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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퇴하는 사회서비스공단

어린이집 원장들만 웃는다

 

이주용정책선전위원장


 


[출처: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민간 어린이집을 잠식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1년 전인 201710월 국정감사에 나온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이다. 당시 국민의당(현재는 바른미래당 소속) 최도자 의원이 문재인 정부 공약이었던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에 반대하며 질의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본래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의 취지는 보육과 노인요양, 장애인복지 등 그간 광범위하게 민간에 맡겨져 있던 사회서비스부문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공립 시설을 확충하고 민간위탁을 국공립 직영으로 전환하는 방향성도 내포하고 있었다. 이에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비롯해 사회서비스시설을 사유화하여 이득을 보던 자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한 것은 필연적이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역시 사회서비스공단을 애초 취지대로 추진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폭로되고 어린이집에서도 유사한 부정행위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노동자들의 증언이 나오자, 교육부에 이어 어린이집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급히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와 관련해서는 지자체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다며 책임을 넘긴 것 외에는 아무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다. 여전히 정부는 민간 어린이집을 잠식하지 않으려 애쓴다. 그러나 최근의 비리 사태는, 오히려 이들 민간업자들이 공공서비스를 잠식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보육 분야 제외한 사회서비스원

정부의 사회서비스공단 공약은 후퇴를 거듭해왔다.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어린이집의 경우 국공립 비중은 시설 수로는 7.8%, 보육아동 수로는 12.9%에 불과하다(20171231일 기준). 더군다나 이 국공립 어린이집의 97%가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어 전국의 거의 모든 어린이집이 민간의 수중에 있다. 사회서비스공단의 애초 취지대로라면 당연히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한편 관리·운영도 민간위탁이 아니라 직영으로 전환해 투명한 운영과 양질의 보육서비스, 보육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사회서비스공단을 스리슬쩍 사회서비스진흥원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역할도 관리감독기구 수준으로 대폭 축소하려 하였다. 보육노동자들이 이에 반발하자 명칭을 다시 사회서비스원으로 변경하겠다고 했지만, 민간업자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보육 부문은 아예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가장 먼저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시다. 지난 9월 서울시 사회서비스혁신추진반이 제시한 <서울 사회서비스원 설립 기본계획()>은 부분적인 노인요양과 장애인활동지원만을 담고 있고, 어린이집과 보육 부문은 통째로 빠져 있었다. 1024일 서울시 보도자료를 보면 그 이유가 드러난다. “‘보육분야의 경우 다른 분야에 비해 이해관계자 간 사회적 합의 과정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보육기관의 비리 사태가 대중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지금조차, 그간 어린이집으로 돈벌이를 해왔던 민간업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가령, 서두에 언급했던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출신의 최도자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사회서비스원에서 보육 분야는 제외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여전히 민간업자들의 이해관계가 공공의 보육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누가 이익을 보는가

어린이집의 소유구조를 국공영화하는 것은 공공성 강화의 기반이지만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은 국공립 어린이집의 민간위탁을 허용하고 있으며, 직영 국공립 어린이집이 오히려 드물다. 위탁받은 원장들은 사립시설 운영자처럼 전권을 휘두르며, 사립유치원과 마찬가지로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보육노동자들은 원장의 전횡을 고발해도 블랙리스트에 올라 취업길조차 막힌다. 명목상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버젓이 벌어지는 일들이다. 국공영화와 더불어 직영화와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통제가 필수적인 이유다.

그러나 정부가 약속했던 사회서비스공단()은 현재 보육 분야를 아예 배제한 채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어린이집 보육료의 80%는 정부가 지원하며(0~2세는 100%) 나머지 20%는 학부모들이 부담하고 있다.** 세금과 학부모들의 돈을 받아 운영하면서도 소유와 운영, 통제는 공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이는 사회적 약탈에 다름 아니다. 지금, 문재인정부의 사회서비스원은 누구의 이익을 보호하려 하는가.

 

* 최도자 의원은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처럼, 어린이집 운영자들의 조직인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한어총) 부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사립유치원 원장들에게 국공립 단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해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는데, 이 공약을 사립유치원어린이집의 민원사항이라며 국민의당에 제안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송경화 기자, “안철수 단설 유치원 자제논란에 기름 부은 최도자 의원”, <한겨레> 2017413일자 기사.

** <어린이집 부정수급 등 관리강화 방안>, 보건복지부, 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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