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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GM의 전략 변화와

한국지엠의 현재

  목소리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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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지엠 철수설이 난리다. 이는 다가오는 1016일이면 만료되는 글로벌GM과 산업은행 간 특별결의거부권(일명 비토권) 계약 때문인데, 한국지엠 철수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이 난리인가? 한국 사회에서 자동차 산업이 가지고 있는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한국지엠의 자동차 산업 내 비중이 판매량 기준 4분의 1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난리의 원인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의 높은 산업연관 효과를 고려한다면 철수의 심각성은 의심할 수 없다. 괜히 한국지엠 철수설에 대응하기 위해 꾸려진 대책위원회 이름이 ‘30만 노동자 일자리 지키기 대책위원회가 아니다. 물론, 한국지엠 철수가 현실이 된다면 그 직격탄은 17천 명에 달하는 한국지엠 노동자들이 맞겠지만 말이다. 대우자동차 2001~2002년 정리해고 투쟁,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투쟁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근래의 철수설은 분명 별 거.

 

한국지엠 철수의 결정권은 한국지엠이 아닌 모회사 글로벌GM에 있다. 만약 한국지엠 철수가 결정된다면, 그 결정은 대한민국 인천광역시가 아니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내려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GM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면 한국지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할 수 없다. 철수 여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글로벌GM의 전략 변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2009GM을 파산시켰다. 그러나 미국 오바마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은 GM을 회생시켰고 GM‘New GM’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GM은 자신의 경영 전략을 대폭 수정한다. 글로벌GM의 전략은 기존의 점유율중심의 이윤 추구 전략에서 수익성중심의 이윤 추구 전략으로 변화한다.

 

수익성 중심의 이윤 추구 전략은 크게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전 세계에 걸친 글로벌GM의 판매시장 중 잘 나가는 몇 곳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버리는, 세계적 수준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생산하는 자동차 종류와 플랫폼을 수익이 많이 남는 것 중심으로 축소 재편하는 것이다. 전략 변화의 구체적 의미는 결국 중국과 북미 시장에 집중하여 사업을 펼치겠다는 것이며, 차종 역시 고급차Luxury, 픽업트럭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새 경영 전략은 한국지엠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시장의 측면에서나 차종의 측면에서나 한국지엠의 현실은 글로벌GM의 새 전략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한국 시장은 중국 시장처럼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한국지엠에서 생산되는 차종 역시 고급차, 픽업트럭과는 거리가 먼 스파크, 아베오, 크루즈, 말리부, 트랙스, 캡티바 등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GM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한국지엠을 적극 성장발전시킬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GM의 성장 잠재력 및 수익 잠재력 진단> (출처 : Amman, 2014. Global Business Con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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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주요 수치> (<글로벌GM의 경영전략 분석과 한국지엠지부의 고용전략 연구>를 정리)

 

 

 

   연도

내수 (대)

수출(대) 

총판매(대)

매출액(십억원) 

영업이익(십억원)

순이익 

(십억원)

   2010 

   125,730

   1,719,892

   1,845,622 

 12,597   

75    

 

   2011

   140,705

   1,911,133

   2,051,838

15,068   

 113    

 

   2012

   144,881

   1,931,097

   2,075,978

 15,949   

 -340    

 

   2013

   150,985

   1,814,726

   1,965,711

 15,603   

 1,086    

 

   2014

   154,301

   1,498,729

   1,653,030

 12,918   

 -148    

 -353

   2015 

   151,437

   1,254,910

   1,406,347

 11,937   

 -594    

 -986

   2016 

   168,138

 1,079,880

   1,248,018

 12,234   

 -531    

 -631

 

 

 

 

 

한국지엠은 요즘 어떠한가?

 

좋지 않다. 한국지엠의 자동차 판매량은 2012년도에 207만 대로 고점을 찍고 2016년에는 124만 대로 저점을 찍었다. 공장별 가동률 역시 2016년 총 76.5%로 군산공장 18.1%, 부평2공장 61.4%라는 수치가 보여주듯 위기가 상존하는 상태이다. 군산공장 비정규직 대량해고, 정규직 1교대 전환 및 월 5일 수준의 가동률, 부평2공장 및 엔진공장의 잦은 휴업은 위기를 직감하게 한다. 매출액 역시 3년간 감소 추세이며 영업이익은 3년간 126백억 원 적자, 순이익은 3년간 약 2조 원 적자이다. 거기에 비정상적인 부채 비율 85,000%, 지속적인 유동비율 하락, 글로벌GM으로부터의 차입금 증가를 종합하면 한국지엠은 전혀괜찮지 않은 상황이다. 거기에 글로벌GM의 전략 변화에 따라 한국지엠이 소형차 플랫폼 개발 기지의 역할을 상실하게 되면서 한국지엠의 지위는 더 불안정해졌다.

 

한국지엠은 왜 이렇게 됐을까? 전반적으로 글로벌GM의 전략 변화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높은 매출원가율로 확인할 수 있는 이전가격 문제, 즉 글로벌GM의 한국지엠에 대한 수탈이 중요한 원인이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한국지엠(11.4%)이 현대자동차(15.0%)에 비해 상당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원가율(93.2%>76.7%)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특히 글로벌GM의 북미 판매대수가 7년간 38.3% 늘었는데 영업이익이 200% 이상 증가한 사실은 이전가격 문제를 강하게 제기한다. 한국지엠이 글로벌GM에 자동차 및 부품을 매우 비싸게 구매하거나 싸게 판매하면서 한국지엠의 이윤을 의도적으로 축소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지엠은 매년 순이익이 적자가 되고 글로벌GM에 매년 차입금의 형태로 빚을 지면서, 이를 갚기 위해 이자로 수백억 원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6년 같은 경우 이자가 13백억 원으로 순손실의 20%를 차지했다. 한국지엠의 비정상적인 재무상태의 원인을 글로벌GM의 수탈적 고리대금업이라고 한들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대중적 실천을 준비하자

 

글로벌GM의 전략 변화에 따른 세계적 수준의 구조조정은 8개 브랜드 중 4개 브랜드 폐기, 14개 공장 폐쇄, 판매점 40% 축소, 2만여 명의 노동자 해고를 야기했다. 유럽 쉐보레 철수(2013), 러시아 쉐보레 철수(2015), 유럽 오펠 매각(2017), 호주 홀덴 생산 중단(2017) . ‘한국지엠 철수설은 진실인가 거짓인가? 아무도 확답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언자가 아니라 과학자와 실천가이다. 적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지엠 현장 노동자들과 노동자계급 운동이 나아갈 방향을 제출하여 그 방향에 따라 대중적 실천을 조직하는 일이 시급하다. 한국지엠 현장 노동자들과 전체 노동자계급이 어떻게 투쟁하느냐에 따라서 철수설이 진실이 될 수도, 거짓이 될 수도 있다. 이 투쟁에 30만 명의 생존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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