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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라이프의 부당노동행위에 맞서

    당당히 싸우고 있습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성 인정이 문제 해결의 첫 걸음

 


현대라이프생명 보험설계사들이 경영 부실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사측의 일방적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는 설계사들의 요구(폐쇄된 영업지점 원상복구와 보험계약 수수료 삭감 조치 취소)를 묵살한 채 아직까지 어떠한 회생 방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분개한 설계사들은 작년 925일 사무금융연맹 전국보험설계사노조 현대라이프생명지부를 창립한 데 이어, 여의도 현대라이프생명 본사 앞 천막농성과 매주 수요일 오후530분 촛불집회를 한 달 넘게 지속해오고 있다. 지난 14, 사측의 갑질 횡포에 맞서 33일째 천막농성 중인 현대라이프생명지부의 이동근 지부장을 <변혁정치>가 만났다.



Q 반갑습니다. 먼저 보험설계사 노동자들이 투쟁에 돌입하게 된 배경부터 말씀해주세요.

A 현대라이프생명(이하 현대라이프’)은 현대자동차그룹의 금융계열사인데요, 회사 통계에 의하면 20171월 기준, 전국 75개 지점에 약 2천 명의 설계사들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측이 구조조정이라는 미명 하에 강제적인 지점 통폐합에 나섰고, 작년 6월경에는 전국 35개 지점으로 감축합니다. 그 과정에서 현대라이프 소속 설계사들 숫자도 6~700명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고요.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작년 1월부터 9월까지 구조조정 추이를 돌아보면, 최대 15백 명 정도가 스스로 일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에요. 그나마 남아있던 35개 지점도 사측은 201791일 부로 전부 없애버렸습니다. 결국 지금 현대라이프에 남아있는 설계사는 150여 명 정도인데요. 보통 지점 1개소에는 2~3명의 내근 정규직과 30명가량의 설계사들이 함께 근무하는데, 월급이 고정적으로 나가는 정규직 노동자들도 절반 가까이 해고당했습니다. 저희가 판단키로는 사측이 정규직 노동자들을 유휴인력으로 분류하고 75개 지점에서 2백 명 이상 희망퇴직을 받으면서, 지점 통폐합도 발 빠르게 이뤄진 것 같습니다. 반면, 설계사들에게는 지점을 없애면서 수당도 반으로 삭감하고 재택근무를 하라는 통보가 전부였습니다. 일방적인 지점 폐쇄로 등 떠밀리듯 퇴사할 수밖에 없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억울함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설계사들은 노동3권을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희망퇴직조차 꿈꿀 수 없는 처지입니다. 그래서 저희 설계사들은 폐쇄 지점에 대한 원상복구와 일방적 수당삭감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작년 9월부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대응을 시작한 것입니다.

 

영업 지점 전면 폐쇄와 수수료 삭감으로 설계사들 이탈 부추겨


Q 지점 통폐합 과정에서 설계사들의 처우 관련한 사측의 입장이나 계획은 전혀 없었던 셈이군요.

A 그렇죠. 보험 업무의 특성 상 인적 조직관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점 통폐합이 진행되면서 설계사들의 스케줄, 영업 관리 등을 맡는 지점장이나 매니저와의 파트너십도 속수무책으로 와해된 거예요. 회사는 영업 중단이 아니니 집에서 근무하면 된다며 발뺌하지만, 보험 업무라는 게 개인이 알아서 일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결국 회사가 이런 현실을 깡그리 무시하고 설계사들의 생존을 책임지지 않으려는 겁니다. 설계사들이 스스로 일을 그만 두게끔 상황을 몰고 가는 거죠. 더욱이, 회사는 보험 모집 수수료를 3년에 걸쳐 분할 지급해왔는데, 설계사가 직장을 그만 두게 되면 2, 3년차에 지급하는 수당을 주지 않아요. 이처럼 잔여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불공정 관행이 현대라이프 뿐만 아니라 보험업계 전반에 널리 횡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 회사에 남아있는 설계사들의 잔여수당이 1인당 평균 4천만 원 가량인데요, 회사 입장에서 보면 설계사들 잔여수당을 미지급한 만큼 부당이득을 챙기는 것이죠. 사측은 잔여수당이 많은 기존 설계사들을 이렇게 다 쫓아낸 연후에 신규설계사와 위탁계약을 맺으려 하겠죠. 이 얼마나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짓입니까? 현대라이프 설계사들은 보험업계에 만연한 불공정 관행을 이번에는 반드시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현대라이프 사측의 갑질횡포를 지금 멈추지 않는다면, 다른 보험사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설계사들의 생존을 짓밟을테니까요.

 

Q 사측의 악랄한 구조조정 문제 뿐만 아니라 특수고용노동자로서 현장에서 겪은 노동기본권 침해 사례들도 무수히 많을 것 같은데요.

