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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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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중한 형벌과 낙인찍기로

범죄를 막을 수 없다!

 

재현사회운동위원회

 


지난 9월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강릉 여고생의 여중생 폭행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언론과 SNS를 뜨겁게 달구었다. 아마도 변혁정치 독자들도 이 사건과 관련해 쏟아지는 각종 기사와 누리꾼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한 번쯤은 고민을 나누었을 법하다. 필자 역시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사회적으로 힘을 얻고, 가해자는 신상을 털리고 마녀사냥 당하는 상황을 마주하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졌다. 부족한 고민이나마 지면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한다.

 

청소년과 청소년 범죄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의 문제

얼굴에 담뱃불 지지고, 강제로 소변 마시게무서운 10대들

피투성이 된 10, 담뱃불로 지지고 소변 먹인 10대들 중형 선고,. 무서운 10

무서운 10' 갈수록 태산어려지는 소년범

가위·의자·벽돌···잔혹한 10대 집단폭행 어떤 처벌 받나

“10대들 보기가 겁나는 세상을 바로 잡아야 한다

위 기사들은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 훨씬 이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이 사회와 언론이 청소년 범죄를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분명 기사와 같은 극단적인 폭력은 일부 청소년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며, 폭력의 가해자에겐 일정한 책임을 부과하고 피해자는 보호해야 함이 옳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일부 청소년의 폭력 문제에 대해 10대 청소년 전체가 잔인하고 폭력적인 경향으로 집단화하고 있는듯이 호도한다. 요새 애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치고 박고 다투는 수준이 아니라, 점점 더 폭력적이고 잔인해지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이유도 이러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반면, 노부모를 죽이거나 아내와 딸을 강간하고 죽이는 범죄자가 있다고 해서 무서운 50대들이라고 하지 않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청소년에 대한 고정적인 이미지는 단지 폭력 문제에서만이 아니라, ‘세상 제일 무서운 중2’, ‘고딩등으로 이야기되면서 희화화되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해 보아야 한다.

청소년의 폭력을 집단화하고 비청소년의 폭력과 다르게 바라보는 건, 결국 우리 사회가 청소년은 착하고, 약하고, 순수해야 한다는 인식과 통념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과 통념은 청소년은 무조건 수용적이어야 하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이처럼 청소년을 훈육과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게 되면, 체벌과 감시라는 억압기제가 사회적으로 쉽게 용인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같은 억압기제에 반항하거나 이탈하는 청소년에게는 더욱 과중한 형벌과 낙인찍기를 통해 규제하는 것도 정당화되는 것이다. 노동하는 청소년의 월급이 체불되었을 때, 청소년이 임신중지(낙태)를 했을 때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태도는 과연 어떠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엄벌주의가 능사는 아니다

청소년 폭력 문제를 이야기할 때 단지 법적인 검토나 정책 대안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된다면 무척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극심해지고 내밀해지면서 폭력이 일상화되고 있는 지금의 분위기에서는 더욱 그렇다.

먼저 청소년을 동등한 인격체이자 존엄한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청소년 폭력 문제 또한, 여타 세대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되는 폭력의 구조적 양상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경쟁차별을 내면화하는 교육을 받았던 청소년들도, ‘경쟁차별이 일상화된 일터의 노동자들도, 서열 중심의 사회구조에 신물이 나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평등과 연대, 협력에 기반한 공동체의 참된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않는 사회에서 일체의 폭력이 사라지길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무책임한 발상일지 모른다.

그 밖의 다른 청소년 의제에서도 이같은 고민은 공통되게 적용해볼 수 있다. 예컨대, 지난 촛불항쟁에서 제기되었던 청소년 참정권 문제도 그렇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법적 성년이 아니라는 이유로 유독 청소년에게만 유예하거나 침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무도한 정권을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세대를 초월해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함께 누렸던 경험들을 갖고 있지 않은가. 청소년을 훈육과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시각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이후 당에서는 청소년 폭력 문제와 관련하여 소년법 폐지 논란과 청소년 보호주의 문제 등에 대해 고민해보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그 자리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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