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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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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권이 사라진 보육현장,

보육노동자들은 노예가 아니다!

 

이상민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지부 사무국장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자체 선거 등의 핵심이슈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보육정책이다. 그러나 보육정책은 매번 선심성 공약으로 그칠 뿐, 보육의 공공성은 여전히 먼 미래의 얘기처럼 들린다. 이른바 노동사각지대에 놓인 보육노동자는 보육교사가 아닌 보육노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성북초등어린이집 보육교사 4명은 보육현장의 공공성 확보와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64일째 전면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성북초등어린이집 교사들은 노동자로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해 왔다. 연차휴가 보장, 차별적 근로 중단, 노동권 존중이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는 당연한 권리이지만, 실제 보육현장에서는 영유아보육법(영유아보육법에는 어린이집 운영시간을 오전 730~오후 730분까지 12시간 운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이 노동관계법령에 우선하고 있기 때문에 보육교사들의 노동기본권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연차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구조

2015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육교사의 연월차 휴가는 연평균 9.1일에 불과했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1년에 15일의 연월차 휴가를 누릴 수 있지만, 보육교사들은 이 권리로부터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성북초등어린이집의 사례를 보자.

성북초등어린이집의 경우, 해마다 원장이 지정하는 교사 대표를 선임하고 연차휴일 대체합의서를 작성하게 된다. 그리고 교사들에게 불이익한 조건임에도 서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 간다. 서명을 하지 않으면 고용의 불안을 조장하고 더 나아가서는 원장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해고와 블랙리스트 공유까지 이루어지는 까닭에 교사들은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대다수의 어린이집은 사용자의 1인체제와 인사, 노무, 제정 등 모든 것을 원장이 관장하고 있는 1인 독점 시스템이다. 그러다 보니 원장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교사는 불량교사로 내몰리고 일 못하는 교사로 낙인이 찍히는 것이다.

이처럼 막강한 권력을 지닌 원장의 횡포에 저항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좋아서, 아이들이 사랑스러워, 그저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행복하기에 선택한 길이었지만, 남은 것은 마음의 상처뿐이었다. 토요일도 연차로 갈음해야 했고 이로 인해 오래 일할수록 마이너스 연차가 되는 기이한 현상까지 벌어졌다. 게다가 마이너스 연차를 당직근무 연장근무 수당으로 채워 넣어야 하는 합의서까지 강요당했다. 교사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기 전에 이미 저항불능 상태로 만드는 원장의 횡포에 시키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노예로 지내야만 했다.

 

이곳은 국공립어린이집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운영하는 곳이다. 그리고 국공립 어린이집은 국공립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무보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일하는 보육노동자는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 내지는 민간 어린이집에 비해 처우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국공립 어린이집은 대부분이 민간위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가 또는 지자체 직영으로 운영하는 곳은 국공립 전체의 2.8%에 불과하다. 보육의 국가책임을 민간으로 위탁함으로 인해 결국 무늬만 국공립인 어린이집이 탄생한 것이다. 더욱이 한 번 위탁을 받으면 평생 재위탁을 받는 1인 독점 시스템은 공보육 실현을 해야 할 행정관청의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행정력 한계! 위탁관리 어떻게?

성북초등어린이집 주무 행정관청인 부산 진구청은 법의 잣대가 너무 까다로워 위탁관리에 대한 행정력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한다. 또한,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일도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결국 어린이집 원장의 횡포를 행정관청이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린이집 원장이 보육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침해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 행정관청은 해당 어린이집의 위탁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사리에 맞지 않을까. 그런데도, 부산 진구청은 위탁을 계속 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정력 한계를 핑계 삼아 어린이집의 관리감독 의무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이 또한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부산 진구청뿐만 아니라 대개의 지자체들이 국공립 어린이집을 지어놓고 민간위탁만 하고 나면 뒷짐을 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영유아보육법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육교사 양성과 근로여건 개선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법 조항일 뿐, 현실에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행복한 돌봄노동이 가능하려면, 보육교사가 행복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위탁으로 운영하고 있는 국공립어린이집부터 전면 직영화해야 한다. 성북초등어린이집 보육노동자들은 지금도 길거리에서 행복한 보육현장을 위해 당당하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투쟁이 국공립 어린이집의 사유화를 저지하고 보육공공성을 강화하는 마중물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러분의 많은 연대와 지지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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