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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대화기구 참가와 통합진보정당 건설 추진은

민주노총의 분열과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김태연투쟁연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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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민주노총] 


우여곡절 끝에 민주노총 직선2기 임원선거가 끝났다. 역설적으로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은 후보들 간의 정책공약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선거관리였다. 투표참가율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대폭 확대된 모바일투표가 오히려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어 겨우 과반수 투표를 넘긴 최악의 선거였다. 그 뿐인가? 1차 투표 결과 1, 2위 득표자가 결정되어 2차 선거에 들어가 선거운동을 하던 중, 뒤늦게 일부 선거구에서 1차 선거 재투표를 함으로써 선대본 해단식을 한 후보조가 다시 선거운동을 하는 기상천외한 일까지 벌어졌다. 그야말로 선거관리의 총체적 부실로 점철되었다. 이처럼 부실한 선거관리는 민주노총의 신뢰를 크게 실추시켰고, 엉뚱하게도 직선제 자체의 문제인 듯 호도되기까지 했다. 부실한 선거관리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물어지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을 진단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최대 쟁점은 노사정 사회적 합의

선거가 끝난 후 언론의 이목이 집중한 대목은 민주노총의 노사정 대화기구 참가였다. 민주노총 신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노사정 대화기구 참가를 공언했다. 이 문제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부각된 최대의 쟁점사안이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치적 태도와 밀접히 연관되는 쟁점이었다. 출마한 네 후보조의 정치적 색조도 바로 이 문제로 구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윤해모) 후보조가 가장 노골적으로 문재인 정부와의 공조를 주장했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민주노총 선거 최초로 민주당 후보가 출마했다는 얘기가 회자되었다. 4(조상수) 후보조는 그동안 범좌파로 분류되던 세력의 일부가 노사정대화로 자신을 차별화하면서 운동세력화를 꾀했다. 여기에 일부 좌파단위가 가세했다. 그러나 네 후보조 중 세 후보조가 노사정 대화를 주장하고 있는 구도에서 이들의 어중간한 우경화 선거 전략은 대중적 주목을 이끄는 데 실패했다. 결국 1차 투표 결과 노사정 대화를 주장하는 1(김명환) 후보조와 이에 반대하는 2번 후보조(이호동)가 결선 투표에 진출했다. 결선 투표 결과 노사정 합의기구 참가를 주장하는 김명환 후보조가 압도적 차이로 승리했다. 조직력 차이와 후보의 경쟁력 차이 등을 감안하더라도 좌파 후보가 당선된 지난 1기 직선제와 비교하면 표 차이가 매우 크다. 한국의 노사정 사회적 합의기구인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불신은 높은 편이다. 1998IMF 외환위기 국면에서 정리해고제를 비롯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몰아붙인 수단이 곧 노사정위원회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노사정 대화기구 참가를 주장하는 후보에 압도적 지지를 보낸 것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중적 기대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신임 위원장은 당선 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재의 노사정위원회가 아닌 새로운 노사정 대화기구(이른바 8인 회의’) 틀을 제안했다. 2월 초순으로 예정하고 있는 대의원대회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노사정 대화기구 개편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민주노총은 김대중 정부의 노사정위원회, 노무현 정부의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노사정 사회적 합의기구 참가를 목전에 두게 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근기법 개악을 추진하는 등 우려를 사고 있다. 나아가 정부와 자본은 임금체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중적 기대와 달리 민주노총이 또 다시 노사정 합의기구의 수렁에 빠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시 들고 나온 진보정당통합 공약

이번 선거에서 대중적으로 부각되지는 않았으나, 진보정당에 대한 입장이 또 하나의 정치적 쟁점이었다. 특히 당선된 김명환 후보조가 진보정당 통합추진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노동당 분열 이후 진보정당 통합은 수차례 추진되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한상균 집행부 하에서도 대의원대회 표결까지 갔지만 결국 실패했고, 그 후 민중당이 창당되었다. 진보진영의 정치적 연대와 조직적 통일은 추구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그간의 진보정당 통합은 정치 주체들의 책임 있는 연대와 동의가 아닌, 민주노총이라는 대중조직의 권위를 빌어 강제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실패했다.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후 자민통 진영은 다시 정당을 복원하기 위해 진보정당 통합을 강력히 주장해 왔지만, 진보정당 통합을 매개한 정당 건설 구상은 난항을 겪었고 민중당을 창당했다. 당선된 1번 후보조는 민중당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들의 진보정당 통합 공약이 그간의 통합운동 실패에 대한 반성적 평가에 기반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지난 수년간 여러 차례에 걸친 진보정당 통합 추진으로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의 혼란과 분열을 가중시킨 데 대한 성찰의 흔적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2018년 지자체 선거를 계기로 이 공약이 어떤 내용과 경로로 모습을 드러낼지 아직 알 수는 없다. 아니면, 구체적 추진 대안이 없는 빈껍데기 공약이 될 것인지도 속단할 수 없다. 어떤 경우건 운동 발전에 바람직하지는 않아 보인다. 신임집행부가 다시금 진보정당 통합을 내세운다면 민주노총은 또 한 번 혼란과 분열의 수렁으로 떠밀릴 것이다. 그보다는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이 현존하는 여러 진보정당들의 연대와 협력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실천하는 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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