탁했지만 착취방식은 똑같았다. 위탁비용에서 운영비와 여러 가지 명목의 비용을 뜯어낸 다음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철도공사 정규직과는 노동조건 및 복지후생에서 비교할 수조차 없이 열악한 수준이다. 임금은 절반 수준도 되지 않고 노동시간, 취업규칙, 휴가 등 하나에서 열까지 불리한 조건이다. 자본은 도대체 왜 노동자들을 위탁하는가? 더 싼값으로 부려먹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정규직 노동자와 단결을 방해해서 제대로 싸우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철도공사 홍순만 사장은 취임 이래 미친 듯이 철도공사 업무를 위탁해왔다. 자회사는 물론이고 로템 같은 관련 민간자본에 핵심, 비핵심 업무를 가리지 않고 위탁을 강행하였다. 문재인정부가 공공기관 업무위탁 중단지시를 내리기 전까지 KTX 정비업무 위탁을 진행하였다. 지금도 철도에는 전기, 시설, 기관사, 열차승무원 등 업무위탁을 막기 위한 천막농성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철도 관련 모든 업무를 직접고용 정규직으로!”와 같은 슬로건이 필요하다. 열차를 운전하는 기관사부터 철도 역사를 청소하는 노동자들까지 정규직으로 요구하는 담대함이 필요하다. 안전업무와 부대업무, 핵심과 비핵심 업무의 구분은 자본과 경영진의 필요일 뿐이다. 비록 당장 관철되지는 않을지라도 이 당연한 요구를 내걸고 투쟁하는 담대함과 자신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7KTX 승무원 복직투쟁은 이런 요구를 실현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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