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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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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았기에 여기까지 왔다

우린 반드시 공장으로 돌아갈 터

 

이근택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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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 하이디스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이후 민사 1심에서 승소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항소심도 상고심도 아닌 1심 판결이다. 판결 내용은 이렇다. 하이디스는 공장폐쇄, 정리해고를 할 만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없었고,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으며,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 또한 없었다.

나오고 보니 당연하다 싶은 이 판결이 나오는데, 23개월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22개월 만의 해고 무효 판결

지난해 11, 대만 원정투쟁 과정에서 사측 인사의 얼굴 사진을 걸어놓고 신발던지기 게임을 했다는 이유로 하이디스 조합원에게 내려진 모욕죄 항소심 판결에서, 당시 재판부는 조합원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정리해고나 기업의 통폐합 등 기업의 구조조정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의 고도의 결단에 속하는 사항이라며 회사의 경영진이 불순한 의도로 위와 같은 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찾기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생긴 법원의 이 방향 전환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물론 서로 다른 사건, 다른 재판부이긴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하이디스 해고 무효 소송 선고가 지난해부터 큰 이유 없이 수 차례 연기되었던 사실까지 생각해보자. 재판부의 고뇌가 느껴진다고 할까. 이번 판결문을 찬찬히 읽어보면 재판부가 관련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정말 상식적으로 판단했다는 것이 보인다.

과거 정리해고 재판의 경우, 법원이 이처럼 상식적인 판단조차 하지 않고 사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하이디스 건에서는 현재 공장을 폐쇄하고 장비를 철거한 상황임에도, 정리해고 시점인 20153월을 기준으로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정권 교체와 달라진 사회 분위기 덕분일까? 단순히 재판부의 성향 때문일까? 하이디스 노동자의 끈질긴 투쟁 덕분이라고 당위적으로 평가하고 싶지만, 섣불리 결론 내리지는 말자. 다만 하이디스 노동자는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멈추지 않고 투쟁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번 판결을 앞두고도 여의도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정치권을 압박하는 새로운 투쟁을 시작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아직 1, 법적 투쟁에 기대기엔 너무나 길고 괴롭다. 대만 자본인데, 대부분의 조합원이 대만에 입국이 금지된 상태라 원정 투쟁도 어렵다. 공장의 생산 설비는 이미 반출되어 빈 껍데기만 남았다. 법원 판결만 믿고 갈 수 없는 이유다.

이제 하이디스 노동자는 대만 자본의 기술 먹튀, 하이디스 공장폐쇄·정리해고 문제를 국가와 정치권이 나서서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새로이 시작하는 투쟁, 새로운 시도들은 주체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1심의 해고 무효 판결로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떨쳐냈다. 하이디스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사건이지만, 얼마 전 이잉크의 대주주인 영풍유 그룹의 회장 호쇼찬이 대만에서 부정을 저질러 구속되었다. 이전처럼 대만 정부가 영풍유에 유착되어 있지만은 않다는 신호로 보인다.

이런 고민, 저런 희망 사이에서 하이디스 노동자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

길을 모색하고 있다.

하이디스 노동자는 지금 여의도에 있다. 뒷말은 안 해도 아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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