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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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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위원안

근본적 개선은커녕 

위험천만한 개악의 그림자까지

 

백종성집행위원장


 

지난 1012, 단결권과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에 관한 11가지 입법과제를 명시한 [노사정대표자회의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공익위원 안]이 제출됐다. 정부는 이 안을 향후 노사정 대화의 기본 골격으로 놓고자 한다. 그러나 안은 합리적으로’, ‘원칙적으로’,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등 형용사와 부사로 가득하다. 우선 모호한 문구를 줄 테니, 그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한도 내에서 요구하라는 것이다.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싸움을 멈추라는 것이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기간제교사노조 설립신고 반려 등 국가권력의 노조탄압에 활용되어온 노조설립신고제 개정 역시 노동조합 설립에 행정관청이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정한다등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문구로 가득하다.

부분적 개선은 개선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익위원안에는 근본적인 개선은 고사하고, 부분적인 개선들조차 찾아보기 힘들며, 위험천만한 개악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다.

단체교섭 대상, 단체협약 유효기간, 산별교섭을 포함한 교섭창구단일화제도 등 단체교섭·단체협약제도 전반을 합리적으로 개선한다’, ‘쟁의행위의 대등성을 확보하고 불합리한 관행을 불식시키기 위해 쟁의행위의 수단·방법·절차, 대체근로, 필수유지업무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한다는 조항 등은 그야말로 위험천만하다. 단체교섭 대상을 임금과 노동조건으로 한정하고,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해 투쟁을 제한하며, 사용자가 직장폐쇄·대체근로·필수업무유지제도 등 파업 파괴 수단을 더욱 쉽게 사용하게 하는 법개악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틀이 바로 노사정 대화다. 그간 이루어졌던 조치를 돌아보자. 가짜 정규직화, 최저임금제도 개악, 휴일노동 중복할증 폐지, 공공부문 표준임금체계 도입, 전교조 법외노조 유지, 규제프리존법노사정 대화를 통해 되로 주고 말로 받는쪽은 항상 자본이었다.

 

투쟁으로 얻은 권리에 대한 사후승인

우선, 공익위원안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단결권에 대해 고용형태의 다양화와 법원의 판례 변화를 고려하여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합리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명시적으로 알 수 없다. 다만, 판례 변화라는 문구에서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 학습지노동자, 골프장 캐디, 레미콘·덤프 노동자 등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아니나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판례가 잇따르는 현실을 반영하겠다는 내용일 터이다.

실제로 노조법상 노동자 개념(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 개념(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보다 넓다. 그러나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라는 노조법 상 노동자 규정을 법해석에 반영시켜내기까지는, 그야말로 험난한 투쟁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공익위원안은 이제야 슬그머니 이를 반영하겠다고, 그것도 아주 불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공익위원안은 해고자 및 실업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제한하는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개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백번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미 산업별 노동조합에 있어 해고자와 실업자의 조합원 자격은 인정된다. 노동자들은 해고자와 실업자가 조합원임을 인정받고자 수 없이 싸워왔고, 그 결과 사법부는 해고자와 실업자가 조합원임을 일관되게 인정해 왔다. 공익위원안은 그저 이를 승인한 것뿐이다.

현재 해고자와 실업자의 조합원 자격이라는 문제가 관건적으로 걸려있는 주체들은, 일반법인 노조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교원노조법과 공무원노조법이라는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들, 즉 교원과 공무원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공익위원 안은 교원과 공무원의 단결권에 관해 원칙적으로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보장한다는 모호한 말로 얼버무리고 있다. 보장한다는 것은 단결권뿐이고, 그 마저도 모호한 어구다.

그러나 ILO 기본협약은 교원과 공무원의 노동3권을 모두 보장한다. 그리고 교원과 공무원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방법은 교원노조법과 공무원노조법을 폐기하고, 노조법을 적용하는 것뿐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정권은 전교조 법외노조통보를 유지하고 있다. 정권의 속내는 다음과 같다. ‘전교조가 더 이상 법외노조가 아니게 되면, ILO 백주년 국면에서 교원노조법 폐기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스스로 일반적인 노동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교원과 공무원들은, 대체 언제까지 특별한노동자들로 다루어져야 하는가?

 

ILO 100주년, 우리의 투쟁 방향

우리의 투쟁은 계약형태와 노동형태에 따라, 그 사용자 종속성 정도에 따라, ‘오늘부터 여기까지 노동자로 합시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노동을 통해 생존을 영위하는 모든 사람, 스스로 노동자라고 규정하는 모든 이가 노동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는 것이 우리의 투쟁 목표이며, 또한 ILO 기본협약의 실체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 200만 시대를 내걸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참가하고 있는 노사정 대화 속에서 이는 불가능함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에게 촛불을 기억하라고 요구한다면, 노동계급 스스로 촛불을 기억해야 한다. 모두가 노동기본권을 누리는 세상은 필요하고,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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