A 아시다시피 저희는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로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3권 역시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용주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월급을 받는 보통의 노동자들과는 달리, ‘위탁계약을 맺고 보험 모집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개인사업자의 신분이지요. 노동조합을 알지 못했던 예전에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게 매우 합리적인 고용형태라고 여겼어요. 형식적으로는 개인사업자이지만, 자유롭게 출퇴근하면서 직원 복지 등 각종 혜택은 정규직처럼 누릴 수 있는, 말 그대로 특수한 고용형태인 줄로만 알았던 거죠. 그런데, 알고 보니 설계사들도 회사에 매여서 일하기는 마찬가지더라고요. 개인사업자라고 하지만, 회사는 출근율이 80%에 미달하면 설계사들에게 수당을 전액 지급하지 않았어요. , 매달 영업 실적에 대한 목표치를 설정하고, 거기에 미달하는 경우 주말, 휴일 할 것 없이 업적을 채우려고 동분서주해야 합니다. 회사의 실적 압박과 그로 인한 무리한 영업활동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구조 때문에, 설계사들은 말이 좋아 개인사업자이지 실상은 노예나 다름없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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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로 단결하면서 자신감 생겼다


Q 보험설계사로는 처음으로 사업장 단위노조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로 활동을 시작했다가 노조로 전환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저희가 처음에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우면서 설계사 업무를 오래 했던 동료들의 전화 연락을 전국각지에서 많이 받았어요. 그 때 제가 3~400명의 설계사 분들과 직접 통화를 했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정말 이건 너무 억울하지 않느냐? 전국의 영업지점들을 전부 없앤다니 말도 안 된다.”이번에는 확 바꿔보자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해주셨어요. 그래서 비대위 체계로 저희가 두 차례의 전국 집회를 열게 되었고, 현대라이프의 갑질행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당시 보험인권리연대노조(현 전국보험설계사노조) 오세중 위원장과 만나게 된 거예요. 처음에는 노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고 민주노총에 대한 의구심도 솔직히 있었어요. 그런데, 현대라이프 설계사들의 고립된 투쟁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다가서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더라고요. 마침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다시 찾아왔죠. 사무금융연맹 동지들과 이 고민을 함께 나누면서, 노동조합이라는 조직형태를 갖추지 않고 설계사들의 권리를 주장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실제로 노조를 하고 나니 많은 것이 이전과는 달라졌습니다. 비록 노동3권을 보장받을 수 없는 법외노조이지만, 노조라는 조직된 틀로 조합원들이 단결하기 시작하면서 사측이 더 이상 저희를 쉽게 보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고무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죠. 또 저희가 별다른 투쟁경험이 없다보니까, 연맹 동지들이 갖가지 지원을 통해서 온전히 투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준 것도 큰 힘이 됐어요.

 

Q 문재인 정부가 특수고용직에 대한 노동자성 인정을 대선 공약으로 이미 약속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작년 5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라고 정부에 권고한 바 있습니다. 공약 이행에 소극적인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A 일단 특수고용 노동3권 보장에 대해 자본의 반발이 워낙 큰 것 같아요. 작년 11월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금융업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합리적 보호방안이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린 적이 있었거든요. 토론회 제목은 그럴싸하지만 정작 당사자 이야기는 하나도 듣지 않고 보험업계와 교수전문가들만 불러놓고 토론을 진행했어요. 이날 토론회의 결론은 한 마디로 보험설계사에게 노동3권 주면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특히 토론자로 참석한 생명보험협회 본부장은 설계사들을 비하하는 발언도 거리낌 없이 내뱉더라고요. 설계사들 자격시험이나 보수교육을 주관하는 기관이 바로 생명보험협회인데요, 알고 보니 이곳이 보험업계의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저희가 토론회를 마치고 생명보험협회 본부장에게 가서 강력하게 항의했어요. 설계사 자격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저희가 낸 돈으로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인 줄 알았는데, 생명보험협회가 어떻게 설계사들의 권리 보장 요구를 방해할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결국 이날 토론회도 설계사를 비롯한 특수고용직 전반에 노동기본권이 확대되는 흐름을 차단하려고 보험업계가 자유한국당과 손잡고 개최한 것이라고 봐요. 왜냐하면 특수고용직이라는 고용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자본으로서는 대단히 유리하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서 특수고용노동자란 노동력은 특수하게 잘 착취하고 권리는 특수하게 하나도 안 주는 비정상적인 고용형태에 불과해요. 저희처럼 대기업의 갑질횡포에 당해서 사지로 내몰리는 일들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특수고용노동자도 노동3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제발 정부가 저희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약속을 조속히 이행하길 바랍니다.

 

특수고용직 노동3권 보장해야 기업의 갑질 횡포 근절 가능


Q 마지막으로 전국의 동지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현대라이프가 개인영업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것은 업계에서도 이미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75개 영업 지점을 전부 폐쇄한 것부터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으니까요. 노예처럼 부려먹다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설계사들의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전국적으로 보험설계사들이 약 40만 명가량인데요, 보험업계 입장에서 보면 설계사도 중요한 자산입니다. 우수설계사를 확보하려고 적지 않은 금액으로 영입까지 하잖아요. 만일 설계사가 영업 과정에서 적자를 보면 잘못 설계된 보험상품이나 영업방식을 변경해서 적자구조를 만회해야 하는데, 설계사 자체를 강제적으로 감축하는 것은 아마 업계 초유의 일일 거예요. 설계사들은 영업실적만큼 수수료를 받고 일하기 때문에 지금껏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어요. 회사는 오로지 개인영업을 정리할 목적으로 모든 책임을 설계사들에게 전가하고 있을 뿐이지요. 현대라이프가 잔여수당을 착복하는 데에만 혈안이 된 이유도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불공정한 위촉계약으로 인한 정신적금전적인 피해를 설계사들이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이제는 끝내고 싶습니다. 현대라이프 설계사들의 투쟁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신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인터뷰=임용현기관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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